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나주역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작년 가을 무렵으로, 그 전까지만 해도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문화재들만 있는 줄 알았으나
우연찮게 옛 나주역도 문화재라는 글을 보고서 실제로 알아본 결과 국가에서 지정한 것은 아니지만
전라남도에서 기념물로 지정한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미처 답사하지 못한 철도 문화재 1곳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옛 나주역사의 경우 2000년에 지정되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 등록문화재인 철암역두 선탄시설보다 3년 일찍 지정된 것이었으며, 1984년경에 지정된 옛 서울역사 다음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지정된 철도 문화재였던 것이었다. 또 유일한 지방자치단체 지정 철도 문화재이기도 했다.
호남선이 개통된 후 2001년 송정리(지금의 광주송정)~목포 복선화 공사로 지금 위치로 옮겨가기까지 실제로 90여년 동안 이 자리에 있었다. 1929년 우리나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한획을 그었던 민족운동의 하나였던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진원지로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곳에서 한국인 여학생을 성추행한 일본인 중학생과 피해 여학생의 오빠였던 한국인 고등학생 사이에서 충돌이 빚어졌고 그 충돌은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을 도화선을 당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역 건물은 맞이방 부분에 맞배지붕이 있고 왼편 역무실 공간과 창고로 가면서 평면지붕이 나 있고,광장 출입구와 구내 쪽 앞에 나무
구조의 캐노피가 설치되어 있다. 광장 출입구 캐노피의 경우 매표실 앞~건물 맨 오른쪽 끝까지 나 있고, 구내 출입구 캐노피의 경우
조정실에서 역 건물으로부터 돌출되어 있는 개표구까지 설치되어 있다. 개표구가 역 건물보다 좀 더 오른편으로 돌출되어 연장되어 있는 형태인데 이는 도경리역과 옛 곡성역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구내 쪽 캐노피의 경우 조정실 ~ 개표구 반대편에도 설치되어 있어 조정실에서 개표구와 맞이방 반대편에 있는 숙직실과 창고 앞까지도 설치되어 있다. 조정실 양쪽에 모두 캐노피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 특이할 만하다.
옛 나주역은 전국 철도역 문화재들 가운데 유일하게 역무실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기존 역사(驛舍) 문화재의 경우 실제 영업중인 역의 역무실을 들어갈 때 무언가 물어볼 목적으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답사 목적으로 둘러보거나 사진을 남기는 것은 불가능하고, 역무원이 없는 여객취급 중단 내지 무배치역의 경우에도 역무실 문을 잠그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 필자의 경우 하고사리역과 가은역 역무실까지 답사했지만 폐역 상태에 우연히 역무실 출입문이 열려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두 역은 역무실 출입문이 잠겨져 있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061-334-5393)에 미리 연락해서 요청하면 담당 직원 분이 열쇠를 가지고 역무실 출입문을 열어주셔서 볼 수 있게 해주신다. 본래 완전 개방 형태로 하였으나 역 안의 물품들이 훼손되거나 없어지는 일이 생기자 부득불 이런 방식으로 개방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상시 개방중인 맞이방을 거쳐 구내 앞으로 들어와서 역무실 출입구를 통해 들어가게 되었다. 역무실을 다 보면 다시 문을 잠그어야 하니 연락해줄 것을 당부하시고 담당하시는 분은 떠나셨다.
역무실은 광장 쪽으로 나무 창틀이 깔린 수직창 3개가 있고 창 앞으로 역장석이 있다. 역장석 앞으로 직원석 4개가 역무실 가운데에 붙여져서 있으며 직원석 앞으로는 조정실로 나주역 인접역인 노안, 다시역과 연락할 수 있는 통표폐색기가 양쪽에 놓여 있고 통표폐색기 사이에 철제 책상 하나가 있는데 위에 통표걸이 2개가 놓여있다. 노안역 폐색기에는 전화로 열차운행 관련 협의를 하는 역무원 인형이 놓여 있으며, 조정실 창문은 직사각형 창으로 되어 있다. 역장석 - 직원석 양쪽으로는 각각 매표실과 철제 캐비넷, 문서함(역장석에서 맞이방 방향으로 위치)등이 있고 액자, 숙직실, 문서창고 출입문, 철제 캐비넷(매표실 반대편에 위치) 등이 있다. 역무실 출입구에는 업무 상 내용을 기록하는 칠판과 역무원 모자 보관함, 거울이 있다. 역장석에는 나무 의자에 앉아 영어공부를 하는 역장님 인형이 있고, 직원석에는 자리마다 책꽃이가 있고 가운데에 필기구와 역무 관련 도장 물품이 있다. 책꽃이에는 나주역에서 기증한 규정집, 운전관계규정, 열차운전시행규칙, 안전. 보건. 환경 법령자료집, 취약개소안전관리현황, 철도청 순천지역본부사, 철도용어사전 등이 놓여져 있었다.
