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터미널은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은 곳이었다.
생연동 구시가지 한복판에 있던 버스터미널이 2006년 영업난으로 문을 닫고,
3년이 지난 2009년 11월이 되어서야 송내지구 남쪽에서 새출발을 했다.
구터미널 시절에도 동두천터미널은 장사가 안 되기로 유명했다.
동두천이 서울 이북이어서 도로 교통이 매우 불편했고,
동두천 인구가 10만 명도 안 될 만큼 적어 배후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소수의 주민과 군인 수요만으로 터미널을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재개장을 할 때에는 롯데마트와 연계하여 대기업에 의존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동두천터미널은 갈림길에 서있다.
여러모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은 이곳에 잠시 머물러보기로 했다.
의정부에서 새로 뚫린 3번 국도를 타고 동두천으로 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곳에 오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예전엔 꽤나 자주 찾던 곳이지만 2010년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두천시내 남쪽 끝에는 롯데마트가 자리를 잡고 있다.
동두천의 출입구이자 관문과도 같은 역할을 하면서,
동두천의 유일한 대형 할인마트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동두천터미널은 여기에 기생하듯 롯데마트의 일부로서 영업을 한다.
동두천터미널은 너무도 외곽에 옮겨졌기 때문에 개장 당시에도 말이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지어질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다.
롯데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을 하기엔 너무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전에 구터미널이 폐쇄된 이유도 갈수록 심해지는 재정난 때문이었으니,
롯데마트와의 협의가 없었다면 지금의 터미널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치가 위치인 터라 동두천시내에서 찾아오기 상당히 번거롭고,
그래서 동두천터미널은 개장 당시부터 지금까지 찾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항상 터미널은 텅텅 비어있고 냉한 공기만이 커다란 대기실을 가득 채운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역시 롯데마트와 같이 영업을 하기 때문에,
마트 및 상업시설과 편하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두천 롯데마트도 딱히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남쪽으로 4km를 더 가면 나오는 양주 이마트에 밀려 찾는 사람이 적다.
동두천터미널은 경기도 광주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구조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경기도 광주의 경우 적어도 마트가 흥하고 기본적인 수요가 보장이 된다.
그러나 이곳은 마트도, 터미널도 수요가 적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른 아침임에도 터미널에 사람은 서너 명이 전부였고 표를 사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개장 초기에는 노선이 제법 생겼던 적이 있었지만,
수요가 정체되면서 지금은 겨우 입에 풀칠만 하는 수준으로 노선이 다시 줄어들었다.
위 사진을 보면 개장 초기부터 다녔던 노선들 모두 횟수가 반타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의 터줏대감 3300번 시외버스는 30~40분에서 60~90분으로 배차가 크게 벌어졌고,
인천공항 리무진버스 9회 → 4회, 광주-이천-장호원-감곡 5회 → 3회,
오산-송탄-평택-안성 2회 → 1회로 모든 노선이 전부 배차가 벌어졌다.
충청권 노선은 잠시 의정부에서 연장 운행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다시 환원되었다.
수요가 도저히 나오지 않아 동두천까지 오면서 손해만 봤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방 노선이 몇 개 신설된 점은 동두천터미널이 지탱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개장 초기에는 없었던 구미, 부산, 강릉행이 각각 3회, 4회, 3회가 추가되었다.
광주광역시 노선도 한때 운행을 했었으나 수요 감소로 폐지가 되어,
현재 남아있는 노선은 이게 전부이다.
보면 알겠지만 동두천터미널이 생기기 전부터 다녔던 3300번 시외버스를 제외하면,
가장 횟수가 많은 노선조차 하루 4회에 불과하다.
심지어 해외여행객 증가로 비중이 엄청나게 늘어난 공항리무진조차 횟수가 반타작이 되었다.
위의 사실을 종합해보면 사실상 동두천터미널에 들어오는 모든 노선들이,
터미널 폐쇄를 막기 위해 겨우 명맥만 잇는 정도로 가늘게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명맥조차 못 이을 정도로 적자가 심각해지자 버스 회사가 하나 둘 발을 빼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폐지되어 KD가 노선을 인수한 전적이 있었던 광주행이 다시 운행 중단되고,
2018년을 끝으로 대전행과 당진-서산-태안행이 폐지되어 충청권 노선이 전멸하면서
동두천터미널은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심지어 그간 밥줄이었던 3300번조차 하루 12회로 횟수가 크게 줄어들어,
사실상 동두천터미널은 존재 의의를 상실했다.
실제 동두천터미널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17년 기준 90명이다.
한 사람이 평균 만 원씩만 썼다고 가정해도 하루 수입이 90만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 돈으로 이렇게 큰 터미널을 관리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소리다.
