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간의 지루한 여름 장마가 지나갔다.
건조하고 더운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밀려온다.
아내(별님)가 방마다 돌아다니며 창문을 열어 제치고,
장롱속의 내 양복을 꺼내어
옷걸이 째 말리는 일을 여러 날 한다.
방안 구석진 곳의 곰팡이를 닦아내는데 하루씩을 소비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하 오늘이 처서로구나!
예전엔 부인들과 선비들이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를 이 무렵에 했다는데
아내는 그 풍습을 배우지 않고도 알았나보다.
처서!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
더위가 그친다는 뜻이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데......
고려사에서는 처서의 15일 간을 5일씩 3분하는데,
첫 5일 초후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 차후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 말후에는 곡식이 익어간다고 적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단다.
모기도 이 속담을 아는지 왱왱거리던 극성도 사라지고,
창문을 여니 귀뚜라미 소리가 잔치를 한다.
야담을 보니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는다.
'사람들이 날 잡는답시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 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말했단다.
논에 물을 대려고 논으로 간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가을에는 논에 물이 많아야 한다.
벼이삭이 고개를 들고 꽃을 피웠다.
노랗게 수줍은 듯 볏잎 사이로 고개 내민 꽃이 너무 아릅답다.
사진을 찍어두었다.
유난히 폭우로 농경지가 피해를 많이 보았는데
우리가 사는 논산 강경 익산지역은 무사하였다.
덕분에 벼도 다른 작물도 제몫을 톡톡히 한다,
태풍 바비가 겁을 주며 지나갔다.
바비산맥은 베트남 정령으로 산의 영주라고 불리는데
역대급 태풍이라고 우리가 벌벌거릴 정도로
겁을 준 예보와는 다르게 살포시 지나갔다.
코로나 19가 거리두기 3단계에 접어 들거라고 한다.
뉴스의 사진들이 캐캐 묵은 사진들로 매일 눈을 가린다.
서울 광화문 집회의 이야기.
서울 사랑제일교회 코로나 발산의 화두는
뉴스 시작하자마자 거의 동시에 첫 화면으로 방영된다.
의사들의 집단 거부사태도
현미경을 쓰고 보아야 내용을 잘 알 수 있다.
힘들게 공부하여 몇 십대 일의 경쟁으로 명문의대를 들어가고
의대 6년 엄청 비싼 등록금으로 공부하고
인턴과정을 거쳐 전공의가 되었는데,
도지사의 추천으로 30에 가까운 나이로 의대생이 되어
수업료도 내지 않고
10년 지방 의사가 된다는데
의사협회와 사전 협의를 거쳤더면
이 귀중한 시기에 목숨을 담보하는 파업을 하지 않았을 것을......
위력으로 덮어버릴 것 같은 현실에서
누가 고개 숙이고 정의를 짓밟힐 것인가?
그래서 9월의 월삭에는 생각의 깊이를 더한다.
9월에는 어떤 일이 닥쳐올까나?
태풍이 초두에 밀려 온다고 한다.
역대급 제 9호 태풍 마이삭은
캄보디아인이 좋아하는 나무로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티크목재 나무란다.
시간이 지나면 더 강력해진다는 소문과 다르게
이번에도 살짝 지나가기를 기도한다.
내가 아는 모두에게 평안함이 있기를 기도한다.
첫댓글 올 여름에는 맑은 날을 세어보아야 할 정도라 일조량이 적어서 농산물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 같아 걱정이군요. 농업수출국들도 수출을 하지 않겠다고 나올 정도니 세계적으로 식량난에 처할 듯 생각되는군요.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하는데.. 자연 앞에 인간의 겸손함이 절실히 필요함을 실감합니다.
사진을 보니 이러한 걱정이 기우에 불과???
아가씨처럼 보이는 아리따운 여인네들이 따님들인가봐요.
유창한 기희씨의 글 솜씨가 마음에 잔잔함을 주네요.
우리 딸 넷인데 세째는 일이 바빠서 같이 하지 못했네요.
세째 얼굴이 제일 예쁜데......
매달 좋은 글,잘 읽고 갑니다. 어릴 적 고향의 냄새를 느낄 수 있어 마음이 평화로워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