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지 못하는 것은 친할 시간이 없어서다.
보라네 식구들이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를 왔다.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두 외손자를 안긴 보라는
4학년, 2학년 두 아들을 건사하느라 정신이 없고,
또 매일 직장으로 나가 바쁘기 한이 없다.
하루 말미를 얻어 이틀 쉬는 사이에
사위와 아이들과 같이 친정집을 방문한 것이다.
예전 같으면 익산의 보석박물관이나
새로 개장한 미륵사지 박물관을 견학할 것이지만,
코로나19의 위력에 사람이 많은 집밖에 나갈 자신을 잃었다.
어제 울금 25킬로를 심고
오늘은 하루 쉬기로 하였다.
아침을 먹고 나서 손주들에게
할아버지 농장을 가자고 하였다.
깡충 뛰는 기쁨을 안고 길을 나선다.
가는 길을 꼬부려
잔잔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금강변 도로로 들어섰다.
황산대교 입구부터 용두코쟁이로 가는 동안
만개하지 않은 벚꽃이 100미터 뛰는 선수처럼
활짝 발걸음을 내디딘다.
알맞게 자른 개나리 노란 울타리가
금강길을 호위삼아 십리 길을 가득 메운다.
용안으로 돌아가는 도로에는
수만 개의 바람개비가 양쪽으로 늘어선다.
여기도 포토존이라 내려서 사진도 찍고
주헌이가 가지고 온 드론도 날린다.
우리 진표에게 선물로 줄 것이니 진표는 관심이 많다.
아내는 둑 아래 길로 내려가 쑥을 뜯는다.
요즈음 논둑에 난 쑥은 뜯지 않는다.
농부가 풀을 제거하려 풀약을 살포한 곳이 많아서
용감하지 않은 여인들은 논둑에 가지 않는다.
아직 덜 자란 것을 나도 도와서 쑥을 뜯었다.
아이들 손님 오면 떡을 만들어 줄 것이다.
도로 옆에 자가용이 말이 아니게 많다.
무슨 행사가 있는가고 가까이 가니
모두 낚시꾼들의 차였고
둑 아래 작은 내에는 낚시 하는 사람이 장날 기분을 낸다.
금강에서 잉어들이 산란을 위래 강을 거스른다.
어떤 잉어는 팔뚝만 하다.
노란 알을 수초 사이에 낳고 종족을 번식하려는 행사다.
잔인한 것 같아서 나는 아예 잉어낚시는 하지 않는다.
어떤 차는 아예 작은 부엌을 만들어 매운탕 준비 중이다.
낚시꾼이 많아지면 강변 사람들은
세상이 어수선하거나 퇴직한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이라고 느낀다한다.
아하!
코로나가 사람을 묶었다.
길거리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상점 문도 닫고, 개교를 한 달 넘게 미루었다.
가게가 안되니 점원을 줄이고
대기업에서는 생각지 않은 퇴직을 명한다.
노동자의 권리도 코로나 앞에서는 무색하게 된다.
강제 퇴직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많으면 사회는 불안하다.
빙 돌아 다시 농장으로 가자.
도시 아이들은 할아버지 농장이라고 하면
TV에서 보는 거창한 농장을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농장은 작은 밭이나 마찬가지다,
1,000평 정도는 농장보다는 작은 밭이다.
그래도 그 안의 종류는 농장만큼 다양하다.
먼저 매실꽃이 섬진강만큼 피었다가 이제는 사그러지고
복사꽃 망울이 막 터지려고 분홍 입술을 머금는다.
감나무 잎이 기지개를 펴려고 녹색 눈을 뜬다.
두릅 순이 두 팔을 벌리며 하늘을 향하여 손을 내밀었다.
앵두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벚꽃 대신 체리꽃이 하늘을 덮었다.
어제 심은 울금 두렁이며
브로커리 옮겨 심은 밭두렁이
땅심을 잡고 기지개 펴며 옷을 갈아입는다.
그런데 아이들은 별 관심이 없는가보다.
차 안에서 영화 보듯 감상하고 돌아온다.
집안에 핀 진달래는 좀 오래 간다.
장독대를 배경삼아 아래는 노란 수선화가
옆에는 동백꽃이 수줍음을 떨고
배경으로 머위 꽃이 수수하게 피어난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차 안이 들썩인다.
정통 짜장을 배달시킨다.
빠질 수 없는 메뉴가 탕수육이다.
강경의 맛집은 초밥이라고 하니
한 시간 뒤에 찾으러 오라는 배짱 넘치는
요리사의 말에 주문만 한다.
많이 먹이고 싶은 할매 할배의 마음이다.
집에 도착하니 띵동 벌써 쟁반 짜장이 도착했다.
쟁반 짜장은 어른도 좋아한다,
측별히 오징어 종류가 많은 정통 짜장은
다섯 명이 먹으려면 삼인분만 시켜도 충분한 양이다.
감사기도를 길게 하고 먹는다.
하나님! 우리 셋째 가족을 축복하시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코로나19의 질병이
봄꽃 피는 강한 힘으로 물러나게 하소서.
음침한 골짜기를 산수화가 화려하게 덮어 주듯
엉성한 금강변이 개나리와 벚꽃으로 색동옷 입게 하시고
돋아나는 쑥의 향기로 전염병의 근원을 멀리하게 하소서.
근심하는 지구촌 모두에게
하나님의 오른팔로 소망을 내려 주시옵소서.
어려운 자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첫댓글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휘청거리지만 이곳은 평안함이 가득하군요.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들녘의 픙경과 사랑스런 가족 분위기 그리고 천 평의 농장... 우리 모두가 바라는 지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족끼리 건강한 먹거리를 해결하니 심신이 더욱 건강하시겠습니다. 농장의 풍성한 여름과 가을 모습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