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
수경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겨울과 연애
이별과 봄
어둠과 빛을 대척점으로 두고
밤새 밤은 팽팽했다
핀셋이 빛 한 점을 잡아당기자
왼발은 사랑 쪽으로 다시 기울고
계절의 균열도 밤의 심리에서 비롯된다
대략 토마토
함부로 익지 않습니다 수정벌로 수정해도 굳이 읽히지 않습니다 무기이거나 비문은 토마토입니다 아픈 사람들은 토마토 던지기라는 축제가 생긴 이후에 뒤집어쓰곤 합니다 아픔을 아품이라고 슬픔을 슬품이라고 합니다 익을 수 없는데 읽혀야 하는 취업준비생처럼 푸른 토마토를 던지며, 사용과 비사용 사이엔 여지없이 비가 내리고 고용주와 취업준비생 사이에는 한쪽으로만 기우는 우산이 존재합니다 펼 수 있는 표정속도로 토마토를 읽습니다
토마토를 익힙니다
완벽한 척하는 토마토는 우산일 수도 있습니다 토마토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말은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은 토마토가 위험하다는 말입니다 대략 토마토라서 읽히지 않은 속도로 뒤집어 버리곤 합니다
거꾸로 익어버리듯
위험한 것은 우산 어쨌든
3월부터 붙들고 있던 토마토를 익히고 맙니다
―수경 시집, 『딸기독화살개구리』 (시산맥사 / 2023)
수경
전남 보성 출생. 제9회 『시인광장』 신인상을 수상 작품활동 시작. 2023년 경기문화재단 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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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시인의 첫 시집 『딸기독화살개구리』는 표제작 「딸기독화살개구리」의 이미지에서 유추되듯 딸기+독+화살+개구리의 복합적인 시적 상상력과 이에 투사되는 다양한 이미지들로 충만하여 짐짓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 특히 시인은 사물에 명명(命名)되는 이름과 존재성을 탐색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사물 자체가 지닌 본원과 그 너머의 이야기를 개성 있게 구사해낸다. 아울러 “보호색을 갖지 못한”(「딸기독화살개구리」에서 인용) 중독성이 강한 시편들은 수경 시인의 시적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기꺼이 무화하면서도, 여전히 시인이 현실 참여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므로 인해 가히 ‘독창적’이라는 인상(印象)을 준다. - 전해수 (문학평론가)
첫댓글 감사합니다~~~^^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