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에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으로 출간된『한일강제병합 100년의 역사와 과제』
2010년 한일강제병합 100년의 역사와 남겨진 과제를 재조명한 책이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한일강제병합 100년의 역사와 과제』란 제목으로 동북아역사재단과 일본의 저명 출판사인 아카시쇼텐(明石書店)에서 만 3년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광복 68주년이던 8월 15일에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으로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의 영어판은 12월 초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출간할 예정으로 있다.
한일강제병합은 한일간 역사갈등의 본질적 원인이자 출발점
『한일강제병합 100년의 역사와 과제』는 21세기의 한일 양국이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해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 시대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거치면서 경험한 침략의 기억과 수탈의 상흔으로 인해 새로운 한일관계의 설정에 적지 않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1910년 일본의 한국강제병합은 바로 그러한 한일간 역사 갈등의 본질적 원인이자 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한일간 역사적 현안과제들이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의 잔재로 남아있는 청산해야 할 문제들로부터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1910년 한국강제병합에 대해 법적·도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거나, 일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 당시 국제법상 합법적으로 체결되었으므로 병합 자체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지금까지 고수해 오고 있으며, 그러한 전제에서 체결된 1965년 한일협정 역시 지속적인 논란 속에 있다.
이에 1910년 한일강제병합에 대한 역사적 진실규명과 국제법적 정의구현에 뜻을 함께 한 한일 양국 학자들은 2010년 한일강제병합 100년에 즈음하여 지난 수년간에 걸쳐 ‘한일강제병합 100년의 역사와 과제’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한일간 역사갈등을 극복하고 역사화해를 모색하는 중심축이 되어 공동연구와 국제학술회의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그러한 한일강제병합 100년사의 재조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2009년 6월 22일 한일 양국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한일강제병합의 국제법적 불법성’을 규명한 이래, 2010년 5월 10일 214명으로 시작하여 65주년 광복절을 앞둔 7월 28일 1,139명의 한일지식인이 ‘역사적 정의’에 입각하여 천명한 “1910년 한일병합조약은 원천무효”라는 공동성명이었다. 이것은 이후 한일강제병합 100년사의 남겨진 과제로서 ‘2015년 한일협정 50년사’를 재조명하는 추동력이 되었다. 2011년∼13년간 한일 양국 학자가 공동연구를 통해 한일협정체제의 국제법적 문제점과 식민지책임문제에 대해 재검토함으로써,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와 2012년 5월 24일 대법원이 ‘한일협정’과 ‘식민지책임’ 문제에 대해 ‘역사적 진실’과 ‘국제법적 정의’에 입각하여 내린 역사적인 판결의 중대한 모멘텀이 되었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 원천무효” 한일지식인 공동성명문 수록
이 책은 그러한 한일강제병합 100년사와 남겨진 과제를 재조명하는 학술연구서로서, 총 5부로 구성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제1부 「일본의 한국강제병합 과정」에서는, 근대 일본 초슈(長州) 번벌의 한국 침략(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대한제국 시기의 대일인식과 대응(주진오 상명대 교수), 러일전쟁과 한국병합(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동경대 명예교수), 한국주차군 참모장 오타니 기쿠조와 을사보호조약 체결 전후의 한국(마쓰다 도시히코[松田利彦] 일본문화연구센터 준교수), 보호국의 유형(사사가와 노리가츠[笹川紀勝] 국제기독대 명예교수)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제2부 「동아시아 식민주의와 일본」에서는, 동아시아 대란과 식민지주의(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 이바라키대 명예교수), 황민화정책의 본질을 생각한다(미즈노 나오키[水野直樹] 교토대 교수), 일본의 식민지 ‘조선’지배 실태와 한국인의 대응(장세윤 재단 연구위원), 일본의 중국 동북지역 침략과 ‘만·한불가분’론(쉬용[徐勇] 북경대 교수), 식민지체제와 군중(리청지[李承機] 대만성공대 교수)등을 논의하고 있다.
제3부 「한일강제병합의 국제법적 불법성」에서는, 식민지주의 범죄화에 관하여-한일강제병합의 교훈(무샤코지 킨히테[武者小路公秀] 오사카경법대 교수), 동아시아에서의 역사청산(도츠카 에츠로 국제인권법정책연구소 사무국장), 1910년 ‘한일병합조약’ 체결강제의 역사적 진실규명과 국제법적 조명(도시환 재단연구위원), 일본의 한국병합에 대한 국제법적 재검토(이근관 서울대 교수)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제4부 「역사인식과 남겨진 과제」에서는, 한일강제병합 100년과 재일한국인(변영호 츠루문과대 교수), 과거청산의 당위성과 미래를 위한 선택(차하순 서강대 명예교수), 동아시아 역사문제의 대화공간(부핑[步平]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한일협정과 남겨진 과제(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침략행위로서의 미국의 하와이 점령(에드워드 존 슐츠[Edward J. Shultz] 하와이대 교수) 등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제5부 「역사적 정의와 화해의 인식」에서는, 결론부로서 “1910년 한일병합조약 원천무효”를 내용으로 하는 ‘한일지식인 공동성명문’을 비롯하여 1,139명의 서명자 명단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등 관련 분야의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역사학, 국제법, 국제정치학등 다양한 학제적 관점에서 심도있는 검토와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한일간 역사갈등의 본질을 규명하고 그에 대한 극복방안의 모색에서 나아가 미래지향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8월 15일 광복절에 한·일 동시 출간된 이 책의 일본어판인 『한국강제병합 100년 역사와 과제 의 제목에 한국어판과 동일하게 ‘강제()’란 표현을 처음으로 명시했다는 점은 이 책에 수록된 ‘한일지식인 공동성명’과 더불어 ‘역사적 정의와 화해의 인식’을 향한 첫 학술적 출발이 될 것이라 믿는다.
‘식민지책임’ 문제의 해결로 진정한 역사화해 추구해야
이 책의 발간을 통해 2010년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하여 한일지식인 1,139명이 역사적 정의에 입각하여 천명한 ‘1910년 한일병합조약은 원천무효’라는 공동성명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것은 2015년 한일협정 50년을 앞둔 시점에서 1965년 한일협정체제에서 청산되지 못한 ‘식민지책임’ 문제의 해결을 통해 진정한 역사화해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오늘 동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부여된 역사적 과제이자 또 하나의 정의의 소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한일지식인에 의한 ‘역사적 정의구현’의 원년이었다면, 그러한 토대위에서 맞이하는 2015년 한일협정 반세기는 ‘진정한 역사화해 구축’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