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ROTC8기총동기회
 
 
 
 

친구 카페

 
 
카페 게시글
창작글 코너 스크랩 수필 결혼 사진 찍어줘 고마워
황종원(중앙대) 추천 0 조회 49 10.04.10 17:5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백지에 등사를 해서 하객들에게 보낸 이런 청첩장이 우리 시대의 대세였다.

 주례선생님은 원종삼 변호사님이며 친구 원세연의 아버님이셨다. 학교에서 뛰어난 활동을 한 것도 없고, 우리 아버님이 유명인사를 아시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 놀러가서 뵙던 세연의 아버님에게 주례를 부탁드렸더니 흔쾌하게 들어주시었다.

 

 

 주례선생님을 주례사를 작성하고 낭독하고 후에 나에게 주시었다. 33년 뒤에 나는 주례선생님의 아드님인 원세연에게 이 주례사를 복사해 주었다. 이번에 출가한 딸들에게 할아버지께서도  아래와 같은 심정이실 것이리라. 

 

 

 오른 쪽 두 번째 젊은 이가 주례선생님의 아드님이며 학교 친구이며 학훈 동기 원세연.

 홍표의 아버지가 결혼할 때 왼쪽에서 두번 째로 카메라를 들고 내가 서있다. 여기 나오는 청년들 가운데 세상을 떠난 이들이 여럿있고 홍표의 아버지 태용 역시 세상을 떠났다.

 세월이 흘렀다. 주례 선생님의 아들은 주례 선생님의 나이가 되어 큰딸을 시집 보냈다.

 다시 지난 주에 둘째 딸을 보냈다.

 

꽃피는 춘 3월이다.

 

 결혼식이 빈번하다.

지난주에 딸내미를 출가 시킨 친구가 전화를 걸어서 점심을 사겠다고 한다.

작년에 큰딸을 보내고 이번에 둘째딸을 보냈으니 큰일을 한 해에 두 번 치룬 그는 진정 슈퍼맨 아버지이다.

 

아직 딸을 보낸 경황없는 판에 무슨 정신이 있다고 점심을 사겠다는 건가.

요즘은 하객들 하나하나를 불러서 점심을 사는 세태가 아니다.

감사의 말씀으로 감사장 한통씩으로 때워도 다들 그런 판이니 그러려니 하면서 너나없이 그러고 살고 있는 살림살이이다.

 

그래서 바쁜 사람이 시간을 낼 것 없이 이 달 말에 다른 친구의 딸아이 결혼식에 있으니 그때 보자고 미뤄도 막내가내이다. 결혼식에 참석했던 수많은 하객 가운데 나를 꼭 끄집어내서 점심 한 끼를 사겠다는 것은 아주 간단한 논리이기는 하다.

 

내가 이 댁 딸의 결혼식에 두 번을 가서 결혼식장에서 듬성듬성한 백발을 날리면서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시디로 구워서 그에게 보낸 노고가 있기는 했다.

지난번에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서 친구는 그게 영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밥 먹자 권하는 말에 아니다 하는 일도 한 두 번이지 진정으로 사겠다는데 피할 수 없어서 나는 그러마고 그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 친구의 딸아이가 혼례를 올리는 자리에는 사진사는 있으되 비디오 기사는 없었다.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비디오를 찍는 결혼식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결혼식비디오를 한 두 번 보겠다고 몇 십만 원의 돈을 투자하지 않는 왕소금 작전을 신랑신부들은 시행하고 있으니 정지 사진만 찍을 따름이다.

 

한동안 어떤 결혼식장에서는 몇 명의 사진사들이 우르르 몰리며 찍는 일이 흔하였으나 요즘 잘 해야 예식장의 정식 사진사와 친구 하나 정도가 찍어주는 정도이다.

 

한동안 나는 묵직한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가서 아는 사람들의 결혼식을 찍어 주었다. 그 일은 상당히 고단하고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결혼식장에 남 보다 먼저 가서 신부 대기실에 있는 신부 찍고 결혼식이 끝나면 폐백까지 찍다 보면 배를 쫄쫄 굶고는 눈이 퀭해진다.

 

나를 보는 친구들이 저마다 오랜 해후에 대화를 즐기나 정작 나는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이 신랑신부와 부모를 졸졸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댄다.

