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돌리기
최 병 창
중심 잡기가 쉽지 않은 건
순전히 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이란다
아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반전이란 몸통이 때론 성가시고 귀찮아서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차명으로 목숨을 대신 살아달라면 살아줄 사람 몇이나 있겠는가 모르고
있거나 알아서 한다는 말도 믿을 수 없는 말 고약스러운 건 꼭 닮고도
남는단다
가끔씩 마음 한편을 꽃무늬벽지로 도배도 하고 식탁 한 편에 노란
장미꽃을 꽂아 놓고도 싶다 그래서인지 빈자리는 남아돌아도 붙박이는
여지없는 복지부동이지만 배달의 민족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반쪽 얼굴이 팔자에도 없다는 미운 일곱 살처럼 성한 그릇 하나 챙기지
못했다 집중이 안되면 중심도 돌아가지 않는 법 멈춰있는 온몸의 그늘이란
상심하고 있다는 아픈 소리라 떼를 쓰는데
집중이 안되면 중심도 흩어지는 법 접촉사고도 사고니 만치 눈을
깔고 뒤집어지는 것도 순간이지만 그래도 풍차는 돌려야 한다 부지런히
돌려야 한다
장마에 아웃사이더들이 온몸을 난도질당했다 그뿐이랴 눈물과 한숨도
떠내려가고 한참 동안을 막다른 강물에 온몸을 깊이깊이 나눴단다 풍차가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심을 못 잡으면
일상이란 이름은 떠나가야 하는 것
아는 척도 하지 않는
자전과 공전이란
지구의 또 다른 풍차 돌리기였으니.
< 2021. 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