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음의 마지막 날이로구나.ㅋ
오늘이 지나면 법적으로 일흔 살이 되니
인간은 멀어지고 귀신은 가까워 혼잣말이 늘겠구나.
단축마라톤을 같이 뛴다거나
함께 바다를 보며 술잔 부딪고
악기와 삶의 얘기를 나눌 분들은
애초부터 없음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러함에도 내가 글을 올린 까닭은
옛 인천정악모임의 날들이 떠올라서야.
칠판 년 전까지는 낭만이 넘쳐 났었지 :
모임 후 뒤풀이 현장에서의 독주.
때마다 떠나던 일박이일의 단합모임.
사람과 사람 사이로 따스하게 흐르던 숨결.
세월과 시대가 이리 빨리 변하고 흩어지는 게 신기해.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이 되는 그런 화학적 변화이기에
돌려지지도 않고 돌아갈 수도 없는 추억밖엔 없는 거야.
추억, 좋은가? 아냐, 슬픈 거야.
추억은 현재가 없는 과거의 확인이며
애써 즐거움만 남기고픈 무의식의 왜곡이지.
앞이 없는 늙음의 전유물이거나 패자의 한탄이야.
지금, 여기; 이것 외에는 믿지도 기도하지도 마.
추억 따위는 버리고 즐거운 현재를 만들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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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허리가 아파 걷지도 못하던 나이지만
10킬로를 완주하려는 계획은 쉽게 달성할 거야.
다리는 문제 없고, 허리는 뛰고 나서 보름쯤 앓으면 돼.
가파르게 뛰며 내 현재의 한계를 알아낸 후의 극복이 나를 키워줄 것이야.
악기? 악기는 노리개이거나 치레걸이일 뿐이야.
악기가 영혼을 구제해주거나 삶을 풍성케도 못했어.
전문가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소리를 어디에 써먹겠어.
악기는 내 울타리 안에서 조화롭게 울리면 되는 거야.
그 안에서 같은 마음이기에 같은 기운으로 우는 감응의 떨림으로
가슴의 화폭이 곱게 물들어가는 심미안의 붓질로 행복한 것이야.
그러하기에 소리의 질이나 진보의 걸음을 멈추기로 했어.
멈추면 보이고 들리지; 깨어있기, 알아채기.
악기마다의 미묘한 흐름을 느끼며
빠져들다가 문득 깨어나
없는 나를 찾기,
공(空)!
악기; 나를 울려 너마저 울리려다가, 한갓 바람의 나부낌이었느니.
삶을 건너는 방편이지 목적은 아니잖아.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리듯, 삶을 건넜으니 버려야지.
내 손에 아직 악기가 놓인 까닭은 의미를 찾던 청춘이 장년을 건너
늘그막까지 간직했던 오래된 애환을 어루만질 뿐이지 어찌 소리를 탐내겠어?
공(空)임을 알아 공을 거닐면
공일진대 괴로움이 일지 않아
자유롭고 행복하다더군. (허망할 듯하지만 믿기로 했어)
이생에 못 이루면 어때? 바람으로 열 번쯤 윤회해도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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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악기의 벗들이여, 열정으로 몰입하여 날마다 새롭기를 바라.
울다가 웃다가, 사랑하고 배반하고, 아파하고 더욱 아파해야
희미하게라도 인간이 오래 찾던 “그 길”이 보이더군.
많이 아파도 애통하진 말기, 꽃은 아픔에서 피어나니까.
성스러운 ‘도량’은 산속 아닌 사람 나부끼는 저잣거리에 있더군.
그러니 뜻한 소리 있다면 지극한 정성 쏟아보시게.
타다가 가끔 멈추곤 켠 소리를 허공에서 잡아내면
발산한 내 소리가 다시 내게로 들어오는 향(響).
때마다 멈추어 이런 ‘알아챔’의 수행이 쌓이면
가슴의 바람이 어느 그물에도 걸리지 않고
가득한 눈 속에 숨은 오늘의 봄바람처럼
공(空) 속에서 꽃망울 툭툭 틔울 거야.
귀에서 정박하던 그대의 악기를 깊게 내려
가슴에 묵혔던 “참나”의 씨앗을 틔우길 바랄게.
악기는 목적이 아니야, 행복에 이르기 위한 도구지.
세상 울다 가는 것. 악기보다 울기 좋은 재료는 없지.
행복하시게, 즐거우시게, 찰나마다, 그 자리에서.
그림자만 남은 나, 조금 늦었지만 없는 나를 맞으러 간다네.
버려야 할 언어를 올리는 까닭은 한때 향기를 품었기 때문이야.
모두가 따스했기에 고맙고, 아름다웠던 눈빛들로 시력이 흐려지네,
많은 이를 아프게 한 죄는 공(空)을 체득할 때까지 참회하며 홀로 걷겠네.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소리로 만나진 못해도
가슴 한 잎 바람에 띄워 보내니
님의 노란 대금 잔에 댓잎으로 내려
죽엽청, 죽엽청; 푸른 소리로 울었으면 좋겠습니다.^^
버릴래야 버릴 것이 있어야 버리지. 해놓은 것이 없어서 버릴 것도 없는 무능한 자는 버리려는 고민도 할 것이 없지.
봇물 터지는 빠달님의 감성의 글감들은 미처 손가락이 감당을 못하고 철철 넘쳐흘러 무한 허공으로 날립니다, 허공되어 흩날리는 어느 찰나에 턱! 놔버리시고
대도를 이루시리라 짐작됩니다.
버릴 것이 많으심은
큰 도인의 자질을 키워오신 수행이셨지요.
함이 없이 다 하시는 무위도인의 마음으로 편한 칠십 이후의 삶을 축하드립니다.
팔십도 분명 오고야 맙니다 (합장)
이제야 삶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내가 아닌 너로 살아왔던 삶.
자아 없던 삶을 느낍니다.
사람이 본디 공인데
공임을 모르는 무지이다가
공임을 서서히 느끼는 요즘에는
공을 사무치게 깨우치기 위해... 작은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악기는 내 걸음을 따르는 발자국 소리이고
합주는 독경의 운율을 따르는 목탁소리이니,
정념正念으로 생각을 멈추고, 정정正定으로 깊어져
나를 지배하는 주위를 찰나마다 끊어내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편해지네요, 왜 내가 너로 인해 아팠는지....
이젠 늙음도 병듦도 사망도 편해지네요.
홀로가 무리보다 즐거운 걸 왜 진작 몰랐을까.
너 보라고 자연의 꽃은 피는 게 아님에도,
너 보라고 나의 꽃을 억지로 피우던 나.ㅠㅠ
새는 날아도 발자국 없느니
세상의 법은 공空 하나더군.
합장~
@빠른달팽이 편하옵소서
나이듦의 편안함도 시절인연으로 헐덕임이 없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