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환경부장관, 가뭄 대책 '4대강 보 활용' 제시... 환경단체 반발 "<조선> 보도 사실과 달라"
윤석열 정부가 MB 정부 '4대강 보 물그릇'론을 재소환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사업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광주·전남 지역 가뭄 극복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환경부는 3일 발표한 가뭄 중장기 대책으로 '4대강 보 적극 활용' 방안을 포함시켰다. 이는 2021년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 결정을 사실상 뒤집는 것이어서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3일 오전 세종시 환경부청사에서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의 주요 방향'을 발표했다. 1단계 기본대책은 장흥댐-주암댐 연계 등 영산강·섬진강 유역의 댐을 도수관로를 통해 연결해 물공급 체계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2단계 비상대책 일환으로는 극한 가뭄 발생시 댐 저수위 보다 아래 수위인 비상용량과 사수용량(댐의 바닥에서부터 비상방류구 사이의 용량)까지 활용해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한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마무리하면서 "환경부는 4대강 본류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하여 가뭄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하는 방안도 병행 추진한다"면서 "한강, 낙동강, 금강 유역에 대해서도 올해 말까지 극단적인 가뭄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여 기후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번 가뭄 대책은 4대강 보 처리 방안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환경단체들은 금강-영산강의 세종보, 공주보, 죽산보를 철거하고 백제보와 승촌보를 상시 개방한다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으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4대강 보 활용론을 뒷받침하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영산강] 2개 보로 가뭄 극복? 광주 시민은 섬진강물 먹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31일 순천 주암조절지댐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간 방치된 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환경부의 발표는 이날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인 셈이다. <조선>도 3일자 '文정부, 최악가뭄 예고에도 보 열어...光州시민 40일치 물 없앴다' '4대강 사업서 빠진 섬진강… 비오면 홍수, 안오면 가뭄'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부 발표에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과 <조선>의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가뭄이 심각한 원인은 기후위기의 시대에 4대강 보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날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부분 개방한 영산강의 승촌보와 죽산보뿐만 아니라 상시개방한 금강의 3개 보 수문을 다시 닫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대강 보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재자연화 사업 폐기를 전제로 가뭄의 원인 진단과 해법까지 몰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가령 이런 식이다.
<조선>은 위의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금강·영산강 5개 보에 대한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리면서 총 5280만t의 물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광주광역시 시민 146만명의 식수를 공급하는 영산강에서만 1560만t의 물이 손실됐다, 광주 시민이 40일간 쓸 수 있는 물이 사라진 셈"이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광주 지역의 식수원은 영산강이 아니라 동복댐과 주암댐이 대부분이다. 이는 섬진강 수계이다. 현재 이 지역 시민들은 영산강 물이 아니라 섬진강물을 마신다는 얘기다. 따라서 식수난은 영산강 2개 보가 흘려보낸 1560만t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조선> 보도는 사실과 다르고, 윤 대통령의 4대강 보 활용론도 잘못된 처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