버스터미널 통계를 보면 노선이 고작 두 개뿐인 시흥터미널(100명),
개장하자마자 폐장 위기를 맞은 광명터미널(140명)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하루에 백 명도 안 되는 사람이 찾는 곳이라면 과연 터미널이 필요할까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보니 동두천터미널이 더욱더 썰렁하게 보인다.
보통의 터미널이라면 대기실 안은 적당히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두천은 꼴랑 두 명, 그중 한 명은 관리 직원이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동두천터미널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오기 전에 대충 눈치채고 있었으나,
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줄은 몰랐다.
현장에서 직접 광경을 목격하고 나니 심각성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열댓 개는 족히 넘을 승차장은 사실상 방치된 채 쩍쩍 금이 갔다.
그나마 버스가 들어오는 쪽의 승차장도,
노선 수보다 승차홈이 더 많은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다.
분명 3300번을 제외한 모든 노선은 이곳에서 시종착을 할 텐데도,
대기하는 버스나 주차된 차량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터미널이 장사가 안 되는 이유가 이 사진에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출입구에 적막감만 감도는 것은 둘째치고,
터미널 출입구 앞의 풍경이 말없이 설명해준다.
현재의 동두천터미널은 위기의 갈림길에 서있다.
하루 평균 이용객 90명, 가장 자주 다니는 노선 횟수가 하루 4회,
충청권 노선 전멸, 3300번 횟수 급감 등등
긍정적인 소식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롯데마트에서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어찌어찌 영업은 해오고 있지만,
이미 개장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전망은 매우 어둡다.
다시 터미널이 폐지되는 사례가 나오지 않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과연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카드가 나올 수 있을까,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한 번은 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첫댓글 진짜심각하네요
노선도 거의없고 버스도 없고 주변에 암것도없으니 이러다 또다시 없어지는거아닐지 모르겠네요
껍데기만 남은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지역마다 각각 다른 터미널문제로 골치가 아픈거 같아요.
제가 사는 포항의 경우 수요는 있는데 건물이 너무 낡아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작 사업자가 없어 애를 먹고 있습니다.
밑에 언급하신 의정부터미널과 비슷한 상황이네요.
포항의 경우에도 의정부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죠... 그래도 포항은 규모는 어느 정도 되니까 의정부보다는 상황이
나은 것 같습니다.
경기 북부 행정구역의 문제점인 듯 합니다. 동두천말고도 포천도 비슷한 사정이죠.
중장거리 노선을 개척할만한 수요도 장담은 못하는데 이전 교통축이 확보된 상태라 창출할만한 수요가 없다는 게 가중 문제라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의정부 또는 서울로 가는 교통축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장거리 수요가 파고들 틈이 없는 것 같아요.
의정부 포천까지는 갔는데 동두천은 어떻게 가야할지도 잘 모르겠네요.
위치가 너무 외곽이라 교통편이 참 애매하죠. 만약 가게 되신다면 지행역에서 36, 53번 등으로 갈아타셔서 동두천터미널, 송내광장 정류장에 내리시면 됩니다.
그간 다녀오신 터미널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썰렁한 터미널인 것 같습니다. 저 정도면 노상 정류소보다도 승객이 더 없어보입니다. 만에하나 롯데마트까지 이마트에 밀려 철수를 결정하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군인 수요로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수요는 잡을 법도 한데 저렇게 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저 또한 저런 시설을 갖추고도 이렇게까지 한적한 터미널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상황까지 온 이유를 파악해보면
1. 위치가 너무 외곽이다 - 시내 남쪽 끝이라 주변 인프라가 부족함
2. 교통이 불편하다 - 전철x, 버스로도 내려서 제법 걸어야함
3. 인지도가 낮다 - 후발주자라는 한계 + 기관의 적극적인 홍보 부재
4. 노선이 부실하다 - 터미널을 이용하고 싶어도 탈만한 버스가 없음
이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동두천시민들이 동두천터미널을 찾느니 의정부, 서울로 나가는 게 기회비용을 따지면 훨씬 이득인 상황이죠.
@Maximum 상세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지방 터미널들 중에도 대형마트 등의 시설을 끼고 신축을 한 뒤에 상업시설이 빠져나가서 황량해 진 곳이 여럿 있는 걸로 아는데, 동두천 역시 그런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여러모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네요. 좋은 글과 설명에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리며, 명절 연휴도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공주 살면서 공주-동서울 노선이 1일 1회 동두천까지 연장운행했는데 수요가 너무 없다보니 철수했다고 하네요. 왜 그런지 생각해보았는데 터미널 사진을 보니까 그럴 수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광주, 대전행마저 폐지될 정도였으니 공주행 철수는 어쩔 수 없었겠죠.
@Maximum 물론 공주는 워낙 서울경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동서울행 자체도 하루 1편으로 감회되고 동두천행은 그 감회와 함께 철수한거라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라 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