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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스켈터브레인 (http://www.scatterbrain.co.kr)
FEATURE, HEADLINE, Interview — By 로그스 on 12월 11, 2010 at 6:17 오후
데뷔앨범의 큰 성공이 부담으로 작용해 2집의 실패로 이어지는 ‘소포모어 징크스’는 적어도 한국 인디씬에 있어서는 먼나라 얘기다. 한국의 인디 아티스트에게서 소포모어 징크스의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모든 이들이 1집의 부담없이 2집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 아니라, 슬프게도 데뷔앨범이 소포모어 징크스를 일으킬 만큼의 성공을 하는 경우가 잘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몇 년전까지는 그랬다.
당신이 요 몇년 새 인디씬이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건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국카스텐과 같은 훌륭한 신인 아티스트들이 등장한 탓이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얼마전에 두번째 앨범을 발매했고, 장기하와 얼굴들과 국카스텐 역시 현재 두번째 앨범을 작업하고 있다. 90년대 후반이후 처음으로 소포모어 징크스에 직면한 이들의 두번째 앨범 성공여부는 현재의 인디씬의 흐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 되겠다.
그 중심에 검정치마의 조휴일이 서 있다. 2008년 말,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타이밍에 화성침공의 형태로 한국 인디씬을 침공한 데뷔앨범 201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1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놀라움을 선사받은 이유는 앨범 자체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그 앨범이 한국 인디씬과는 다른 흐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201에서는 빈대떡 냄새가 아니라 피자 냄새가 났다. 이후 성공적인 1집 활동을 마친 조휴일은 다시 화성, 이 아니라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두번째 침공을 준비 중이다. 역시나 성공할까? 궁금하다. 그래서 물어봤다.
p.s. 이 인터뷰는, 아쉽게도, 이메일 인터뷰다. 그래서 그 동안 스캐터브레인에 실린 다이나믹한 리얼 인터뷰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질문에도 나름 신경을 쓰고, 후속 질문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보도자료식-붕어빵-누이좋고-매부좋고-인터뷰 수준은 아니라고 믿는다. 다음에는 꼭 직접 만나 뽕빨 인터뷰를 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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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스(이하 로):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서울인가요, 뉴욕인가요?
조휴일(이하 휴): 저는 이번 봄에 미국으로 돌아온 후 뉴져지주에 있는 작은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부모님이 귀국하시면서 집을 처분하셨기 때문에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있어요. 처음엔 집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너무 슬펐어요. 작고 오래된 집이지만 10년 넘게 거기 살면서 정말 정이 많이 들었었거든요. 애들 바글바글한 지하실에서 펑크쇼도 했었고, 뒷마당에 사는 사슴들만 해도 3대가 넘게 자라는걸 지켜봤어요. (사슴의 수명은 보통 10년에서 15년 사이다 – 인터뷰어 주) 저에게 수많은 추억을 제공해준 장소이기 때문에 지금도 친구들 만나러 옛동네에 갈때면 그집을 일부로 지나가기도 해요. 먼발치에서 옛애인을 바라보는 스토커의 느낌으로 말이죠.
로: 현재 조휴일씨의 하루 일과를 음악작업하는 날과 안 하는 날로 나눠서 들어볼 수 있을까요?
휴: 음악하는 날에는 하루종일 TV를 보면서 기타를 칩니다. 음소거하고 캡션을 틀어놓으면 기타칠 때 방해도 안되고 TV도 볼수있거든요. 약간 산만하지만 저에겐 제일 오래되고 익숙한 작업방법이에요. 음악 안하는 날에는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공원에도 자주 갑니다. 집에서 요리도 자주하는 편이고요. 평소에는 음악을 잘 듣지 않지만, 음악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제가 그동안 지나쳤던 고전이라던가 생소한 최신 인디음악같은걸 하루종일 찾아들어요. 나름 자율학습 하는 거지요.
로: 굳이 한국이 아니라 해외에서 앨범 작업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휴: 굳이 해외에서 작업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집에 돌아가서 작업하는 것 뿐이데 제 활동무대가 한국이다 보니까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음악하는 친구들도 한국보다는 미국에 더 많고 무엇보다 그동안 집이 많이 그리웠어요. 돌아가기로 결정했을때만 해도 신곡작업이나 녹음같은건 전혀 계획에도 없었어요. 그냥 맛있는거 먹고 친구들 만나서 놀 생각에 부풀어서, ‘한 1년 놀다보면 새노래도 많이 만들고 더해서 반년이면 앨범녹음까지 끝낼 수 있지 않을까’ 같은 막연한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한테는 1년반 후에 새 앨범이 나온다고 했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돌아오는게 옳은 결정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와서 신나게 놀기만 한거같고 막상 여기오니까 집 같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들어서 지금은 빨리 한국에 가고 싶어요. 이제는 가까운 사람들이 한국에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지금 사는곳이 살던 집이 아니라서 그런지 여기에 정 붙이기 영 어렵군요.
