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만복대...
2년전 9월 태풍 '산산'이란 놈과 함께 이 산을 오를때는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몸 가누기도 힘들어 한발한발이 고통이었는데, 이번은 봄소풍 같은 분위기.
이렇게 똑같은 길을 걷더라도 날씨등의 외부 환경에 따라 보는것, 즐기는 것이 그리도 달라지니 '사람도 자라나는 환경에 따라 얼마나 큰 영향을 받을까'란 생각이 살짝 오버랩 되더라.
1,438 M의 높이,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이 놈은 백두대간이 천왕봉에서 시작하여 지리산 구릉을 타고 서쪽으로 40여Km 를 뻗어 가다가 정령치로 내려 가기전에 위치한 산이다.
풍수지리설로 볼 때 지리산 10승지 중의 하나로 인정된 명당으로 많은 사람이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하여 '만복대'로 칭하였다는 설이 있는데, 지리산에서 가장 큰 억새 군락지로 가을철이면 봉우리 전체가 억새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는 곳이나, 이번에 가보니 억새는 이미 끝물이고 단풍도 가뭄으로 잎들이 말라 알록달록한 예쁜 색이 아닌, 산 전체가 조금 칙칙한 느낌.
만복대에서 동남쪽으로 바라보이는 반야봉은 지리산의 웅장함을 실감케 해 주고 또한 노고단,반야봉,천왕봉 등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내려다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은 곳인데도 연무로 전체가 뿌연 탓에 시야는 그리 맑지 못해 사진이 깨끗하진 않지만 그래도 몇 장 올려본다.
산 전체가 좀 칙칙하다
억새들도 절정을 넘어섰고
뭔 새가 앉았나? 했는데.... 겨울을 준비하는 고치인가 보다. (애벌레의 끝은 나비... 나비가 되어 훨훨 나는 꿈을 꿀까?)
쩌~그 정상이 만복대 - 참으로 완만해 보이지만 다음의 장면들이 펼쳐진다.
가는 도중 산죽(일명 조릿대)도 만나고~
봄이면 불 붙여 놓은 듯 할 진달래 터널도 통과한다.
드디어 만복대 초입
오르며 뒤돌아 본 산.산. 산. 그리고 억새
억새밭
만복대의 정상 (성오와 난 산행의 '단짝')
만복대에서 바라본 '걸어온 길'
한발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 어느새 아스라하게 보이는 저 산들인데...
그리고 또 우리가 가야할 길...
저 길도 한발 한발 걸으면 어느새 목적지
성삼재에서 걸어온 현위치 : 정령치
고리봉쪽에서 바라본 정령치 휴게소
고기 삼거리의 '가을 풍경'
지리산과 백두대간
다음은 태풍과 함께했던
2006년 만복대 산행의 글
산산...
이젠 '산산이' 부서져 동해 멀리서 소멸 된 제 13호 태풍.
그 태풍의 실체와 직접 맞닥뜨린, 혼자라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그런 억척 산행이었다.
47년전 사라호가 한반도를 강타. 엄청난 피해를 입힌 같은 날이라는 9월 17일.
난, 이 '산산'이란 이름의 태풍과 함께 지리산의 만복대를 넘었다.
산을 넘으며 판쵸우의 후드를 때리는 바람소리,빗소리,산죽과 나무들의 울부짖음을 고스란히 듣고 느끼며...
걸으며...예전 강우석 감독의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란 영화 제목이 떠오르며
비구름 거느린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용 한 마리와 함께 산을 넘는다는 상상도 했다.
이 산을 오르기 전 날, 충북금산과 전북 완주의 경계에 서있는 선야봉이란 아주 호젓한 산을 올랐지.
이 날도 비가 올듯올듯 하면서도 오히려 등산하기 딱 좋은 날씨였으나 비는 오지 않았지.
그러나 지리산행은 혹시나~ 하는 그런 행운은 기대하기 어렵게 온갖 매스미디어에선 태풍주의보 예보.
