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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한 2026년 을지연습이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울산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울산지역에서는 91개 기관, 1만7천100여 명이 참여해 전시 상황을 가정한 비상대응체계와 기관별 임무를 점검한다. 규모만 놓고 보면 결코 작은 훈련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기관과 인원이 참여했느냐가 아니라 실제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이다.
울산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 비상대응 역량이 중요하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국가기간산업이 밀집해 있고 항만과 국가중요시설도 집중돼 있다. 유사시 한 곳의 피해가 산업시설에 그치지 않고 대형 화재와 폭발, 유해물질 누출, 항만 기능 마비, 교통 혼란, 대규모 주민 대피 등 연쇄적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울산의 을지연습은 일반적인 행정기관의 비상대응 훈련을 넘어 산업시설과 시민의 안전을 동시에 지키는 종합훈련이어야 한다.
올해 훈련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이다. 19일 HD현대중공업에서는 출처 불명의 드론 두 대가 국가중요시설인 조선소에 침투해 건조 중인 선박에 자폭 공격을 가하는 상황을 가정한 종합훈련이 실시됐다. 군·경·소방·해경·해군 등 8개 기관과 기업 관계자 150여 명이 참여해 폭발물 제거, 화재 진압, 인명구조, 해상 차단과 방제까지 실제 상황에 가깝게 대응했다.
중구에서도 국가 핵심기반시설을 대상으로 드론 피폭에 따른 화재와 인명피해 상황을 가정한 민·관·군·경·소방 합동훈련이 진행됐다. 울산이 올해 을지연습에서 드론이라는 새로운 안보 위협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전의 양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이 같은 방향은 바람직하다. 이제 안보 위협은 미사일과 포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드론과 사이버 공격, 기반시설 교란 등 작지만 치명적인 공격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하려면 군과 경찰, 소방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의료기관, 시민까지 하나의 대응체계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훈련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훈련에서 발견된 문제를 실제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드론을 발견했을 때 누가 최초 판단을 내리고, 어느 기관에 통보하며, 현장을 누가 통제하는지 명확해야 한다. 산업시설에서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인명구조와 화재진압, 화학물질 대응, 주민대피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항만이나 산업단지의 경우 육상과 해상의 대응체계가 따로 움직여서도 안 된다.
시민 참여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을지연습은 공무원과 관계기관만의 훈련이 아니다. 실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시민이다. 공습경보가 울렸을 때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가족과 연락이 끊겼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긴급차량이 지나갈 때 어떻게 길을 터줘야 하는지 시민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20일 오후 2시에는 전국 동시 공습 대비 민방위훈련이 실시됐다. 울산소방본부도 을지연습과 연계해 주요 도로 6개 구간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하고 시민 대상 홍보에 나섰다. 울산교육청 역시 14개 기관 900여 명이 참여해 공습대피와 사이버 위협 대응 등을 점검했다.
이런 훈련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서는 안 된다. 특히 울산은 시민들이 평소 이용하는 생활권 가까이에 대규모 산업시설과 국가중요시설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시민 눈높이에서 비상대응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대피시설은 실제로 접근하기 쉬운지, 안내체계는 충분한지, 재난문자와 경보가 시민에게 신속하게 전달되는지, 대규모 대피가 필요한 상황에서 교통과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을지연습의 진정한 성과는 훈련 기간에 얼마나 많은 사진을 남겼느냐가 아니다. 훈련을 통해 드러난 허점을 얼마나 찾아내고 고쳤느냐에 달려 있다. 울산시와 각 구·군, 군·경·소방, 기업과 공공기관은 이번 훈련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철저히 기록하고 후속 조치를 공개해야 한다.
산업도시 울산의 비상대응체계는 곧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평소에는 경제를 움직이는 산업시설이지만 비상시에는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시설이 된다. 그런 만큼 울산의 을지연습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실제 전쟁과 재난이 닥쳤을 때 시민의 생명과 국가기간산업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번 을지연습이 ‘훈련을 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상황에서도 울산은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