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雪國)
가와바다 야스나리(川端康成- Kawabata Yasnari,かわばた やすなり)
“雪國” -비록 소설의 제목이 아니라도, 이 단어만큼 서정이 풍만하고 포근한 安堵를 가져다주는 것은 드물 것이다. 어쩐지 그 풍광은 지나간 오랜 그 어느 계절의 겨울인 것만 같고, 요즘은 그 백설의 그 고요를 맛본 적이 없다. 기후환경의 변화라는데- 너무나 삭막하다!
어떻든, 문화 예술 분야에서 ‘설국’의 이미지가 등단하여 공전의 이목과 집중을 받은 것은 소설의 흔적들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소설의 初入 문장이다. 현상을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객관화된 시각을 전개한 문장은- 이 소설을 읽고 심취해 본 독자라면, 공허한 밤 공기의 雪夜의 매력과 함께 그 내용적 성격을 포괄하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참 기막힌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작품의 구성 해체, 해석하는 평론가들의 끊임없는 찬사에 공감이 가는 것이다.
- 군마현-니가타현의 행정구역 경계를, 역자에 따라 ‘國境’ 또는 ‘接境’이라고 하지만, ‘國境’이 소설의 내적 해석 밀도를 폭넓게 하는 데에 무게가 있다고 보여 진다.
스토리 라인은 크게 복잡하지 않고 건조하게 느껴지나 그 서술의 매력에 추락하여 함께 현대인의 고뇌로 낙하하는 데 부족 함이 없다. 음미의 맛은 은은하고 깊게 침몰로 서서히 다가선다.
주인공 1-‘시마무라’는 도쿄 출신으로 학생시절 전통 무용과 무극에 대한 논문이나, 서양무용을 연구하며 물려준 재산으로 무위도식- 여행을 즐기는 유부남이었다. 생판 부도덕한 인성의 소유자는 아닌 엘리트 의식이 내재한 사나이로 사유의 영역에의 매력 풍만히 맺혀있게 그려진다!
어느 해 오월 산행 때 만난 2-‘코마코’라는 19세의 게이샤와 하룻밤을 보냈다. 그 이후 몇 해, 그녀에게 끌려 눈 고장의 온천을 찾곤 했다. -또다시 설국으로 가는 도중 기차 안에서 -
3-‘요코’라는 여성을 목격하게된다. 요코는 병자를 정성으로 간호하는 모습을 보고 또 밤 열차의 유리창에 비춰지는 영상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며, ‘그녀의 눈은 땅거미의 흐름사이에 떠 있는 요염하게 아름다운 야광충(夜光蟲)이었다. ’요코‘가 돌보아주던 병자는 시마무라가 만나러 온 여자(코마코)가 사는 집의 아들이었다. 신비로움의 파문을 통해 비현실적인 힘에 사로잡혀갔다.
그 환자는 ‘요코’의 연인으로 4-‘유키오’였다.
“그 저녁 풍경의 흐름은 그렇다면 흐르는 시간의 상징이었던가....”
신호소에서 역장과 ‘요코’가 던지며 주고 받는 대화는 너무나 친근한 풍경으로 다가서는데, 마침 같은 역에서 내리게 되는 인연'
- ‘요코’에게 깊은 호감을 갖게 되는 구도에서-코마코 와의 탐미적 심미주의로 피어오르는 감성 투영의 몽환이 불연속선처럼 전개된다. 자연과 풍습, 인간 심성의 변화무상으로 엮어지는 엷은 안개 속의 공허한 미로처럼 浮游케 한다.
코마코와 시마무라의 일상 만남은 상호 감질난 감성 탁월의 절묘성으로 숨을 멎게 한다. 폭풍같은 욕망의 심해로 가라앉아 버린 것도 아니다.
“가늘고 오또한 코가 좀 외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 밑에 조그마맣게 다문 입술은 참으로 아름다운 거머리의 테처럼 늘어났다 오므라 들었다 했다 - 촉촉이 젖어 윤기가 돌았다” 199일전의 자진해서 몸을 던진, 코마코와의 해후-
“코마코의 애정은 그를 향한 것이었음 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헛수고 임을 생각하는 그 자신이 지닌 허무가 있었다”
-이상한 징후다. 그녀의 純粹함과 그 숭고함이 투명한 허무의 상징 세계로 그려진다.
‘유키오’는 병으로 무덤으로 간 후 -요코는 그 무덤을 우수에 젖어 배회하는 앳된 실루엣으로 시마무라의 허무감성에 스쳐지나 간다. 허무의 끝자락은 잔물결처럼 무기력과 공허로 다가서, 설국을 떠나려는 시마무라의 배웅에서 코마코는 요코의 당연하고 간결한 요청을 빗겨 가지만, 마을의 누에고치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그 숭고함의 표상들이 밤하늘의 은하수 기류로 감성변화를 폭풍으로 부서져 간다.
“은하수를 좀 봐요. 참, 곱기도 하네요.”
고마코는 이렇게 중얼 거리고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아, 은하수.‘하고 시마무라도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는 순간, 은하수 속으로 몸이 둥실 떠 오르는 것 같았다. 은하수의 밝은 빛이 시마무라를 들어 올릴 듯 가까웠다.
