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서울에는 현재 LG와 두산이 연고구단으로 있다. 두 구단이 연고지인 서울에서 타 연고지 구단보다 먼저 지명하여 계약할 수 있는 1차 지명 대상자는 단 한명뿐.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에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 중 1차지명자를 배출하는 것은 커다란 영광일 수 있다.
1953년에 창단되어 프로 초창기인 80년대만 하더라도 별다른 선수들을 배출하지 못했지만 90년대부터 차명석, 최태원, 강병규(이상 은퇴), 박종호(삼성), 권용관(LG), 최경환(두산) 같은 좋은 선수들을 배출해낸 성남고가 2000년대 들어 초고교급 선수들을 양산하며 최근 4년 동안 무려 4명의 1차지명 선수를 배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002 LG 1차지명 김광희
성남고 재학 시절, 당시 초고교급 선수로 명성이 자자했던 진흥고의 김진우(현 기아)와 항상 전국대회에서 자웅을 겨루던 좌완 투수였다. 계약금을 3억 2천만원이나 받을 정도로 팀에서는 큰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까진 '먹튀'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140km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 이하의 구속으로 인해 1군 무대에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투수 대신 타자로 전향을 했지만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팀 이탈 파문을 일으키다 작년 시즌 막판에 처음으로 1군 무대에 등장한 그는 6경기에서 9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올 시즌은 2군에 머물고 있다. 16경기에 출전한 현재 타율 0.212, 홈런 1개, 타점 3개에 그치며 아직까지 타자로서 성장이 쉬워보이진 않아 보인다.
2003 LG 1차지명 박경수
두산과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 끝에 계약금 4억 3천만원이라는 거액으로 영입에 성공한 박경수는 신인이던 작년에는 기대만큼 활약을 보이진 못했지만 2년 차인 올 시즌은 자신의 명성에 걸 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남고 시절 당시 팀 '제 2의 이종범'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1번타자와 유격수에서 탁월한 기량을 보였지만 프로에 와서 고교 선배 권용관의 벽을 넘지 못하고 2루로 전향을 하였다.
현재 어깨부상으로 2군에 있지만 20경기에서 타율 0.319에 도루 4개를 기록하며 1번 타자로 빼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전성기의 유지현을 빼닮은 재치 있는 플레이로 LG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향후 LG를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선수로의 성장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2003 두산 1차지명 노경은
두산이 박경수를 LG에게 빼앗기며 차선책으로 한 지명이었지만 노경은 역시 성남고 시절 대단한 활약을 하였던 투수였다. 송은범(SK), 김대우(고려대)와 고교 랭킹 1위를 다투었던 노경은은 입단 당시 두산 고졸 투수 최고 계약금인 3억 5천만원을 받을 정도로 팀에서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 받는 유망주다.
작년 시즌 막판에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하여 145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바탕으로 3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올 시즌 시작부터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하였지만 부진한 모습 끝에 결국 2군으로 추락하였다. 5월 초에 다시 1군에 합류한 그는 현재 선발이 아닌 중간계투로 컨디션 조절 중이다. 아직까지 큰 활약은 없지만 차세대 두산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할 기대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2005 LG 1차지명 박병호
휘문고 에이스 김명제가 계약금 6억원이란 예상 밖에 고액으로 두산행이 결정되어 다소 김이 새었지만 2005시즌 LG의 1차지명으로 결정된 성남고 거포 박병호의 능력 역시 대단하다.
고졸 야수로서는 고액이라 할 수 있는 3억 5천만원을 받고 일찌감치 LG행을 결정지은 그는 지난 대통령기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2학년 시절부터 이미 박윤석(휘문고 3), 유명환(서울고 3)등과 서울지역 타자 랭킹 1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 재목이었다.
현재 주 포지션이었던 포수자리를 동기 김현중에게 내주고 1루수를 맡고 있는 그가 프로에서 과연 어떤 포지션으로 나설지 벌써부터 관심을 끈다. 조인성이라는 확실한 주전포수가 건재하고 이성렬(효천고 졸. 2003년 입단)이라는 유망주 포수가 무럭무럭 커가고 있는 상황에서 최동수, 홍현우 그리고 제대해서 복귀할 서용빈이 다투게 될 1루수 자리가 현재로서는 훨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연 그가 오랜 LG의 숙원 중 하나인 대형 우타자로 성장할 지 기대를 모은다.
민태기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