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전체 일정의 45.4%를 소화했다. 전체적인 순위판도가 굳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선수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예비 자유계약선수들이 희비 쌍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예비 FA 선수들의 활약상을 중간점검한다.
▲ 롯데 손민한-'대박예감'롯데 손민한은 원래부터 좋은 투수였다. 하지만 FA라는 동기부여가 생기자 더 좋은 투수가 됐다. 올 시즌 12경기에서 7승1패 방어율 2.03 WHIP 1.06 피안타율 2할4푼4리를 기록 중이다. 다승 2위, 방어율·WHIP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투구이닝도 무려 88⅔이닝으로 부동의 1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 선발등판한 12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다.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도 7.39이닝에 달한다. 피안타율이 그나마 높지만 득점권에서는 1할6푼1리로 뚝 떨어진다. 손민한은 “기회가 된다면 일본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며 벌써 몸값 올리기에 들어갔고, 제리 로이스터 감독도 “꼭 잡아달라”며 구단에 손민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 두산 홍성흔-'절망에서 희망을 보다'지난 겨울 홍성흔에게 장밋빛 미래는 없어 보였다. 포수 포지션 고수를 이유로 공식 트레이드를 요청한 홍성흔은 어렵게 다시 기회를 잡았다. 포수 은퇴와 함께 지명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47경기에 출장해 176타수 59안타로 타율 3할3푼5리·2홈런·33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격랭킹 전체 6위에 랭크될 정도로 좋은 타격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도 3할6푼7리로 전체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포수 마스크를 벗었지만, 그래도 홍성흔은 홍포(洪砲)다. 홍성흔은 곧 외야수 변신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체중이 8kg 가량 줄어들어 보다 민첩해졌다. 홈플레이트가 아니라 외야에서 홍성흔의 오버를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 우리 정성훈-'예비 FA 프리미엄 아직은'우리 히어로즈의 연봉 후려치기가 진행된 지난해 겨울 정성훈은 오히려 전년도보다 1억 원이나 오른 3억2000만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예비 FA 프리미엄이었다. 그러나 정성훈은 올해 다소 부진하다. 47경기에서 161타수 42안타로 타율 2할6푼1리를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2홈런·17타점에 OPS도 0.707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OPS(0.824)보다 1할 넘게 떨어졌다. 2군에도 다녀왔다. 우리 이광환 감독은 “FA에 대한 부담감이 큰 모양”이라고 진단했다. 김응국 타격코치도 “FA에 대한 부담감도 크지만, 팀이 바뀐 것도 예민한 (정)성훈이에게 영향을 미쳤다. 2군에 내려간 충격도 있다. 능력있는 선수인 만큼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삼성 박진만-'수비는 여전히 최고, 방망이는 최악'지난 2년간 박진만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년 연속으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삼성의 내야를 지켰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매우 부진하다. 51경기에서 161타수 35안타로 타율 2할1푼7리·2홈런·16타점에 머물고 있다. OPS는 겨우 0.588로 지난해(0.858)보다 2할 넘게 떨어지며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득점권 타율도 1할8푼2리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타격에서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는 반대로 사상 최악의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던 1997년 현대 시절을 연상시킬 정도로 좋지 않다. 하지만 유격수 수비는 여전히 최상급으로 평가된다. 선동렬 감독도 이례적으로 “박진만은 꼭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SK 이진영-'가장 높은 OPS'이진영은 정성훈과 함께 올 예비 FA 중 나이가 가장 젊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정성훈이 FA에 대한 부담에 짓눌리며 부진하지만 이진영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올 시즌 50경기에서 160타수 51안타, 타율 3할1푼9리·5홈런·24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OPS도 0.875로 리그 전체 10위에 랭크돼 있다. 예비 FA 야수 가운데 가장 높은 OPS를 기록하고 있다.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고 있지만 독주체제를 구축한 단독선두 SK의 숨은 공신이다. 김성근 감독은 평가절하고 있지만, 외야수비도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긴 김성근 감독의 눈에는 만족스러운 것이 있을리 없다. SK팬들은 승률 7할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 기타등등투수 중에서는 손민한과 함께 역시 롯데 소속인 최향남의 활약이 돋보인다. 올 시즌 16경기 모두 구원등판, 5세이브1홀드 방어율 2.19 WHIP 0.61 피안타율 1할4푼8리로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마무리로 등판한 최근 7경기에서는 4세이브 방어율 제로를 기록 중이다. 5개 세이브 중 터프세이브가 2개나 될 정도로 타이트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특유의 빠른 인터벌과 심드렁한 표정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다. KIA 이대진도 9경기에서 2승6패로 패수가 많지만 방어율은 3점대(3.64)로 안정적이다. 그러나 9이닝 평균 득점지원(2.72)은 채 3점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윤석민을 괴롭힌 저주가 올해는 이대진에게로 넘어갔다.
야수 중에서는 SK 베테랑 김재현의 이름이 돋보인다. 올 시즌 50경기에서 136타수 43안타로 타율 3할1푼6리·4홈런·26타점을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을 채울 경우, OPS(0.901)는 전체 9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다. 대타 타율이 무려 4할에 달할 정도로 집중력이 좋다. 다만 수비를 할 수 없어 타격이 조금 더 좋아야 한다. 올해 김재현의 공식 포지션도 외야수가 아니라 내야수다.
LG 베테랑 최동수도 허리 부상으로 한 차례 2군에 다녀오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44경기에서 154타수 44안타, 타율 2할8푼6리·9홈런·36타점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홈런 페이스가 대단하다. 나이가 많은 것이 걸림돌이지만 최근 2년 페이스가 너무 좋다.
그러나 울상이 된 예비 FA들도 많다. KIA 포수 김상훈은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다 10번째 경기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상당 기간 제외, FA 자격 취득요건이 되는 1군 등록일수에 제한이 걸릴 위기다. 김상훈은 FA 포기를 사실상 결심했다. 히어로즈 포수 김동수도 마흔살 포수라는 신기원을 열었지만, 타율 1할2푼2리·0홈런·3타점으로 타격성적이 떨어지고 수비에서도 강귀태에 밀려 큰 공헌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김수경(우리)·전준호(우리)·이혜천(두산)·가득염(SK) 등은 활약상이 미미하고, 박종호(삼성)·조원우(한화) 등은 많은 나이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동환(한화)도 부상으로 FA가 거의 물 건너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