 

정작 찍는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결혼식이 끝나고서 집에 와서는 편집하느라 머리 골치 아프고 손이 바쁘니 다른 일을 젖혀놓아야 한다.

 

발송할 때까지 한 사나흘은 결혼식 사진 정리에 매달려야만 한다.

내가 보낸 비디오와 사진을 받고서 고맙다는 전화를 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나는 그런 일을 담당하는 전문으로 알고 그러려니 치부를 하는 이도 있다.

내게 결혼식 사진을 찍는 일은 어제 일이 아니었다.

대학생 시절 20대에 어머니께서 카메라 하나를 탐내는 아들이 안쓰러워서 당신이 끼고 있던 반지를 팔아서 카메라를 사주셨다.

카메라 값과 카메라 모델 이름을 아직도 생생하다.

만 삼천 원, 페추리 7s였다.

아직도 그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정작 카메라를 가졌다고 사진이 그냥 찍히는 일은 아니다. 친구들이나 친지의 결혼식장에 가서 결혼식 사진을 찍어 주는 일은 엄청 신경을 써야하는 일이었다.

 

결혼식장 안에서는 후랏시를 꼭 써야하는데 카메라의 시간과 조리개를 플래시와 연결이 안 되면 필름 한통에 사진을 서너 장만 건지는 등에 땀나는 일이 생긴다.

 

사진을 실패해서 그 당사자인 신랑신부가 백년해로는커녕 몇 년 만에 이혼을 하는 일이 생기면 내가 사진을 잘못 찍어서 그들이 그런 모진 인생을 하는 가하는 걱정도 가끔 했다.

 

결혼 사진을 그만 그만 찍는다는 소문이 나니 그 대상이 젊은 시절에는 친구, 직장 동료에서 나이가 들고 지위가 올라가면서 회사의 부하 직원이 시집 장가가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어떤 직원은 " 부장님, 저는 왜 안 찍어 주십니까?" 하면서 정색하는 당돌한 부하직원이 있었다.

조카들이 결혼할 때 찍는 일이 근래에 생기며 요즘은 꼭 가야하는 결혼식에는 필름 카메라 여러 대는 벽장 속으로 예편하고 디지털 카메라와 비디오를 챙겨서 나선다.

나도 점점 귓가에 백발에 민머리가 되어가니 더 늙고 초라해지기 전에 열심히 친구의 아들딸을 찍어 줄 일이다.

결혼사진을 찍어 주면 밥 한 그릇 공수표에 연연하는 시절은 다 지났고 빈말로 하는 말이라도 듣게 되면 나는 잘 차린 한정식을 한 상을 받은 기쁨이다.

 

따라서 정작 밥을 사겠다며 나오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더구나 오늘 친구는 대학 동기 동창이며 그의 아버님께서 내가 결혼을 할 때 주례까지 서주신 어른이시다. 나는 그가 밥을 산다기에 33년 전에 그의 아버님이 주례를 서시고 하신 말씀을 적은 주례사를 한 벌 복사를 했다.

친구가 내는 점심을 잘 먹을 터이니 그의 아버님의 친필을 건넬 속셈이다.

그가 점심을 무엇을 먹겠냐고 묻는다.

입이 짧아 고기를 안 먹는 나는 그와 추어탕 한 그릇을 함께 하자고 약속을 하였으니 집을 나선다.

현관 우편함을 보니 청첩장 두 장이 있다.

그 중 한 장은 탤런트 김홍표 엄마가 보낸 것이다. 홍표 이야기로 마음고생 심했던 엄마에게 홍표를 장가보내는 일이 급한데 홍표 누이가 가는 것이다.

홍표 아버지 엄마의 연애 시절에 내가 그림자처럼 함께 있다가 결혼식사진을 찍어 준일이 어제 그제 같은데 이들 집안의 경사를 두 번째 찍어 줄 일이 생겼다.

 

 

봄이다. 짝을 맺고 인생을 함께 걷기 참 좋은 날이다.

결혼사진 찍어 주고 점심 대접 받고 이아니 좋은가. 결혼사진 찍기 40년에 더러 대접 받는 점심 한 그릇이 고맙지 아니한가.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