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횟집 외 1편
손세실리아
자연산 횟집 물고기의 주둥이는 죄다 기형이다
희고 뭉툭하다 난바다에 두고 온 것들 잊지 못해
강화 유리를 향해 전력 질주한 탓이다 사나흘 미친 듯
치받고 날뛴 후에야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온순해진다는
그리움이라는 수조에 갇혀 돌진하던 시절 있었다
오래 전 일이라 여겼으나 여전히 우둘투둘하다
통점투성이다 이것들 모 하나 없이 무뎌지려면
깊고 푸른 심해를 몇 겁이나 거슬러야 하는 걸까
까무러쳐야 하는 걸까
저기 오체투지로 해안에 이른 몽돌과
바람의 집
사슴벌레의 길
황조롱이 둥지
말끔히 비워내고 불구(佛具)가 된
개살구나무 목탁의 목피를 보라
숨구멍 하나 없다 무난하다
자식 버리고 팔자를 세 번이나 고쳤다는
횟집 여자 관상이 예사롭지 않다
도마 위 광어 미동도 없다
나를 울린 마라토너
다시 태어나도 아빠와 결혼하겠느냐는
아이의 질문에 한참을 묵묵…… 하다가
다른 건 몰라도 너랑은 만나고 싶어
에둘러 답했더니
자긴 안 된다며 난감해한다 이유인즉
이 십여 년 전 출전한 마라톤 대회에서
있는 힘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란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자
우승 부상이 엄마인 이유로
필사적 질주 끝에 월계관은 썼지만
그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숨이 차고
무릎도 써금써금하다며
이런 몸으로 재출전은 무리라 너스레다
만일 선두자릴 내주기라도 한다면
그땐 엄마와는 남남일 거 아니냐
장남삼아 낄낄대다가 돌연 정색하더니
그럴 바엔 차라리
지구별에 다시 오지 않는 편이 낫겠다며
끝내 눈물바람이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고백에 울컥해져
이 풍진 세상에
여자의 몸으로 와
여자를 낳은 일이야말로
내 생애 가장 잘한 일이라고
다만 속으로 속으로만 되뇌는
―손세실리아 시집, 『꿈결에 시를 베다』 (실천문학 / 2014)
손세실리아
전북 정읍 출생. 2001년 『사람의문학』과 『창작과비평』 등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기차를 놓치다』『꿈결에 시를 베다』. 산문집 『그대라는 문장』. 중3 국어 교과서에 시 「곰국 끓이는 날」 수록. 제주에서 책방카페 ‘시인의 집’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