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지리산방으로 향한다는 전화가 여기저기서 걸려왔고, 현지의 상황이 전달되어온다.
러셀 대전 출발. 밤 10시 도착 예정.
다롱이 남원 도착. 미운이와 접선 성공.
백호 남원행 버스 탑승.
루트 겨울캠프 참석예정. 찾아가는길 알려주기 바람 등등
접선장소 나갔으나 시간에 맞춰 선을 댄 것은 낮달과 아수라님 뿐이었다.
일이 생긴듯 토토는 선이 연결되지 않았고, 아더님 역시 접선이 저녁출발이 어려움을 알려왔다.
토토만큼은 반드시 데려오라는 흐물~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안되는 상황은 토토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비내리는 고속도로를 씽씽달려 지리산방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
먼저 온 사람들(다롱이, 미운이, 백호, 러셀 등)과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던 이야기는 새벽녁까지 이어졌고, 3시가 넘어설 즈음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지리산방.
저녁나절 내리던 비는 아침에는 엷게 개이더니, 창문 너머 촉촉히 젖은 지리산의 정취가 싱그러운 모습으로 환하게 다가 온다.
늦은 시각에 도착해 새벽녁에야 다들 잠자리로 들었지만 사람들은 부지런한 사람들은 아침을 열었고, 햇살비치는 하늘위로 비를 뿌리던 먹구름은 저만치 흘러가고 있었다.
늦게 일어나 아침식사를 한 후 한가로움을 느끼고 있을 즈음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한 아더누나와 썰렁이-마루금님 부부가 도착한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반가움... 장가를 가더니 썰렁이의 얼굴에 살이 붙은 모습이다.
차한잔을 마시며 나누는 소담속에 현관문을 사이로 들어온 차가운 공기가 시원함을 안겨주며 초겨울의 아침을 기분좋게 만 들어 준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다산방'은 '산마루'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담장도 나즈막하게 낮춰졌고,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메뉴판과 간판, 그리고 깔끔하게 바뀌어진 지붕은 산마루시대의 개막 을 알려주는 듯 했다.
산마루로 바뀐 이름에 누군가는 머루주가 생각난다고도 했고, 그래서 술도 팔아야 한다고 했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개업을 하는 주인장의 들뜬 마음은 넉넉한 웃음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전통차 외에 메뉴에 추가된 유기농 라면(감자해물라면, 보리라면 등)은 단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지리산이 좋은 사람들' 이름으로 개업축하선물을 전달하고, 북적이며 앉아서는 떡과 대추차를 먹고 있을 즈음 상실의시대 와 뫼화님이 도착했고, 흐르는물~도 퇴근시간에 맞춰 인월에서 친구 영웅님가 루트님을 태우고 들어섰고, 컬컬한 목소리 가 들리더니 가제트박님과 지리산총무님도 산마루에 들어와 계셨다.
루트님은 참 오랜만에 만나는 분이었다. 소위 말하는 소위로서 간호장교인데, 이전에 대전에서 봤던 앳된 사관생도의 모습 은 사라져 있었고 어엿한 장교의 자태가 풍겨왔다.
카페 지리산의 좌장 영원한 청년 지리산다람쥐 형님이 와 계셨고, 4B연필님도 일찍 도착해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 어려운 걸음 해주신 형님들의 모습에 마음이 든든해지면서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건강이 안좋아 강원도 쪽에서 요양중이시라는 4B연필님은 어려운 시간을 일부러 내서 오신 듯 했다. 몸이 안좋으시다고해 서 걱정했는데 그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하모니카 연주까지 준비해 주신 마음이 고마웠다.
비온뒤의 날씨는 매서운 추위를 안겨주며 지리산의 한기를 느끼게 해 줬지만, 지리산의 좋아 모인 사람들의 열기는 그 추 위를 압도하고 있었다.
겨울캠프 페스티벌 레이디 토토^^가 도착할 즈음 야영장 주위로 장작이 쌓였고 지리산총무님에 의해 노래방 기계가 세팅되 더니 불이 활활 타오르며 2003 겨울캠프는 자연스레 막이 올랐다.
