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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에서 촬영한 영화, 이렇게 많았나?
보안관·친구·군도·깡철이·변호인·내부자들·우리형·신세계·국제시장·극비수사…
출처 : 부산시보
기장은 전형적인 전원도시이다. 산과 바다, 들판이 잘 어우러지고, 농촌의 삶과 포구마을의 일상이 평화로운 풍경으로 다가오는 곳. 때문에 부산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담으려는 많은 영화가 기장의 곳곳을 촬영지로 선택했다. 영화 ‘국제시장’ ‘변호인’ ‘내부자들’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부터 ‘보안관’ ‘우리형’처럼 기장을 영화의 주 무대로 촬영한 영화도 많다. 소박하고 인정 어린 마을과 사람들, 아름다운 풍경의 자연을 배경 삼고자 한 영화들이 기장을 선호한 것이다. 그 영화의 촬영지를 천천히 따라가 본다.
유아인 주연 ‘깡철이’ 촬영한 ‘해동용궁사’
용궁사는 고려 공민왕 때 나옹화상이 보문사(普門寺)란 이름으로 창건한 사찰로,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930년 초 재건했다. 해안과 접한 곳에 자리 잡아 바다의 해돋이가 아름다운 사찰로, 바다와 용과 관음대불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사찰이다. 이 도량에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용궁사는 여느 사찰과 달리 절집을 ‘오르는’ 것이 아니고 ‘내려’간다. 갯바위 끝 파도가 철썩이는 곳에 가람을 배치하고 부처를 앉혔기 때문이다. 108계단을 내려가며 사람들은 108가지의 번뇌의 업장소멸을 염원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연꽃좌대에 서 있는 해수관음대불은 바다에서 재난을 당한 영혼을 해원(解寃)해주는 보살이다. 때문에 용궁사는 바다를 보며 바다 같은 마음으로 염원을 하는 바다도량이다. 이곳에서 속세의 번뇌를 하나씩 내려놓으면, 푸른 파도 소리가 시원스레 들리고, 마음속에 빌고 비는 큰 기원 하나를 바다처럼 품을 수 있는 곳이다. 용궁사에서는 안권태 감독, 유아인· 김해숙 주연의 ‘깡철이’에서 폭력조직의 조직원들이 용궁사 해안에 모여 회합을 갖는 모습을 촬영했다.
영화 ‘친구’ 주인공들 어린시절 놀이터 ‘대변항’
대변항은 국가지정 항구로 부산 동해어업의 중추항이자, 멸치산업의 중심항이다. 매년 봄에 전국적인 규모의 ‘기장멸치축제’를 개최할 정도로 국내 최대의 멸치생산량을 자랑하는 항구이다. 대변이란 지명은 옛날 대변항 주변에 임금께 진상하는 대동미를 보관하는 대동고(大同庫)가 있었는데, ‘대동고 주변에 있는 포구’라는 뜻의 ‘대동고 변포’에서 유래됐다. 이를 줄여 ‘대변포’라고 한 것이 현재 ‘대변항’이 된 것이다. 대변항은 일제강점기 경상남도 주요 10개항에 속해 있었다.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동해를 드나드는 배들의 피난항으로 유명했다. 1932년에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당시 15만원의 예산으로 길이 180m, 폭 5m의 방파제를 수축하는 등 일정한 규모의 항구 시설을 갖추게 된다.
현재는 멸치를 비롯해 오징어·갈치 등의 어류와 미역·다시마 등 양식 해조류, 멸치젓갈과 건어물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멸치회를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들이 집단화돼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대변항에서는 곽경택 감독, 유오성·장동건 주연의 ‘친구’를 촬영했다. 친구들의 어린 시절, 대변항 바닷가에서 기마전을 펼치는 장면 등이 그려진다. 또 김형주 감독의 영화 ‘보안관’에서 주인공 대호(이성민)가 활동하는 주요무대다.
