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을 만큼 괴로워요. 좋다는 데는 다 다녀봤지만, 소용없었어요. 이비인후과에 가서 고막 주사도 맞고, 한의원에도 많이 가봤어요. 신경과에 가서 머리 MRI 찍고 정신과에 가서 약 먹었지만 나아지지 않았어요."
난치성 이명(耳鳴. 귀울림)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흔히 하는 하소연이라고 합니다. 자다가도 소리가 들려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대화할 때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일이 반복되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대인기피 증상까지 생겨 일상생활조차 힘들어하는 분도 많습니다.
최근에 나온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이명을 경험한 경우는 12세 이상은 26% 정도, 60대 이상은 33%가량에 달했습니다. 외국에서는 미국 성인은 25.3%가, 유럽 성인은 약 20%가 이명으로 불편을 겪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명 환자가 2008년 24만3천419명에서 2013년 28만2천582명, 2015년 30만9천여 명 등으로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명의 원인, 특별한 원인이 없는 증상
이명의 원인 중 약 30%가 원인을 진단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은 외부에서 청각 자극이 없는데도 귀와 머릿속에서 '윙', '삐' 같은 소리가 잇달아 들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명 소리는 다양합니다. 누구는 매미 소리,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고 하고, 누구는 전화벨, 바람 소리, 호루라기, 무전기 소리, 팝콘 튀기는 소리, 기관총 소리, 벌의 날갯짓 등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심장 박동에 맞춰 강도와 빈도가 바뀌기도 하지만 대개는 의미 없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또는 연속해서 나타나는 게 특징입니다.
이명의 뚜렷한 원인은 밝혀진 게 없지만 피곤하거나 주변이 조용하고 신경을 많이 쓸 때 증상이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명의 약 30%는 완전히 원인불명이고, 다만 전문가들은 추정할 수 있는 이명 유발 요인으로 내이(內耳) 질환(20%), 소음(15%), 두경부 외상(13%), 외이염 및 중이염(7%), 아스피린이나 특정 항생제 등 약물(6%), 상기도감염(3%), 스트레스(3%), 피로(1%) 등을 꼽습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이명을 질병이 아니라 증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명이 염증이나 호르몬 불균형, 뇌 기능 불균형, 당 독소·산화 독소, 대사기능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신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으로 보고, 스트레스 관리와 영양치료, 운동요법 등으로 개인 맞춤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이명 치료법, 조기에 치료할수록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명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약물, 보청기 사용 등이 있다.
이명은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25%는 증상이 매우 호전되고, 50%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방치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최근에 흔히 사용되는 치료법은 약물과 보청기 등이 있습니다.
약물의 경우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진정제 등이 이명의 악순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감각신경성 난청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보청기가 일부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명과 같은 주파수 소음을 내 환자가 이명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이명 차폐기'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우울증이나 불안 신경증 등이 동반된 이명은 정신과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소음 발생기를 사용해 이명의 강도보다 낮게 음 자극을 지속해 이명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해외 연구에서는 빨강, 파랑, 초록 등 여러 색 전구가 많이 달린 컬러 램프를 바라보면 이명이 완화된다거나 옥시토신 호르몬이 이명을 소멸시키거나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옥시토신은 인간과 척추동물의 체내에서 자연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사회적 교감, 부부애, 모성 본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립니다.
이명 예방법, 스트레스나 큰 소음을 피해야
소음이 심한 곳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면 귀에 무리를 주어 이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명을 예방하려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와 큰 소음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특히 지하철 등 소음이 심한 곳에서 과도하게 이어폰을 사용하면 이명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염분이 너무 많은 음식, 탄산음료, 담배 등도 멀리하는 게 좋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이명이 발생한 후에도 유제품, 커피, 코코아, 땅콩, 과일, 어류, 조개류, 술 등도 피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 '이명이 사라지는 순간', 김혜연·이희창 지음. 라온북刊)
연합뉴스 서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