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江湖)에 봄이 드니 미친 흥(興)이 절로 난다.
탁료계변(濁醪溪邊)에 금린어(錦鱗魚)ㅣ 안주로라.
이 몸이 한가(閒暇)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강호(江湖)에 녀름이 드니 초당(草堂)에 일이 업다.
유신(有信) 강파(江波) 보내니 람이다.
이 몸이 서음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강호(江湖)에 이 드니 고기마다 져 잇다.
소정(小艇)에 그물 시러 흘리 여 더뎌 두고,
이 몸이 소일(消日)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강호(江湖)에 겨월이 드니 눈 기픠 자히 남다.
삿갓 빗기 쓰고 누역으로 오슬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니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강호에서 자연을 즐기며 한가롭게 지내는 삶을 노래하며 이를 임금의 은혜와 결부시켜 표현한 조선 전기 강호가도의 대표적 작품이다.
춘사(春詞)에서는 흥겹고 한가한 풍류적 생활을,
하사(夏詞)에서는 강바람을 맞으며 초당에서 한가롭게 지내는 강호의 생활을,
추사(秋詞)에서는 작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며 소일하는 즐거움을,
동사(冬詞)에서는 설경을 완상하며 유유자적하는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자연 속에서의 즐거움을 각 계절마다 한 수씩 읊으며 안분지족하는 은사(隱士)의 모습을 보여 준다. 각 연의 끝 구절인 ‘역군은이샷다’는 작자 미상의 ‘감군은’이나 송순의 ‘면앙정가’ 등에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임금에 대한 신하의 충의(忠義) 사상과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사대부들의 소망을 반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