성삼재까지 5시간의 이동 중 비가 조금씩 뿌리기 시작하는데, 11시까지 도착하면 지리산 입산은 시켜준단다. 지리산 IC를 빠져나와 산내면 덕동리 근처에 이르자, 버스 안에선 벌써부터 비닐, 오버트라우져, 스패츠등... 각종 방수용으로 갈아입고 태풍과 맞설 결의로 가득하다.
목적지 도착 시간은 12시 였으나 다행히 입산은 허용되었다.
처음엔 비바람이 생각만큼 거세지 않았다.
그러나 갈수록 심해지는 거친바람.
작은고리봉 넘어 묘봉치의 헬기장에서 팀을 기다린다.
그저 앞사람의 등산화 뒷꿈치만 보고 걷다보니 난 팀에서도 이탈했고 또한 내 앞 뒤로 아무도 없다.
팀을 기다리며 서 있자니 바람에 몸이 날아갈 듯 하여 서 있기가 힘들다.
"안되겠다 그냥 걷자~" 하고 한 발 한 발 옮겨, 지리산의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다는 만복대(1,438)에 이른다. 억새가 절경이라던 이곳은 비바람과 안개에 묻혀 시야는 제로. 만복대의 돌무덤에 몸을 숨겨 미숫가루 한 모금 마시는데도 뺨을 때리는 산산의 긴꼬리는 매섭다.
"오늘 어쩌다 단독 산행이 되 버렸군." 생각하며 다시 혼자 걷는다.
오르고, 내리고, 미끄럽고... 판쵸우의까지도 파고드는 비바람.
드디어 정령치 휴게소.
안온한 쉼터가 있다는, 그리고 목적지가 얼마 안 남았다는 심리적 안정... 휴게소야~ 너 참 반갑구나!
화장실 가려 밖을 나가니 수풀등의 막힘이 없어선가 몰아치는 산산의 위력이 대단하다.
커피 한잔으로 원기 추스리고 밖에 나오니 땀이 식어 춥다. 이럴땐 빨리 걷는 게 상책.
큰고리봉을 지나 고기리쪽으로 내려가는데 급경사 지역. 비를 머금은 진흙은 눈보다 더 미끄럽다.
점점 내려갈수록 군데군데 이번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들인진 모르겠으나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는 나무들을 타고 넘으며 한참을 내려가니 길은 점점 더 순해지며 바람 소리도 한결 작아지고 내가 타고 온 버스가 보인다.
이미 푸른 천막의 베이스캠프에선 감자 수제비가 보글거리며 끓고 있고~
평소엔 손도 안댔던, 멸치국물 우려내고 건져낸 왕멸치도 구수하고 맛있다.
비와 땀에 젖어도 모두들 태풍 속을 뚫고 이겨낸 성취감으로 뿌듯한 얼굴들. 유격 마친 병사들 처럼 눈빛들이 빛난다.
폭우로 탁해진, 콸콸 넘치는 지리산 계곡 물로 몸 씻고 서울로 올라오다 뉴스를 보니, 우리를 때려댔던 산산은 초속중심 47미터 강풍의 위력으로 일본을 강타하고 있더라.
일생에 또 다시 이런 일을 겪게될까? 영원한 추억으로 자리매김 할 16.2킬로의 멋진 지리산행!
(2006년 9월 21일)
*카메라가 비맞아 습기 먹었슴다, 하여 디카 망가짐.
첫댓글 요즘 공인 등산모는 노스페이스를 써야 하나 봐? ㅎㅎ 또 새로운 산을 알았네, 감사.
만복대 정상에 선 성오와 명진이의 모습이 마치 논산 훈련소 젊은 조교들을 연상시키는구나. 젊음을 안으로 밖으로 표현하는 산 사나이들... 난 무릎을 다쳐서 몇일전에 MRI 찍고 근신중... 위의 모습이 모두 그림의 떡....
명진인 안올라가본 산이 없는거 아닌가? 기모는 무릎을 어케 다친거야? 어여 회복되길...
능선이 사람 등뼈같네..멋지다 근데 기모는 어째길래 무릎팍이?? 헛다리 짚은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