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진골목을 지키는 사람 - 미도다방 정인숙 씨
▲ 근무복인 한복을 입고 진골목에서 화사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한 찻집 미도다방 정인숙 씨
가슴에는 꿈도 있었지만, 일단은 먹고살기 위해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을 누비며 고단하게 일했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골목에서 일궈낸 업(業)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가업이 돼 있었다.
인생을 되돌아봤다. 평생 골목길을 지키며 산 셈이었다.
격변의 시대를 지나온 골목길 사람들 얘기다. 유목민들에게 초원이, 농민들에게 들판이, 어부들에게 바다가 삶의 터전이라면,
그들에게는 골목길이 있었다
정인숙(62) 씨는 대구근대골목의 유명인사다.
지난 35년간 미도다방을 노년 세대의 사랑방으로 운영했고,
대구근대골목을 다녀간 방문객들이 대구 하면 맨 먼저 떠올리는 찻집으로 꾸몄다.
그는 27세 때였던 1982년 대구 중앙파출소 뒤편에 있던 도가니다방을 인수했고, 이듬해 미도다방으로 이름을 바꿨다.
미도(美都), 그러니까 아름다운 도시의 다방이라는 뜻이다.
미도다방은 이후 다방 이름을 따르듯 대구를 찬미하는 문인과 화가 등 예술가들이 드나드는 명소가 됐다.
이름 날리던 정치인들도 많이 다녀갔다.
미도다방은 진골목의 한 건물 2층으로 이전했다가 2013년 12월 지금의 옛 천호탕(목욕탕) 건물 1층에 자리를 잡았다.
대구 도심 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다녔고, 무엇보다도 정인숙 씨가 운영을 그만두지 않은 덕분에,
단골들은 수십 년째 미도다방을 찾으며 일상을 담고 있고, 단골이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미도다방을 찾으며 추억을 쌓고 있다.
“지나가다가 ‘어떻게 지내노?’ 하며 들르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대구 사람들의 끈끈한 정이 미도다방을 존속시켰습니다.
광주에서 온 한 손님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전라도 광주와 전주에 있던 오래된 다방들은 결국 문을 닫았다. 대구가
참 부럽다.’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카페 전성시대에도 미도다방이 그대로 다방으로 가는 까닭이다.
한방차를 고집하고, 정인숙 씨가 늘 한복을 갖춰 입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매일신문에서
첫댓글 역사와전통을 길이길이 보존 합시다 청도 아가씨 정인숙씨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