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위의 태풍
최 병 창
태풍의 길이
열렸다고 하면서
진로를 예측하고 있다지만
사실 태풍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강력한 이념 태풍이네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서로 만나 뜨거워진 해수 온도를 타고 제 눈을
키우는 게 대부분이라지만
이념 태풍은 더운 공기 찬 공기 가리지 않고 해수온도와 관계없이
좌우 상하를 굳이 가름하지 않는다네
어찌하여 열강들의 키 재기는 온전(溫戰)이나 열전(熱戰)이라 하지
않고 냉전(冷戰)이라 하는지 알 것도 같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런 일들을 남의 일 보듯 하는 것이니 남의 일이
곧 내 일이 된다는 걸 겪어봐야 안다는 뜻인가
이제 시나리오는 따로 없네 이념이란 필히 물리적인 힘을 동반하는
것이니 힘이 없는 자는 언제나 뒤로 물러서서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이네
오늘따라 날씨가 좀 더 살가웠으면 좋겠네
이념은 빗장을 걸지 않아도 자백을 강요하지 않네 무쇠는 녹슬어도
무쇠는 그냥 무쇠이니 태풍이 무섭다고 태풍보다 더 무서운 이념태풍을
비켜갈 수가 없으니 태풍 무섭다고 비켜가길 바라지 마시게나 이념이란
태풍은 지금도 머리 위를 치고받으며 날아가고 있으니
이제 진원지의 레전드는 따로 없네
완전범죄를 위해
지문을 없앤
칼끝보다 숫돌이 더 무서운 세상이니.
< 2021. 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