로: 2집 작업은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인가요? 새 앨범은 언제쯤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휴: 지금 작업하는 앨범은 사실 검정치마가 아닌 조휴일로 발매할 계획이었어요. 검정치마가 조휴일하고 다를건 없지만서도 원래 계획하던 앨범은 뭔가 굉장히 로우-파이한 어쿠스틱 앨범이어서, 기존의 검정치마의 이미지 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검정치마 데뷔 앨범이 나온지 2년쯤 되다보니, 2집을 마냥 미룰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이번 앨범이 검정치마 2집이 되어버렸지요. 일단 녹음진행상태만 얘기했을때, 13곡중 10곡은 80%이상 진행된 상태고요, 3곡은 15%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마 봄이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로: 그럼 곡 이름이나 앨범 타이틀에 대한 조그마한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요?
휴: 곡 제목들은 확실한 게 몇 곡없고, 앨범 타이틀은 아직 비밀입니다.
로: 새 앨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새 앨범에 대한 컨셉이 있었나요?
휴: 처음부터 앨범에 대한 컨셉을 정하고 노래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아직 그정도로 치밀하고 계획적이지는 못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은 컨셉앨범이 될것 같아요. 앨범내내 반복되는 멜로딕한 테마가 있거든요. 뭔가 하나의 긴 노래처럼 느껴지는 그런 완벽한 컨셉앨범 하고는 확실히 좀 거리가 있지만, 이번 노래들이 하나의 앨범으로 묶였을때는 공통된 이야기가 있어요.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번 앨범은 이 바다 혹은 바닥을 가르는 검정치마호의 항해일지 입니다.
로: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으로 봤을 때, 1집과 2집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휴: 1집에서는 장르적인 집착이 지금보다 강했던거 같아요. 그땐 아무래도 싱어송롸이터로서의 첫 앨범이다 보니까, 최대한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들을 앨범에 실고 싶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앨범에 넣으려고 골랐던 수록곡들이 만들어진 시기가 모두 제각각이었어요. 예를 들어 “좋아해줘” 같은 경우는 2004년 곡인데, “Dientes” 같은 경우는 앨범이 녹음이 진행중에 있을 때 만든 곡이지요. 201을 만들 당시엔 제가 팝음악에서 좋아하는 부분들을 제 노래들로 옮겨오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했었지만, 2집에선 그런 음악적인 고민이 전혀 없었어요. 예를 들어, 노래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 부분도 없고, 빽빽한 악기의 편곡도 없어요. 충격적이지도 트렌디하지도 않지만 기존의 검정치마에 비해선 충분히 새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201이 ‘야심차고 치기어린’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솔직하고 편안하고 좀 더 어른스러울 거에요.
로: 2집에서 음악적 고민을 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휴: 간단하게 말해서 노래를 만드는 과정자체가 너무 쉽고 재미있었을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공개할 노래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2집이 아닌 제 개인 만족을 위해서, 혹은 놀이로 만든 노래들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엔 대중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킬만한 사랑노래가 별로 없어요. 물론 음악적 고민은 아니어도 이 노래들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을 때까지, 그것도 2집으로 묶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고민은 있었지요.
로: 2집에 수록될 곡들은 미리 써 놓은 곡인가요, 아니면 한국을 떠난 후 만들어진 곡들인가요?
휴: 작년엔 여러모로 굉장히 들떠서 곡 작업을 하나도 하지 않았어요. 기타치는것에도 별 흥미가 없었고 음악도 거의 안들었어요. 아무튼 1년내내 놀기만 하다가 이번 봄에 전 소속사였던 루비살롱과 결별하고 혼자서 201 재발매를 진행하게 되면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무엇보다 소속사를 떠나야했던 상황이 제겐 정신적으로 큰 타격이었고, 재발매를 진행하면서는 새로 녹음해야 할 노래들도 있었고, 서류작성하는것 부터 관계자들 만나는것까지 저에겐 매일 엄청난 스트레스였어요. 그러던 어느날 충동적으로 클래식 기타를 하나 샀는데, 이제 막 기타를 처음 배운사람처럼 기타치는게 너무 재밌는거에요. 그로부터 약 2주동안 만든 10곡이 모두 2집에 실리게되었지요. 새기타에는 새노래가 들어있다는 말이 맞더군요. 아무런 기대나 목적이 없이 만든 노래들이다 보니 만드는 과정 역시 너무 쉽고 재미있었어요. 그 때문에 음악적 고민도 많지 않았고, 가사를 쓸때도 어느 때보다 솔직할 수 있었구요. 이번 앨범엔 계산된 훅도 없고 화려한 연주나 편곡도 없어요. 다만, 비슷한 내용의 비슷한 노래들이 있을 뿐이에요. 예를 들어, 수록곡 중 절반이 통기타 처음 배울 때 가르쳐주는 C-Am-Dm-G의 코드 진행이라면 믿기 힘들겠지요? 이 때문에 이 노래들이 검정치마 2집은 커녕 앨범으로 공개될 것이라고 제가 상상도 하지 못했었죠.