영화 ‘보안관’ 주 무대 ‘일광’
일광은 ‘아침 해를 가장 먼저 받는 산’이라는 뜻의 일광산(日光山)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일광해수욕장은 동해의 해류 영향으로 물이 차고 깨끗해 많은 부산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해수욕장 중의 하나이다. 백사장 주위에는 노송이 무성하고 학 무리가 그 위를 고고하게 날았다고 전해질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또한 일광은 오영수 소설가의 소설 ‘갯마을’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관련 기념비로 이천마을의 ‘갯마을 표지석’과 삼성리의 ‘갯마을 문학비’ 등이 있다. 일광을 중심으로 촬영한 영화로는 김형주 감독, 이성민·조진웅·김성균 주연의 ‘보안관’이 대표적이다.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가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 ‘종진’(조진웅)을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일광해수욕장·임랑해수욕장·기장시장 등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일광해수욕장 옆 이천마을은 일광천과 접한 강변 마을이다. 강변에는 약 200년 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적한 어촌인 이천마을에서는 안권태 감독, 원빈·신하균·김해숙·이보영 주연의 ‘우리 형’과 김수용 감독, 신영균·고은아 주연의 ‘갯마을’을 촬영했다. 일광해수욕장에서 일광다리를 지나면 이천리인데, ‘우리 형’에서 형제가 사는 집과 동네마을의 배경지로 나온다.
김우빈 주연 ‘친구2’ 촬영지 ‘학리마을’
학리는 기장에서도 해녀가 모여살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학리 방파제 주변에는 그들이 직접 물질한 해산물을 파는 ‘해녀촌’이 조성돼 있다. 해질 무렵 바다 옆 노천테이블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노을과 시원한 바닷바람 속에서 마시는 소주 한 잔의 낭만이 넉넉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기장 특산의 장어구이와 철마다 풍성한 해산물의 싱싱함은 더할 나위가 없을 정도다. 그리고 기장 해녀들이 개발했다는 기장 대표 보양음식인 ‘말미잘 매운탕’도 먹어볼 수가 있다. 붕장어와 말미잘을 함께 넣고 조리한 음식으로, 기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좋다고 이 지역에서는 ‘십전대보탕’이라고 부른다. 또한 기장은 미역의 첫 배양지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미역(1966년)과 다시마(1968년) 포자 배양에 성공했다고 한다. 당시 기장은 미역과 다시마 첫 재배로 인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미역·다시마 생산지가 됐다. 학리마을에서는 곽경택 감독, 김우빈·주진모·유오성 주연의 ‘친구2’를 촬영했다. 이곳에서 옛 자갈치시장의 소란한 모습을 재현해 냈다.
영화 ‘변호인’ ‘극비수사’ 촬영지 ‘임랑해수욕장’
임랑은 ‘아름다운 송림(松林)과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 파랑(波浪)’의 두 글자를 따서 지어진 지명이라 전해진다. 이곳의 해안에는 백설 같은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고, 백사장 주변에는 노송이 줄줄이 병풍처럼 둘러쳐 푸른 숲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하기에 옛사람들은 이곳 임랑천의 맑은 물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밤이 되어 송림 위로 달이 떠오르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달구경을 하면서 뱃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해수욕장으로 단장했다. 벽화로 마을을 꾸민 임랑해수욕장은 민박촌으로도 유명해, 여름철 청춘남녀가 여럿 모여 민박집의 추억을 쌓아가기도 하는 곳이다. 임랑해수욕장은 양우석 감독, 송강호·김영애·오달수 주연의 ‘변호인’, 곽경택 감독, 김윤석·유해진 주연의 ‘극비수사’ 등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변호인’에서는 극중 송우석(송강호)이 요트를 타는 장면을, ‘극비수사’에서는 경찰수사팀과 가족들이 유괴범과의 두 번째 접촉을 시도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아홉산 숲’ 대나무 사이 누비는 ‘군도’ 혈투장면 배경
아홉산은 부산시 기장군 철마면에 있는 해발 361m의 산이다. 오밀조밀한 산세에다 금정산과 회동수원지의 맑은 물결을 감상하면서 숲길을 걷는 ‘일광 테마 임도’의 기점이자 종점인 산이다. 일광 테마 임도는 기장군 두화 마을에서 철마면 웅천리 간 10㎞의 산길로 등산로 중간 중간에 약수터·화원·연못·대나무와 소나무 숲 등이 조성돼 있고, 기장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아홉산에는 수목원을 방불케 하는 약 40만∼50여만㎡ 규모의 숲이 조성돼 있는데, 대나무·편백나무·삼나무·은행나무는 물론 100년이 훌쩍 지난 금강송 등이 천연림을 이루고 있다. 특히 10∼20m의 맹종죽 대나무 숲은 하늘을 찌를 듯이 조성돼 있어 그 위용을 자랑한다. 아홉산 대나무 숲에서 윤종빈 감독, 하정우·강동원·이성민 주연의 ‘군도-민란의 시대’를 촬영했다. 극중 도치(하정우)와 조윤(강동원)이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현란한 칼놀림의 결투를 벌이는 장면을 촬영했다. 박훈정 감독, 최민식 주연의 영화 ‘대호’도 아홉산 대숲에서 촬영했다. 이 밖에 동남권 지역의 방사선 의학연구와 지역주민의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설립·운영되고 있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도 많은 촬영이 이뤄졌다. 우민호 감독, 이병헌·조승우·백윤식 주연의 ‘내부자들’, 박훈정 감독, 황정민·이정재·최민식 주연의 ‘신세계’, 박정우 감독, 김명민·문정희 주연의 ‘연가시’ 등이 이곳에서 촬영했다. 그 외에도 김광식 감독, 김강우·정진영 주연의 ‘찌라시-위험한 소문’은 ‘죽성성당’에서 촬영했다. ‘국제시장’ ‘해운대’ ‘범죄와의 전쟁’ 등 굵직굵직한 영화에서 보여준 소박하고 아담한 고향집 풍경은 기장 서부리의 한 주택이다.