매표실에 들어가면 매표실 창문과 붙어 있는 선반이 설치되어 있다. 선반 아래에는 보관함 두 개가 달려 있고
선반 가운데에 매표 업무를 하는 역무원 인형이 나무의자에 앉아 매표 관련 도장을 찍고 있다. 역무원 인형 왼쪽에는 열
차시각표 액자와 매표 관련 물품과 기자재, 필기구, 전화 등이 놓인 철제 책상 하나가 있고 오른쪽에는 승차권 보관함과
세로 길이가 짧은 철제 캐비넷, 직사각형 창문 하나가 있다. 승차권 보관함에는 광주 ~ 목포 구간 주요 정차역별로
칸이 나뉘어져 있다. 위에는 일반 승차권이 아래에는 노소와 보통입승 승차권이 있고 동목포역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맨 아래서 두 번째 윗칸에 실제 통일호 에드몬슨 승차권이 놓여 있는 것을 제외하고 모두 복원,
재현한 비둘기호 승차권들이 놓여 있다.
역무실에서 나와 맞이방 입구로 들어가면 승차권을 가위로 자르며 검표 확인을 하는 역무원 인형이 출입구에 서 있다. 역무원 인형 반대편 정면에 광장으로 나가는 출입구가 있고 출입구 문은 나무로 되어 있고 위에 여닫이 장치가 있다. 역무실 쪽으로 표 사는 곳이 있고 표 사는 곳 위에 2001년 이전하기 전 당시의 열차시각표와 열차운임표가 그대로 걸려 있다. 표 사는 곳 창문은 직사각형 창문이고, 표 사는 곳 공간 양쪽으로 나주역에서 기증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광장 출입구 쪽 전시물에는 철도청 공보, 통표, 수신호기, 전령사 완장이 있고, 구내 출입구 쪽 전시물에는 한국철도 100년 자료집, 구간도장, 무궁화호 지공승 승차권과 통일호 에드몬슨 승차권, 함평역 입장권, 통지낭(표를 담는 용기)가 있었다.
표 사는 곳 반대편으로 나무 의자가 벽면을 따라 'ㄷ'자형으로 있고 'ㄷ'자형 나무의자 사이 공간 가운데에 등을 마주 대며 앉게 한 나무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표 사는 곳 반대편 정면 벽은 수직창이었고 측면 벽은 직사각형 창이었다. 창문 사이로 옛날 영화 포스터와 반공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데 60년대 모습을 재현한 것이라 한다. 광장 출입구에는 새 주소 표지판과 관람시간과 연락처 안내판, 옛 나주역사 안내판이 있었다. 역 건물 안 곳곳에 옛 나주역의 사진과 영산포 포구 옛 모습 사진을 담은 액자들이 걸려 있다.
옛 나주역사의 곳곳을 모두 보고 답사를 마침으로서 세 번째 우리나라 철도 문화재 전체답사완료를 이루었다. 하지만 어쩌면 등록문화재들보다 더 일찍 지정된 문화재를 답사했으니 진정한 우리나라 철도 문화재 최초 전체답사완료를 이룬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철도 문화재는 62개이고 작년 8월 전차 381호를 마지막으로 추가 지정은 동결(???)된 상태에 있으나 물밑으로(?) 철도 문화재 후보군이 20~40여곳 정도 거론되는 중에 있다. 왠지 머지 않아 새 철도 문화재를 맞이할 것 같고 나도 그렇게 멀지 않은 때에 '한국의 철도근대문화유산 62'를 올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은 옛 나주역사에 대한 설명으로 개요는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설명은 옛 나주역사 안내판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