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챈스(1루수)-조 팅커(2루수)-자니 이버스(유격수)로 구성된 컵스의 철벽내야진은 '팅커는 이버스에게, 이버스는 챈스에게(Tinker to Evers to Chance)'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면서 팬들에게 '4-6-3 더블플레이'의 매력을 일깨워줬다.
비록 이버스와 팅커는 시즌 내내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나빴고, 언론에 의해 과장된 면도 없지는 않았지만, 컵스의 자랑임에는 분명했다.
철벽내야진이 모데카이 브라운을 필두로 한 투수진을 보좌하는 동안 컵스는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1906년 116승(36패)으로 단일시즌 역대 최다승이자 최고승률(.763)을 올렸으며, 1908년까지 3년간 역대 최다인 322승(136패)을 쓸어담았다. 이 내야진은 1911년 이버스가 후보로 밀려나면서 10년만에 해체됐다.
1909년, 이번에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0만달러짜리 내야진'이 구축됐다.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현 오클랜드)의 에디 콜린스(2루수)-프랭크 베이커(3루수)-잭 배리(유격수)가 그 주인공들. 특히 이들 셋은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학 출신들로 유난히 대졸자를 우대했던 코니 맥 감독의 자랑거리였다.
결성 2년째인 1910년 어슬레틱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며, 1914년 급작스런 '점포정리 세일'이 있기 전까지 월드시리즈에 4번 올라 3번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최고액 연봉자들로 구성됐던 탓에 유효기간은 단 5년이었다.
1,2,3루수에 유격수까지 4명 전체가 포함된 역대 최고의 내야진은 단연 70년대의 LA 다저스. 스티브 가비(1루수)-데이비 룹스(2루수)-빌 러셀(유격수)-론 세이(3루수)로 구성된 다저스의 '황금 내야'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강이자 최장(最長)의 내야진으로 1973년에 구축, 무려 1981년까지 이어졌다. 탄탄한 수비와 결정적 한방을 자랑했던 이들은 다저스 투수들에게는 다저스타디움 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2004년. 이번에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황금 내야'에 도전한다. 마크 텍세이라(23·1루수)-알폰소 소리아노(28·2루수)-마이클 영(27·유격수)-행크 블레이락(23·3루수). 명실공히 30개팀 중 가장 젊고 가장 전도유망한 내야진이다.
비록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가 될뻔 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이적)와 500홈런-500 2루타의 라파엘 팔메이로(볼티모어 이적)가 빠지긴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훨씬 젊어지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게 됐다.
소리아노는 역대 4번째 40홈런-40도루에 3번째 도전을 한다. 첫 시즌에 26홈런을 날린 텍세이라는 1루수를 확실히 보장받고 40홈런을 노린다. 지난해 최정상급의 2루수로 도약한 영은 유격수로 자리를 옮겨 로드리게스가 빠진 내야수비를 진두지휘한다. 블레이락에게도 '제2의 조지 브렛'이라는 대단한 도전 과제가 있다.
젊고 싼 내야진은 엄청난 축복이다. 마운드 재건에 전념해야 하는 텍사스에게는 더욱 그렇다. 내야수에 비하면 외야수들은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