[부산 영화지도를 그리다] <15> 기장군
부산일보 기사 입력 : 2013-11-21 07:45:58 수정 : 2013-11-22 08:09:34
향수와 추억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품은 소박한 공간
맛과 멋이 공존하는 부산 기장군은 기장읍, 장안읍, 일광면, 정관면, 철마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 12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1995년 부산광역시에 편입된 기장에는 아직까지 아는 사람들만 찾는 숨은 보물 같은 곳이 많이 있다. 특히 산과 계곡, 바다, 사찰이 한데 어우러져 있고 더불어 MTB와 같은 레포츠까지 즐길 수 있는 기장군은 농림·해양수산을 축으로 문화와 관광 그리고 지역개발까지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기장군에서 운영하는 차성아트홀 이외 상업적인 영화관이 한 곳도 없을 만큼 다양한 문화혜택을 지역주민이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순수한 자연경관과 푸근한 인정이 그 빈자리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 주고 있다. 이러한 끌림은 영화인과 더불어 영화 속의 추억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기장에 멈추게 한다.
■ 아날로그 감성의 영화 촬영지, 기장
어촌마을을 가로지르는 기찻길, 햇볕에 내말려지고 있는 오징어와 멸치 냄새 그리고 동해바다의 힘찬 파도소리가 들리는 기장군은 고층빌딩이 빼곡히 솟은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다. 물론 정관신도시와 부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관광단지 같은 새로운 소비 형태의 유입으로 문화적 지류가 변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기장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이에 기장은 부산 출신 감독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감독들이 찾는 영화 촬영지가 되었다. 또한 관광객들은 영화와 함께 호흡하고 추억을 더듬기 위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기장의 풍경을 찾아 짧지만 황홀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국도변 따라 드넓은 바다와 아담한 마을
용궁사·대변항·임랑해수욕장…
가공되지 않은 바다 냄새 맡을 수 있어
많은 CF·영화 감독들 사로잡아
'마린보이' '가문의 위기' '친구' 등
이국적이며 역동적인 풍경 화면에 기록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감동 되새기는
부산의 문화관광 명소화 모색해야
특히 31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한쪽으로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마을 쪽으로는 아담한 밭들이 곳곳에 보인다. 용궁사, 대변항, 일광면, 이천리, 임랑해수욕장과 같은 가공되지 않은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기장의 이러한 장소들은 빠듯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정겨운 고향마을과 같은 삶의 충전소가 된다. 그리고 바다를 따라 고즈넉한 자연을 즐길 무렵 영화와 CF촬영지로 많이 알려진 마레 레스토랑이 사람들을 반긴다. 윤종석 감독의 '마린 보이'(2009년), 정용기 감독의 '가문의 위기'(2005년), 그리고 유상곤 감독의 '페이스'(2003년)가 촬영된 가게이다. 레스토랑의 파랗고 흰 외벽과 투명한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는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와 흡사한 것이 영화 속의 이국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처럼 여유로운 기장은 동해남부선에서는 또 다른 면을 연출한다. 이른 아침 기차를 타면 갯가에서 갓 잡은 작은 생선과 집 앞 텃밭에서 채취한 푸성귀를 가지고 시장으로 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동해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서는 미래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볼 수 있다.