다롱이님의 주관아래 오신 분들끼리 간단한 인사의 시간을 나누며 처음 보는 분들에 대한 서먹함이 풀렸고, 가제트님에 의 해 부쳐진 고소롬한 파전을 맛보며, 깔따구님이 가져오신 살살 녹는 굴구이에 소주 한잔 맥주 한잔을 들이키며 지리산 자 락에 모인 이들은 이미 오랜지기로 변해있었다.
친구따라 강남 오듯 그믐달님 따라 지리산에 온 압둘라공주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듯 이사람 저사람들과 잘도 어울렸고, 토토는 온 사람들에게 열심히 회비를 받아내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인 자리.
삼겹살을 굽는 곳에는 넉넉함이 자리 잡았고,
불에 익힌 굴구이를 먹으며 술한잔 오가는 곳에는 포근함이 배어있었으며,
모닥불에 무언가를 열심히 굽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동심으로 돌아간 즐거움이 엿보였다.
열심히 먹는 사람들의 모습또한 행복했고, 여기저기 오가는 술잔 가득 정을 담아주는 표정들에는 미소만이 가득했다.
시간이 갈수록 점차 도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에니링컨님과 마루님이 동동주를 한가득 가져오셨고, 서울서 오신 제우스님이 홀로 등장하시더니, 뚜벅뚜벅과 소나기님이 도착을 알려오고, 오동님이 소주 한박스를 들고 나타나시고, 어느순간 살펴보니 어등골님도 보인다. 창원서 늦게 출발한다 던 달맞이꽃71님도 야영장에 들어서고...
산에서 볼때와는 다른 모습의 풍운아님은 등산복장이 아니어서인지 말쑥한 얼굴이어서 처음에는 누군지 몰라 갸웃할 정도 였다.
하늘색꿈으로 닉을 바꾼 어설픈왕자님은 지난번 복분자에 이어 이번에는 귤을 한박스 사가지고 오는 인심으로 좋은 간식을 제공해 주었고, 일하랴 애보랴 바쁜 38광땡님도 한달에 한번 집에서 얻는 휴가를 얻는 겨울캠프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편안 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왔다.
야외노래방은 추위에도 불구하고 연신 음악이 끊기지 않으며 단란주점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습이다.
마이크를 잡는 사람들은 끊어지지 않았고 신나는 노래가 등장할 때마다 20대 초반(601, 토토 등등)의 괴성은 시끄럽게 산 자락에 메아리쳤다. 마루님의 북소리와 꽹가리 소리도 흥을 돋구고...
눈이 와서 행복하다며 보이는 사람들을 무조건 끌어안는 낮달은 취기가 올라 이미 불콰해진 얼굴이었고, 아더님도 여러 사 람들과의 만남에 기분이 좋은 듯 연신 술잔을 비우면서 취해갔다.
밤 10시가 넘어갈 무렵 모닥불이 사그라들었다.
그많던 굴도 몇개 남아있지 않았고, 삼겹살은 더이상 남은 것이 없었다.
신나게 놀던 야외무대가 막을 내리며 주무대는 자연스레 지리산방안으로 옮겨졌다.
겨울캠프 총주방장 로체(장금이)님이 호위부대(도라에몽, 콩딱콩딱님)을 이끌고 입성하면서 지리산방 주방이 장금이님에 의해 장악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부산지구 전사(칸, 지리산작두, 치밭목산장님)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잇달아 도착하고, 해금 연주를 고대하던 산내주민들도 늘 그리운 해금님의 도착소식에 산방으로 달려오고...
잠시 들르러 온 이상과현실님도 그의 여인 고수와 함께 지리산방에 들어선다.
간만에 본 현실님의 얼굴은 더 커진 듯 했고, 현실님의 손을 꼬옥 잡은 고수는 행복한 듯 웃는 표정이다.
이상과현실님은 낯설은 사람들이 많아 뻘줌했단다.
시간이 흐를수록 뒤늦게 도착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며, 지리산방은 밤의 열기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콘써트에 앞서 늦게 오신 분들을 위해 다시한번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고, 카페 지리산의 좌장 지리산다람쥐 형님의 짧은 환영사가 이어졌다.
