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 한겨레신문은 충격적인 보도를 냈다. 국토해양부가 내부보고서 외에 추진전담조직을 비밀리에 가동하면서 대운하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들과 수익성 확보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것이다. 한 유명한 설계사무소에서는 건설사 컨소시엄들이 의뢰한 설계도 작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3.28일 확인됐다고 한다.
국토부는 3월10일 건설수자원정책실 아래 6명으로 ‘운하지원팀’을 꾸렸다고 한다. 또한 과천청사 앞 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 건물 3층에서는 ‘대운하 추진기획단’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20여명으로 구성된 이 기획단은 대운하 사업 제안서를 낼 민간 사업자들과 추진 일정, 수익성 확보 방안 등을 긴밀히 협의 중이라 한다. 국토해양부 내부 보고서에는 이 기획단이 앞으로 대운하 건설·관리를 전담하는 ‘건설청’으로 확대·개편될 예정이라 한다.
대운하사업 제안서작성을 위해 구성된 대형 건설업체들도 사업추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손문영 현대건설 전무(대운하 민간컨소시엄 5개 건설사 간사)는 “경부운하 건설 제안서를 4월 말이나 5월 초에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건설사 간부는 “총선이 끝나면 들불이 번지듯 사업이 맹렬하게 추진될 것이다. 민간이 제출하는 사업계획서에는 기본계획 수준의 설계도가 첨부돼 올라간다. 현재 유신코퍼레이션 쪽에서 작업 중인데,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다. 이미 경부운하 건설용 기본설계 작업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장석효 전 서울시 부시장이 이끄는 한반도대운하연구회도 외곽에서 대운하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한다.
대운하 사업의 핵심은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 금년 상반기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다. 특별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운하와 부대시설의 조사·계획·건설 관련 규정 △사업추진 절차의 간소화 규정 △대통령 직속 추진위원회 등 사업 추진기구의 구성 근거 △운하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세금·부담금 감면 규정 등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시행자 지정 원칙’과 ‘실시계획 수립’이다.
운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그동안 시행됐던 민자사업은 여러 곳에서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해 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만들고 관리해온 (주)신공항하이웨이가 대표적이고,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서울~춘천 고속도로 주식회사’도 ‘하마’로 전락할 것이라 한다. 현재 대운하 사업 참여를 위해 건설사들은 현대건설, SK건설, 프라임건설 등을 중심으로한 대형 컨소시엄이이다.
540km 구간에 최소 12개의 화물 터미널이 들어서고 8개의 대형 댐(보)이 신설된다. 댐이 만들어지면 상류 지역은 수몰되고, 터미널 예정 지역의 땅은 강제로 수용된다고 한다. 법안에는 토지 수용 기준과 수몰로 고향을 잃게 되는 사람들의 생계 대책도 포함돼 있다 한다.
국토부는 보고서에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협의 등 통상의 사업 절차에 따라 추진될 경우 사업 착수까지 3~4년이 소요될 우려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특별법에는 대운하 사업 같은 큰 토목사업을 진행하는 데 꼭 필요한 절차들인 타당성 검토, 사전 환경성 검토, 사전 재해영향성 검토, 문화재 지표·발굴조사, 환경·교통·재해·인구영향 평가 등을 간소화하는 파격적인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자료의 왜곡과 조작도 있을 수 있다.
보고서가 담고 있는 실행 계획도를 보면, 국토부는 사전 환경성 검토는 올해 5월, 사전 재해영향성 검토는 8월에 끝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다. 제대로 한다면 몇 년이 걸려도 모자랄 문화재 지표조사는 올해 4월부터 2009년 1월까지 10개월 만에 마치고, 환경·교통·재해·인구영향 평가도 올해 8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끝낸다는 불도저식 계획을 만들어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개발사업은 진행되는 단계마다 법률이 정한 다양한 허가·신고·협의·인가·승인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생각지 못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보완되며, 결국 다른 사회적 관심 분야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계획으로 수정된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사업계획이 특별법만 만족하면 골재채취법, 소하천정비법, 농지법, 수도법, 하천법 등 19개 법률 20개 조항이 정한 다양한 인·허가 사항을 ‘의제’(擬制·통과한 것으로 간주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
추진기구는 대통령 직속으로 한다고 한다. 이명박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라는 별도의 사업 추진기구를 만들어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한다. 서울시는 2002년 9월 청계천 사업이 자발적인 시민 참여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시민단체 활동가, 교수, 언론인, 시 공무원 등 각계 인사 118명으로 구성된 시민위를 만들었지만 시민위는 곧 ‘총알받이’ 역할만 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시장 임기 내 공사 완공’이라는 지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사 과정에서 적잖은 무리수를 뒀고,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그것은 시민위의 결정”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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