유상곤 감독은 인터뷰에서 "감독은 촬영을 진행하면서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고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근 지역으로까지 촬영지를 확장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기장은 도심과의 지리적 접근성이 우수하면서도 순수한 자연경관과 소박한 마을들이 보존되어 있는 공간으로 부산의 또 다른 매력을 충분히 보여 줄 수 있다. 부산이면서도 우리에게 향수와 어릴 적 추억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담아낼 수 있는 가까운 공간이 기장이다.
■용궁사와 대변항, '친구'에서 '깡철이'까지
동해 최남단에 위치한 해동 용궁사는 강원도 양양 낙산사, 경남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바다를 바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수상법당(水上法堂) 사찰로 부산시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한다. 특히 보름달이 밝은 밤에 108계단을 내려오면서 바다와 사찰을 바라보는 운치인 추야명월과 4월 초파일 밤에 바다에 비친 화려한 등불을 보는 봉축야경은 가히 절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용궁사는 최근 안권태 감독의 '깡철이'(2013년)에 등장하여 내가 아는 장소를 영화 속에서 보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정기훈 감독은 조감독시절 부산지역 로케이션 장소를 물색하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인 기장을 자신의 작품 속 장소로 사용하겠다는 다짐을 영화 '애자'(2009년)로 실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산을 떠올리면 해운대, 서면, 남포동과 같이 어느 대도시와 다름없는 도시적인 이미지를 연상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부산의 기장 대변항은 우리네 고향집과 같은 푸근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회상한다. 또한 대변항 일대는 820만 명의 관객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인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년)에서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에 "바다 거북이하고 조오련하고 수영하면 누가 이기겠노?" 라고 이야기 나누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변항은 조선시대 대동고(大同庫) 주변의 포구에서 유래되어 1914년 대변마을로 정착된 것으로 옛 어항의 풍경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100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전국 멸치 유자망 어선의 약 70%를 차지할 만큼 멸치가 풍성한 곳으로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봄멸치 잡이 절정기에는 멸치회 무료 시식과 멸치 털기 체험 등의 기장대변멸치축제가 개최되어 국내외 많은 관광객들로 기장 일대에 활기가 넘친다.
■영화 속 자연 풍경이 돋보인 일광
부산의 해운대나 광안리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일광해수욕장에서 금빛 모래 위를 오르내리는 갈매기들의 군무는 기장 8경 중 제3경이다. 이러한 일광해수욕장 근처 별님공원에는 '난계 오영수 갯마을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아낙네들은 해순이를 앞세우고 후리막으로 달려갔다. 해순이는 맨발에 식은 모래가 오장육부에 간지럽도록 시원했다. 달음산 마루에 초아흐레 달이 걸렸다. 달그림자를 따라 멸치떼가 들었다.'
오영수 소설 '갯마을'을 원작으로 한 김수용 감독의 영화 '갯마을'(1965년)은 당시 일광의 모습을 단순한 영화 속 풍경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그리고 있다. 김수용 감독은 '나의 사랑 씨네마'에서 "요즘 영화에서는 사건이나 등장인물의 성격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자연 풍경을 거의 도외시하지만, '갯마을'에서의 바다와 어촌과 하늘과 모래밭은 배우나 드라마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 회고했다. 영화배우 신영균(현 명동아트홀 회장), 고은아(현 서울극장 사장)가 출연한 영화 '갯마을'은 남편을 바다에 빼앗기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갯마을 아낙들의 운명을 그린 흑백영화로 일광은 그들의 이야기가 스며 있는 인생이 되었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과 초현대적 도시가 공존하는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로 한시적인 영화축제의 현장이 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명실상부한 영상산업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지원시스템은 부산을 촬영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었고,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게임물등급위원회와 같은 영화·영상 관련 공공기관이 센텀시티로 옮겨 와 영화도시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위와 같이 센텀시티가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양산해 가는 이즈음 부산시민의 자산인 기장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보존하면서 감동과 추억을 함께 되새길 수 있는 문화관광 명소로서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가 아닐까.
글=김민희 부산대 영화연구소 연구원 j9791@hanmail.net
사진=이경희 사진가 mizise@naver.com
후원 : 부산영상위원회
기장군 영화촬영장소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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