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는 까끌하다
면도를 하지 않은 까끌한 토요일이
낯짝인지 손바닥인지 둘 다 인지 모를 일이나
아버지의 구레나룻
그 구레나룻을 빼다 박은 동생보다 나을 거라고
아침에 거울이 일러 주었다
토요일 휴무는 팔자 좋은 사람들의 일이라
지루하지 않은 표정으로 같은 거리를 왕복하는 기둥시계 불알처럼
같은 시간에 같은 길로 출근한다
마른 장마가 습하고 끈적거린다
신문을 펼친다 일면에
금강산 관광을 하던 50대 여인이 북한군 총에 맞아 죽었다는 기사가 무덤덤하게 실려 있다
한 여인의 죽고 사는 문제가 금강산 관광이라니
기심 좋던 입들은 다물고
외면하는 모가지는 무치無恥하다
해원굿을 할까 살풀이춤을 출까 굿거리장단을 부를까
달아오르는 땅의 핑계로 에어컨을 켠다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이 10%나 오른다고 하는데
쓰다듬는 얼굴의 낯선 감촉
토요일이 까끌하다
맹천 / 승만석
첫댓글 이념의 갈등의 제물이 된 여인 안타깝습니다
정말 까끄리한 날들이 흐르고 있습니다.
저도 면도 좀 해야겠어요. 찬물에 풍덩, 정신 차리고...전화 꺼 두셨더군요.
어떠한 야만국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비극입니다. 남쪽의 희생자보다도 북의 동포들이 더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참 까끌한 주말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