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법에는 죄 지은 사람을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수감하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며 전문 지식을 갖춘 누군가의 감독과 지도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있다. 이를 보호관찰제도라고 한다. 대상자의 실태를 ‘관찰’하고 사회의 안전을 ‘보호’하며,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이들, 보호관찰관은 어떻게 일할까? 이 책은 타이완의 여성 보호관찰관 탕페이링이 현장에서 경험한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삶과 자신의 일에 관해 기록한 것으로, 보호관찰이라는 생소한 일에 대한 취지와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일상, 태도, 생각 등을 따뜻하게 그린다.
🏫 저자 소개
탕페이링
타이완 차오터우 지방검찰청 소속 보호관찰관. 사회 안전을 지키는 이름 없는 파수꾼이자 길을 잘못 든 이들을 위해 등불을 든 길잡이로서, 14년째 ‘법적 죄인’들을 맨손으로 상대하고 있다. 보호관찰관은 누군가의 사악과 기만 때로는 후회를 응시하며 악어의 눈물은 철저하게 까발리고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영혼의 조각을 발굴해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려는 이들을 돕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보호관찰관이 보호하는 대상은 ‘사회’이지 보호관찰 대상자가 아니며, 대리외상증후군에 시달리면서도 대상자의 내밀한 일상을 끝까지 관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새로운 피해자가 생기는 상황을 막기 위함임을 책과 강연, 인터뷰를 통해 꾸준히 알리고 있다. 보호관찰관으로서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단법인 타이완폭력방지연맹에서 우수상과 최고 인기상을, 타이완 위생복리부에서 보라리본상을 수상했다.
📜 목차
들어가는 말 ― 보이지 않는 저울
1 이런 직업 들어 보셨나요?
2 부두에 갇힌 용
3 꽃을 만지는 손
4 교도소에서 온 편지
5 영웅 집안
6 들꽃
7 날개 접은 나비
8 선한 늑대 인간
9 노란 리본
10 용 문신 사내
11 딩란
12 호랑이 엄마 만세
13 월하노인
14 논두렁 위 돈다발
15 오래된 영화
16 산 내음
17 땡중
18 채소 왕자
19 오즈 나라의 도로시
20 잘 가 아랑
21 소년의 상처
+1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2 출장 면담 이야기
감사의 말
추천의 말
🖋 출판사 서평
사람의 마음속에는 선악을 판단하는 저울이 있다
보호관찰관의 일은 ‘균형 잃은 저울’의 추를 바로잡는 것
우리 법에는 범죄인을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수감하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며 전문 지식을 갖춘 누군가의 감독과 지도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를 보호관찰제도라고 하고, 이를 집행하는 사람을 보호관찰관이라고 하지요. 보호관찰관은 보호관찰소라는 정해진 장소뿐 아니라 보호관찰 대상자의 주변으로 늘 출장 면담을 다닙니다. 그러니 어디에나 있을 수 있지만 흔히 보이지는 않지요.
『친밀한 감시자』는 타이완의 여성 보호관찰관 탕페이링이 현장에서 경험한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삶과 자신의 일에 관해 기록한 책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일을 대상자의 실태를 ‘관찰’하고 사회의 안전을 ‘보호’하며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범죄 경험이 없는 대다수의 시민은 보호관찰관이라는 직업과 그들의 일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겁니다. 어쩌면 보호관찰이라는 제도의 실효성을 의심할지도 모르지요. 법이 금지하는 일을 저질러서 구형받은 범죄인을 왜 교도소가 아닌 지역사회로 돌려보내느냐고요. 시민의 입장에서라면 나의 안전을 위해 보호관찰관이 대상자를 어떻게든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해 주기를 바랄 겁니다.
하지만 가해자에게 죄에 대한 동일한 대가를 돌려주는 것만이 형벌의 궁극적인 목적일까요? 강력한 처벌이 동반하는 법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재범을 방지할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우리 법은 처벌의 수위를 대체 어디까지 높여야 할까요? 어쩌면 범죄에 대한 해결책은 형벌이 아니라 교육과 교화일지 모릅니다. 엄격한 통제보다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읽고, 그 속의 범죄 요인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모두의 안전을 보호하는 길이지요. 이 책은 바로 그 길, 사회의 안전을 보호하고자 대상자의 삶 면면을 살피고 그들을 범죄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사회로 복귀시키는 과정을 그립니다.
시민을 지키고 범죄를 바로잡는 건 결국 법이 아니라 사람
보호관찰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구두수선공이었던 존 오거스터스입니다. 그는 1841년 보스톤 법원에서 교정 시설로 구금되려던 어느 알코올 중독자를 두고, 판사에게 자신이 그를 바꾸어 보겠다고 제안했지요. 3주 후 알코올 중독자는 정말 새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후 존은 사망하기 전까지 약 18년 동안 1,946명의 대상자를 선도했고, 이중 다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단 10명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노력은 미국 사회에 큰 방향을 일으켰고, 미국은 세계 최초로 보호관찰제도를 입법화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후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도 보호관찰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지요. 한국은 경제 수준과 국가 규모에 비해 굉장히 늦게 보호관찰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만큼 보호관찰소와 보호관찰관을 빠르게 늘려 나가고 있지만, 보호관찰관의 업무 영역과 대상자도 급증해서 현재 보호관찰관 한 명이 평균 150여 명의 대상자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지요. 보호관찰제도에 대한 시민의 이해도 낮은 편입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범죄를 저지른 수많은 범죄자가 등장합니다. 저자는 그들의 일상에 깊이 침투해 무엇이 범죄의 씨앗이 되었는지를 찾아내지요. 그 과정에서 그는 각각의 대상자를 ‘범죄자’로 대상화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대하며 그들 마음속에 있는 반사회적 감정과 비상식의 근원을 끄집어냅니다. 대상자를 존중하고 포용하면서 동시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감시하고 설득하지요. 이런 고집스러운 뚝심 덕에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마음을 돌리고 과거를 반성합니다. 형벌로 해결하지 못한 범죄의 근원이 결국 한 사람의 노력으로 없어지는 것이지요.
사람의 본성은 복잡하고 그래서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변화시키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에 보호관찰관이 필요한 이유이지요. 피해자를 발생시키는 다양한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법의 빈틈을 느끼고 효용을 의심하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사람,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타인을 돕고자 하는 사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지는 정의와 안전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