방음장치가 된 이중창 너머로 빗소리가 들린다.
염려하는 말을 두고 밖에 나가보니 번개가 훤하고 천둥이 우르릉거린다.
바보가 출근하자마자 나도 차를 끌고 그의 길을 따라간다.
가득찬 예당방조제의 물을 보고 안심촌을 지나
용추폭포로 올라간다.
길 위에도 물이 흐른다.
주차장은 텅 비어있다.
낮은 첫번째 다리를 건넌다.
새로난 왼쪽길은 돌다리가 많아 급류가 겁이 나서다.
임도를 오르다가 계곡길을 보니 건널 만할 듯하다.
양말도 신지 않고 샌들 등산화를 신은데다 칠부바지이니 물에 젖어도 걱정이 없다.
돌다리 사이를 건너며 하얀 물을 찍는다.
암벽 사이를 내려오는 가느다랗고 긴 물줄기는 나무에 가려 찍기 어렵다.
사방댐은 네개의 하얀 물커튼이 걸려 있다.
산길로 접어드는 다리에 서자 계곡 위는 온통 먹탕 구름이다.
돌탑 주변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가끔 앞봉우리가 희미하게 드러나곤 한다ㅏ.
파랑 꽃잎이 젖어있는 달개비꽃을 만나 숨을 고른다.
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하다.
용추폭포에 닿자 발디딜 곳이 없을 만큼 물이 넘친다.
다행이도 게곡폭이 너른 쪽으로 물을 헤치며 들어간다.
물보라를 보내며 물은 부딪혀 떨어지고 있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다.
내가 읽어본 용추와 사람 이름은 육안으로는 젖어 또렷한데 사진으로ㅗ 찍으니
뭔지 모르겠다.
추워서 오래 있을 수 없다.
정상을 갈까말까 망설인다. 조망도 없을 것이고 맨발에 샌들을 신고 오르기가 조금 겁도 난다.
돌아가 바삐 할일도 없다고 스스로 핑계를 대고 지그재그 물길을 따라 올라간다.
정상에서는 겨우 앞의 돌탑만 보인다.
몇카락 남아 멋대로인 머리를 셀카를 찍는다.
조심스럽게 돌길을 내려간다.
바위를 피해 산길로 걷는다. 쪼금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비에 젖은 원추리가 반겨준다.
칼바위도 안보인다.
모기를 쫒으며 내려와 주차장에 오니 차 두대가 더 서 있다.
한남자가 스틱을 짚으며 칼바위쪽으로 올라간다.
두시간 가까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