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24-32)> 경주 ‘황남빵’ 이야기
필자는 단팥빵을 좋아한다. 특히 경주 황남동(皇南洞) 소재 <황남빵>을 으뜸으로 꼽는다. 물론 우리나라 2대 빵집으로 꼽는 대전 성심당(1956년)과 군산 이성당(1945년)은 다양한 빵들을 만들지만, 경주 황남빵(1939년)은 오직 황남빵 한 종류만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황남빵 1개(40g) 가격은 1,200원이며, 열량은 105kcal이다.
지난 주말 우리 집 둘째 딸(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이 학회 초청강사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절친’인 미국 미시간대 의과대학 생화학과 교수와 경주지역 관광을 마치고 귀경하면서 <황남빵> 2 상자(60개)를 사가지고 왔다. 우리 부부는 아파트 엘리베이터(elevator) 교체공사로 인하여 21층 우리 집에서 5층 딸네집으로 내려와 5월 한 달을 보내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보던 딸과 사위 그리로 외손자(고3)를 매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
<황남빵>은 행정안전부 지정 ‘경상북도 명품’이며 경주시 지정 ‘전통 음식(654-792호)’이다. 경주의 황남동에서 처음으로 빵집을 열었다 하여 ‘황남빵’이라 이름이 붙여진 이 빵은 이곳 토박이 최영화(1917-1995)옹이 1939년부터 만들어 온 팥빵이다. 필자가 태어난 1939년부터 3대 때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황남빵은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장인정신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식 팥빵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팥빵(국내산 팥 100%)이다.
또한 필자는 <황남빵>에 얽힌 에피소드(episode)가 있다. 필자는 1970년 가을에 결혼을 하고, 이듬해 1월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업무로 지방 출장을 갈 때 아내가 동행을 했다. 출장 목적은 UNICEF 지원 보건사업을 시찰하기 위하여 외교 202 번호판을 부착한 벤츠(Mercedes-Benz) 승용차를 운전기사가 몰고 UNICEF 주한대표와 우리 부부가 승차했다. 필자는 UNICEF 근무(1965-1989) 당시 UN사무총장이 발급한 UN외교관여권을 소지했다.
당시 지방출장을 갈 때는 주로 관광지의 호텔에서 숙박했다. 충청도 수안보를 거쳐,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일박을 한 후 경주로 향했다. 경주 불국사인근 관광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 후 우리 부부는 경주 시내를 두루 돌아봤다. 물론 첨성대(瞻星臺) 인근에 있는 <황남빵>을 굽는 조그마한 빵집에서 선물용으로 황남빵을 구입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UNICEF 대형 승용차가 불국사 인근 호텔로 올라가고 있는데, 위쪽에서 소형 택시 한 대가 눈길을 내려오면서 미끄러져 우리 승용차와 정면충돌을 했다. 우리가 탄 승용차는 대형이어서 자동차 앞 부위만 파손되었으나, 택시는 전체가 파손되고 택시기사는 크게 다쳤다. 교통경찰이 와서 사고를 수습했다.
UNICEF 관용차는 수리를 위해 서울로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출장일정은 경북도청에 연락하여 UNICEF에서 지원한 자동차를 이용했다. 당시 UNICEF는 전국 보건소에 보건사업용으로 독일 폭스바겐(Volkswagen), 영국 랜드로바(Land Rover) 자동차를 지원했다. 일주일 출장 업무를 마치고 귀경했다.
<사진> (1) 경주 황남빵 신축 건물과 빵 제조 장면, (2) 맛이 탁월한 황남빵.
靑松 朴明潤(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AsiaN 논설위원), Facebook, 30 May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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