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이 쌓아올린 아메리카들소(Bison) 해골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두 남자 사진은 흔히 미국의 식민지화 기간 자행된 사냥의 잔혹함을 고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한결 더 잔인한 뒤안, 더욱이 현대에까지 이어진 놀라운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영국 BBC가 지난해 12월 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기사를 주말 용으로 다시 홈페이지 전면에 배치해 눈길을 붙들었다.
검정색 정장에 중절모를 쓴 두 남자를 담은 이 사진은 1892년 미시건주 루이지빌에서 발견됐는데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동시에 이 사진은 더 어두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 해골은 그냥 미국에 넘쳐나던 사냥의 산물만은 아니며, 심지어 두 남자는 사냥꾼도 아니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해골들이 들소 박멸을 위한 조직적인 캠페인을 위해 주의깊게 수집됐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원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자원을 모조리 빼앗겼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여 살아남은 원주민들을 새로 도착한 백인 정착민들이 통제할 수 있는 소규모 보호구역으로 몰아넣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것이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 원주민 연구 학부(faculty) 조교수이며 크리(Cree)족 영화감독인 태샤 허바드는 "이 사진은 식민지 파괴 행위를 찬양하는 예"라며 들소를 끝장내는 일은 식민지 팽창의 전략적인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동물들을 박멸하는 일은 "서부를 길들여 정착촌을 팽창시키기 위해 야생 공간을 집안으로 바꾸는 과정으로 비쳐졌다"는 것이다.
들소를 집단 살육한 것은 이 동물에 생존을 의지한 부족들에게 가한 마지막 일격이었다. 이에 따라 들소들에 의지해 생존해 온 부족들은 그렇지 않은 부족들에 견줘 훨씬 더 열악한 생존 여건에 내몰렸다. 예를 들어 아동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는 것이 비교 연구 결과 드러났다. 연구 결론은 그 영향이 오늘날까지도 확연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몇 세기나 들소들을 사냥해 왔다. 바이슨 네이션스(nations, 원주민들의 보호구역)에게는 유목민 문화가 있었으며 먹을 거리는 물론, 움막이나 옷, 도구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 왔다. 이 대목에서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아메리카들소와 버팔로(buffalo)는 엄연히 다른데 초기 (백인) 정착민들은 곧잘 혼동했다. 기사의 맥락을 살폈을 때 버팔로는 들소 만큼 쓸모가 많지 않은 것 같다.
허바드는 북아메리카를 통틀어 원주민들은 모두 동물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이맛돌(keystone) 동물 종이 제거되는 일은 원주민들이 굶어죽기 쉽게 만든다. 우리를 통제하려고 우리 땅에서 우리를 제거하려고 그런 것이다."
이렇게 들소는 쓸모가 다채롭게 많았지만 원주민 사냥꾼들은 일 년 내내 10만 마리가 안 되는 개체만을 사냥해 1800년대 초반 3000만~6000만 마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1889년 1월 1일 미국에는 순종 들소가 고작 456마리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중 256마리는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한 줌 밖에 안 되는 보호구역 안에 갇힌 상태로 있었다.
이렇게 들소의 집단 살육이 가능했던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세 군데 철도 노선이 들소들이 많이 사는 곳을 지나갔다. 현대식 라이플 소총의 성능이 개선됐다. 사냥을 제한할 수 있는 보호 장치가 부족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유보다 더 사악한 것은 이 동물을 박멸하겠다고 작정한 것이었다. 여기에다 정착민들도 들소의 고기와 가죽이 필요하게 됐다.
트랜스컨티넨탈 철도가 1869년 완공됐을 때 들소 멸종은 박차를 가하게 됐다. 1871년 펜실베이니아 제혁소(tannery)는 들소 가죽을 무두질해 상업용 가죽으로 만드는 기법을 개발했다. 이렇게 되자 가죽 사냥꾼들이 몰려들어 중앙 평원의 들소 떼가 "급격히 희귀해졌다"고 한 연구는 지적했다.
이렇게 해서 미시건 카본 워크스(Carbon Works)란 뼈 제련 공장에 들소 해골 산더미가 쌓인 것이었다. 이곳에서 들소 뼈들은 숯으로 만들어 설탕업계는 당분을 정화하는 필터로 사용했다. 뼈들은 또 접착제와 비료로 쓰였다.
서부 군 지도자들이 원주민들의 자원을 근절하기 위해 병사들에게 들소 사살을 명령했다는 것은 많은 기록으로 남아 있어 입증된다.
하지만 여전히 논쟁의 여지는 있다. 어떻게 사냥꾼들이 3000만~6000만 마리의 들소를 사냥할 수 있다는 것인가? 해서 2018년의 한 연구는 감염병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당시 두 가지 질환이 미국을 휩쓸었는데 네브라스카와 텍사스의 탄저병(anthrax)과 몬태나의 진드기 열(tick fever)이었다. 이렇게 해서 수천만 마리의 동물들이 한꺼번에 스러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됐든, 들소 개체수는 그 뒤 절대로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으며 이 종은 지금도 멸종 근접 종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들소들을 그레이트 평원에 되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다. 이들이 평원의 생태계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2023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했는데 미국 전역에 들소를 복원하는 데 2500만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더 작은 노력도 이미 진행 중이다. 1000 마리의 들소가 비영리 환경단체 네이처 칸저밴시(The Nature Conservancy)가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곳에 돌려 보내기 위해 길러지고 있다. 몬태나주의 복원 프로젝트는 5000마리의 들소를 평원으로 돌려보내려 하고 있어 여러 부족이 전국야생연맹(NWF)과 협력해 250마리의 들소를 자신들의 땅에 돌려놓았다.
들소 해골 산더미 사진 뒤에 있는 메시지는 시간이 갈수록 잊히고 있다. 그저 과거에 대한 슬픔을 느끼게 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환경과 우리 삶을 부정적으로 만든 식민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시건 대학 미국 원주민 연구 학과의 부교수이며 오클라호마주 촉토(Choctaw) 네이션의 멤버인 베타니 휴즈의 말이다. "이 사진은 산물을 소비하는 일이 식민지 머신을 끄는 엔진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을 비인간화하거나 살아있는 존재를 '천연자원'으로 여긴다면, 당신은 스스로의 인간성 부족과 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오해를 드러낸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진행 중인 문제이기 때문에 대중과 공유해야 할 중요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