로: 앨범 작업을 이끌어주는 프로듀서가 따로 있나요?
휴: 저는 전문적인 녹음기술까지 갖춘 싱어송롸이터는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녹음의 많은 부분에 있어서는 프로듀서나 엔지니어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어요. 이번 앨범 역시 1집을 도와준 친구가 프로듀싱을 맏아주고있는데, 1집에서 프로듀서의 역할 중 대부분이 녹음이었다면, 지금은 베이스 연주, 세션 뮤지션을 고용하는일, 스튜디오를 섭외하는 일, 등 음악외의 것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있습니다. 앞으로는 뛰어난 음질이 아니어도 혼자서 홈레코딩을 더 많이 해볼 계획이에요.
로: 성공적인 데뷔앨범 이후 만드는 2집으로서, 부담감 같은 건 없나요? 말하자면, 소포모어 징크스 같은 거 말이에요.
휴: 오히려 201을 내기전까지가 훨씬 더 초조했어요. 이번에는 앨범을 처음 계획했을때부터 작업중인 지금까지 부담감은 커녕 초조하지도 않아요. 작년 한 해 201이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긴했지만, 성공적인 데뷔앨범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정말로 ‘성공적인 데뷔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앨범은 드레이크Drake의 Thank Me Later 같은 앨범이지요. 전 아직 이룬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어요.
로: 루비살롱과 결별한 이후 도기리치라는 연합체에 속해 있는데, 2집도, 그 이후로도 계속 도기리치를 통해 활동할 계획인가요?
휴: 마음에 맞는 소속사를 찾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요. 도기리치는 레코드 레이블이 아니기 때문에 활동에 한계가 있어요. 일단 저는 아직 음악에서 비지니스를 만드는 일엔 서투른것 같아요. 아마 죽을때까지 서투를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좋은 소속사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요.
로: 요즘 앨범작업을 하면서 자주듣는 음악이 있나요?
휴: 이번 봄에는 레오나드 코헨Leonard Cohen, 톰 웨이츠Tom Waits,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 등 낮고 굵은 목소리의 아티스트 위주로 즐겨 들었습니다. 여름엔 알켈리R.Kelly랑 잭 존슨Jack Johnson을 많이 들었구요. 최근엔 음악을 잘 안들었어요. 대신 2NE1 TV 를 매주 챙겨 봅니다.
로: 한국이 그립나요?
휴: 네. 집은 장소가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했습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들지만 사람 역시 환경의 일부분이니까. 이건 너무 억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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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한국에서의 커리어가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서면” 뉴욕 인디씬에서도 활동해보고 싶다는 검정치마의 포부와, “긴 공백기를 기다려주신 팬 여러분들”에 대한 감사로 끝을 맺었다. 이 인터뷰가 “긴 공백기를 기다려주신 팬 여러분들”의 2집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줬을런지는 잘 모르겠다. 본인 같은 경우에는 인터뷰를 하고 오히려 그 궁금증이 증폭됐다. 무슨 컨셉일지, 제한된 코드로 어떤 색깔을 만들었을지, 더 솔직해진 조휴일의 송라이팅은 어떨지, 조휴일의 로우-파이는 어떤 느낌일지, ‘어른스러워진 2집’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지… 하지만 너무 캐묻는 것도 새 앨범을 만들고 있는 아티스트에게 예의가 아니다. 별 수 있나.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검정치마호의 두번째 침공을 기다릴 뿐이다. 두 번째 침공도 첫번째 만큼이나 서프라이즈했으면 좋겠다. 그 때까지는 2NE1 TV나 보고있자. / (글, 인터뷰 = 로그스(김종윤) | 일러스트 = 조하영)
첫댓글 2집 기대하고있습니당 흐흐흣
기대기대+_+
오 앨범 기대되네요!!!!!!
MOT 이후로 듣고 살짝 충격받은 밴드인데, (좋아서요! ㅋㅋ) 새앨범 기대되네요~
와우. 정말 기대되네요.
하악~
와우 ㅠ 드디어 2집이 나오는군요 ㅠ 기다려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