나그네 길에 들어선 바쇼가 거센 바다위에서 본 것도 이처럼 섬명한 은하수 였을까?”
화재 현장으로 실성하여 뛰어가는 코마코와 건물의 화재 더미에서 추락하는 ‘요코’의 잔해-한탄과 아쉬움, 신음은 ‘사랑의 헛수고’로 명멸한다.
-“벌거숭이인 은하수는 밤의 대지를 알몸으로 휘감으려고 바로 거기에 내려와 있었다. 무서우리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시마무라는 자신의 작은 그림자가 지상에서 거꾸로 은하수에 비춰지는 느낌이었다. 은하수에 가득한 별 하나하나가 보일 뿐만 아니라, 군데군데 光雲의 은모래로 알알이 보일 만큼 맑게 갠 하늘이었다.
더구나 은하수의 끝을 알 수 없는 깊이가 눈길을 빨아들였다.
”어이, 기다려!“
시마무라는 코마코를 불렀다.
”물을 뒤집어 쓴 검은 나무 등걸들이 흩어진 속으로 고마코는 게이샤의 긴 옷자락을 질질 끌면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요코를 가슴에 안고 돌아오려 했다.-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듯했다“
接境을 두고 터널(tunnel)의 이쪽은 현실의 삶,-- 저쪽은 몽환적인 삶으로의 동경과 로망은 완성 되었는가?
‘사랑 만큼 못된 천사도 없다- 사랑은 헛수고_’
1935년에 시작 48년에 완판-12년동안 룩백. -68년 노벨 문학상-스웨덴 한림원 멘트”자연과 인간 운명에 내재하는 존재의 유한한 아름다움을 우수어린 회화적 언어로 표현했다.“
설국에 대하여 재삼 리뷰에 천착하는 것은 蠻勇 같다.
왜냐하면 너무나 오랜 기간 헤아릴 수도 없는 독자들의 독후감과 애착의 명문이 실린 논평들이 쏟아져 나왔고, 또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와바다야스나리는 왜 극단적 선택으로 74세의 생을 마감했나?
「인간은 이유없이 태어나서, 우연히 죽는다」
End-
첫댓글 지난번 ‘이방인’과 같이 역시 낯 뜨겁게 하시네요. 7-80년대 일본을 누빌(?) 때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일본의 노벨문학상 등 많이도 들었고, 한때는 옆에 두고 가끔은 펴기도 했지만, 내게는 재미없고 지루한 내용이었기에 중도 하차하고 만 것이지만, 대신에 당시의 인기가수 吉 畿三(요시 이쿠죠)가 부른 ‘雪國(유키구니)’에 푹 빠진 일도 있었지요. 그의 노래는 요즘도 가끔 NHK 티브에서 듣곤 합니다.
한참 후에 어느 주간잡지에서 야스나리의 어린 시절이 불행했었다는 것과 유명한 극우 작가로 닙본도(日本刀)로 할복자살한 미시마 유키오(三島 由紀夫)와 마찬가지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도 알았지요.
그의 저작인 ‘이즈의 무희(伊豆の踊り子)’는 최근 원문을 읽고 지금도 옆에 두고 공부 삼아 보곤하지요.
아마도 그때 읽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님의 간략한 서평으로 가볍게 넘어 갈 수 있으니까요. 좋은 인연인지라 고맙고 감사합니다. 건필과 건투를 기원드립니다.
늑점이 님!
情이 담긴 글을 남겨주신 선배 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吉 畿三'의 호소력, 감성 가창력을 매우 좋아합니다.
-'伊豆の踊り子'를 원문으로 읽으신다니,일본 문학에 상당한 조예를 장착하시고, 정말 부럽습니다.
일본어를 '恨시절' 공부하지 못한 서러움 같은것이 있습니다. 이제 忘却의 뒤안길에서 아쉬워요.
다양한 장르의 기라성 같은 훌륭한 선배님들 - 좋은 만남의 기회입니다.
이곳, 새벽입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설국' ^^
이 소설을 대프리카=대구에 있을 때 읽었기에 설경의 표현에 감동했었습니다.
글이라기 보다 깨끗한 이미지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여인 행각은 안중에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설국에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결혼 이후 눈이 내리면 강원도로 매년 여행 왔었답니다.^^ 지금은 아예 강원도에서 머물고 있습니다만.ㅎㅎ
김능자 님!
지기 님이 생활하시는 그곳이 참 좋은 곳이더군요!
눈내리는 산의 고장이 - 雪國 ! 인간은 모두 눈내린 산야의 평화를 꿈꾸는 모양입니다!
언젠가 지난날 , 눈이 뭉게구름 같이 쌓인- 청도 운문사에 가서 통곡(?) 한 적이 있는데요, 소설의 배경보다 훨~ 나은것이었는데 표현이 후달려서므리-
설국 속에 살으세욤! 올해는 이 도시에 눈이 한번 왕창 내렸으면 좋겠어요! 우리들이 학교 댕길때는 눈이 마니 내렸었죠!
건강하세요!
올 겨울 청도 운문사에 눈이 내리면
우리
운문사에서 동문회 합시다요.^^
떼창으로 꺼이꺼이 울어보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