끊임없는 이야기속에 시끌벅적하던 장터 분위기는 치밭목산장님의 키타소리를 신호로 잦아들었고, 경쾌한 노랫가락은 콘써 트의 시작을 알렸다.
♬ 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하늘아래 땅이있고 그위에 네가있으니 ♩♪
오프닝곡은 김신우의 귀거래사.
귀에 익은 곡이 흘러나오자 여기저기서 따라 부르면서 다함께 부르는 노래가 됐고, 키타소리에 힘이 실리며 치밭목산장님 의 미성(美聲)에는 열정이 더해진다.
치밭목산장님은 많은 준비를 해 온 듯 했다.
한곡 한곡 성의있게 열창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멋진 라이브 무대이기도 했다.
악보책을 분실해 당황하기도 했지만 산안개님의 하모니카 소리도 멋지게 지리산방을 장식했고, 처음 나온 자리에서 어색해 하지 않고 서슴없이 제게 술한잔 따라 주실분 없습니까? 하던 마루님의 노래또한 듣기 좋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4B연필님의 Andante Andante.
음낮이가 다른 하모니카를 바꿔가며 부르는 열정적인 연주는 지리산을 향한 4B연필님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건강이 안좋은데도 불구하고 멀리까지 오셔서 하모니카 연주를 해주시는 정성은 지리산과 지리산사람들에 대한 깊은 마음 이 없었다면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기에 하모니카 선율에 실려나오는 그의 마음이 와 닿았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늘그리운해금님의 해금연주.
지리산 총무님의 키타 협연으로 이뤄진 연주는 지리산방을 정적으로 빠뜨리며 애잔함과 절절한 감동을 선사해줬다.
노고단에서 듣는 소리와는 또다른 느낌이었고,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하는 해금소리는 무언가 요동치는 듯한 생명력으로 들려오며 가슴 깊숙히 스며들었다.
선약된 공연이 있어 힘든 여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시간을 내주신 해금님이 감사했고 내일처럼 생각하고 준비한 지리 산님들의 모습에 작은 콘써트는 풍성한 시간이 되고 있었다.
한편, 주방에서는 로체(장금이)님이 손놀림이 바빠지며 그 손놀림에 비례해 시시각각 시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들이 날 라져 왔고 잇다른 별미의 등장에 입으로 향하는 손놀림또한 덩달아 바빠진다.
홍합의 시원한 국물맛이 좋았고 낙지볶음도 일품이다.
깔따구님이 제공해준 굴구이가 초저녁의 먹는 즐거움이었다면, 장금이님의 요리솜씨는 늦은 저녁의 먹는 행복이었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손수 준비해 온 재료로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내는 장금이님에게는 장인정신이 스며든 듯 했다.
재료를 보는 순간 뭐를 만들어야 할지 바로바로 떠올리며 움직이는 손놀림은 카페 지리산 최고상궁으로서 손색 없는 모습 이기도 했다.
긴긴 이야기들이 밤새 이어졌다.
지리산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마음들이 나눠졌고, 그 속에서 그들의 대화는 실타래처럼 풀려지고 있었다.
지리산도 좋았지만 지리산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의 나눔이 어쩌면 그들의 마음을 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과 노래와 이야기들이 얽히고 설키며 지리산을 화두로 삼은 그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나타내어졌고, 토로하 고 싶은 마음들이 많아서인지 긴긴 겨울밤이 그들에게 만큼은 짧게 느껴지는 듯 했다.
아쉬움을 남기며 하나둘 피곤에 지친몸을 뉘일쯤 넓은 방안은 사람들로 들어찼고 따뜻한 온기가 가득해지며 편안한 꿈나라 로 향하고 있었다.
대부분 늦게 잠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지리산방은 새벽녁 잠깐의 정적이 흐른후 아침부터 북적였다. 일찍 가야할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했고, 쌍계사로 넘어가던 달맞이꽃71님은 노고단의 눈소식을 알려왔다.
