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깨어 있어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3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34 그것은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의 경우와 같다.
그는 집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자에게 할 일을 맡기고,
문지기에게는 깨어 있으라고 분부한다.
35 그러니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저녁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일지, 새벽일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36 주인이 갑자기 돌아와 너희가 잠자는 것을 보는 일이 없게 하여라.
37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
(마르코복음 13,33-37)
- 매일미사 2023.12.3(일) https://missa.cbck.or.kr/
오늘은 전례력으로 새해 첫날입니다.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 내리기를 기도드립니다. 교회의 전례주년은 언제나 대림 시기로 시작됩니다. ‘대림’(待臨)은 말 그대로 ‘임하심 곧 오심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대림 시기를 보내며 성자께서 세상에 오심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기다리면서, 또한 지상에서 임무를 마치시고 하늘로 오르신 그분께서 다시 이 세상에 오실 종말의 때를 기다립니다.
대림 시기의 첫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깨어 있어라.” 오늘 복음에는 다섯 구절에 지나지 않는 짧은 단락 안에 이 표현이 네 번이나 나옵니다. 그만큼 당신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이들이 언제나 깨어 있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간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문맥 안에서 이 단락은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의 여정에 들어가시기 바로 전에 하신 말씀으로 나타납니다. 곧 그분께서 남기신 유언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
실제로 밤에 잠들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씀일까요?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영적으로 잠들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영적인 수면에 들어간다는 것은,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릴 필요를 더이상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세상살이에 만족하며 현재의 삶을 더 오래 누리고 싶은 욕망이 커질수록,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 나라의 행복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들기 마련입니다.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육의 눈은 말똥말똥 뜨고 있지만, 영의 눈은 무거운 눈꺼풀로 감겨 있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 시대의 코린토 교우들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나타나시기를 간절히 기다린 것처럼, 우리도 같은 마음으로 늘 깨어 있도록 합시다. “아, 당신께서 하늘을 찢고 내려오신다면! 당신 앞에서 산들이 뒤흔들리리이다.” 이 탄원이 영광스럽게 오실 예수님을 간절히 기다리는 우리 모두의 탄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 정천 사도 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매일미사(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23.12.3 오늘의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