이른 아침 주방에는 제우스님이 정성들여 만두국을 끓여놓고 계셨다. 저녁에 토비스콘도로 사라지시더니 아침 일찍 지리산방으로 복귀하셨단다.
일어나는 순서대로 모여 앉아 먹는 아침을 먹고 해장술을 한잔씩 나눈후 산행 출발이다.
당초 계획은 영원사였으나 식사도중 칠선골로 바뀌었고 지리산다람쥐 형님의 인솔아래 산행팀은 산방을 나섰다.
산행장소는 칠선골 선녀탕. 3.8Km라 짧게 생각되는 듯 했지만 간만에 오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만만한 코스는 아닌 듯 했다.
20여명이 산행에 나선사이 남은 자들은 뒷정리와 청소를 떠맡았다. 그러나 주방 싱크대 밑에서 주먹만한 쥐새끼의 얼굴을 목격했다며 겁에 질린 압둘라공주와 도라에몽, 콩딱콩딱님은 싱크대 주변으로의 접근을 꺼린채 주방 부근만을 맴돌 뿐이었다.
산행이 끝나고 다시 모여든 지리산방은 장금이님이 만들어놓은 점심식사가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 하나둘 각자의 목적지로 떠났지만 헤어지기 아쉬운 사람들은 맥주한잔에 키타를 치면서 계속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는 듯 했다.
하긴,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정이 든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떠나기가 아쉬웠을지도 모른다.
아쉬움을 떨치지 못해 머뭇거리는 모습들이 늘어날 즈음 산방 앞마당에 모인 사람들 사이로 갑자기 물물교환장터가 형성된다.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던 빨간색 어등골님의 텐트는 4만원에 내놓겠다는 나오기가 무섭게 지갑에서 현찰을 꺼낸 장금이님의 기민한 순발력에 낙찰!!
어등골님 텐트가 순식간에 낙찰되자 조금은 아쉬운 표정이다. - '이럴줄 알았으면 4만 5천원에 내놓을걸...' 하면서
먼길을 가려는 마음들이 바빠지면서 시나브로 해가 사위어갔고 또다시 하루가 마감되고 있었다.
서로 서로 손을 잡으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표정에는 아쉬움속에 지리산에서의 재회를 그리는 마음들이 배어있었고, 눈빛 가득 또다른 만남을 약속하고 있었다.
서산너머로 해가 지며 땅거미가 깔렸고, 긴장이 풀린 사람들은 차속에서 깊은 잠을 청하면서 추억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비록 몸은 지리산자락을 떠나고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그곳 그자리에 고스란히 남겨진채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첫댓글 키사님, 깊은 강님, 나무 찍찍이 님, 지리산 언저리님, 영웅님이 아니 보이네요, 치산님~
음..감각이 떨어졌어...아무래두 그래...우짜지..치산님이 감각이 떨어지다니...그려 나이는 몬 속이제....이궁..슬포랑....치산치산 파이링!!!!
지리산과 사람들, 어제 보아도 다정다감한 만남이 보기 좋습니다. 아름다운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고 멋진 한편의 시를 읽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큰 행사를 준비해서 무사히 마치게한 준비꾼 빨치산님 수고많았슴다...^^ 또 묵묵히 도움을 주신분, 그리고 많은 님들의 안주와 식사를 준비하신님들 수고많았슴다...좋은 기억으로 담에 또 자리가 되면 뵈었으면 함다...^&^
감각이 떨어지신게 이정도라니요.... 너무 멋지고 재밌는 글이었습니다 정말 지난 3일이 눈앞에 보여지는 듯 한걸요 멋진 글입니다 치산님!!!^^
빨치산님의 글을 읽다보면 그자리에 지금도 있는것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책이라도 한권써내면 내가 2권은 팔아줄텐데...
행사를 멋지게 치룰 수 있었던것은 모두 빨치산님 노력 덕분 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한동안 겨울캠프에 대한 즐거운 기억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큰 추억으로 자리잡을 것 같습니다. 선녀탕, 용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깔따구님이 가져오신 굴의 맛은 ㅋㅋ잊지 못할 것 같아요...담번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사교를 해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