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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동안의 해후인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 나는 다시 경주에 왔다. 내 굳어만 가는 기억 속에서 가물 거리는 지난 추억을 더듬지만 낙엽 진 계림처럼 나의 기억도 남김없이 떨어져 버렸다.
다만, 한 가지 내가 경주에서 추억으로 남겨 놓았던 것은 25년 이 지난 중학교 수학여행 때의 일이다. 짓궂은 친구의 장난에 의해 내 얼굴은 삼국지의 장비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내가 처음 신라 천년의 역사를 밟았던 그 때 그 나이가 되어 자란 내 아이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떤 말문을 열고 여행을 시작 할까? 잠시 고민을 해 본다. 참 오랫만이다. 추억으로 떠난 경주 여행은 이렇게 나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시침을 돌려놓고 있었다.
경주 시내를 들어서자마자 우리 가족을 맞는 것은 여기저기 이름 모를 고분들이다. 처음 찾은 곳은 대릉원, 천마총이라고 알려진 곳에 주차비 2,000원을 내고 출입구와 제일 가까워 움직이기 쉬운 곳에 자릴 잡았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찾아오는 여행객이 없어 한산하기만 하다.
◆ 대릉원(천마총)주차비 : 2,000원, 입장료 : 어른(1,500원), 어린이(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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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여행자를 쓸쓸하게 기다리고 있다. 태고의 무덤이 나의 눈에는 마치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포근하게 보인다. 아내에게 그랬더니 당신은 참 X 좋아해~~!! 라고 말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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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2박3일 일정을 가지고 경주를 다 봤다고 하는 것은 만용이라고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일찍이 경계 하였다. 그 중에서 첨성대에 실망하고 초라해 하는 우리에게 또 한번의 교훈의 말을 전하고 있는데, 이는 동양 최대의 천문대라고 교과서에서 배우고 왼 우리가 실제 바라다 보이는 외형의 모습만 보고 허탈해 하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첨성대가 얼마나 절묘한 구조이고 기막힌 상징성을 갖고 있는지 너희가 아느냐’ 라고 말이다. 얼마나 안정감이 있고 아담하며 조순한 인상을 풍기고 있는가? 옛날 사람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첨성대의 기단은 정사각형이고 몸체는 원으로 되어 있다.
몸체는 모두 27단으로 되었는데, 맨 위에 마감한 정자석(井字石)과 합치면 28, 기본 별자리 28수를 상징하고 있다 한다. 여기에 기단석을 합치면 29, 이는 한 달을 상징하고 몸체 남쪽 중앙에 네모난 창이 있는데, 위로 12단, 아래로 12단이니 합치면 24로 1년 12달과 24절기를 상징한다고 한다. 여기에 돌의 숫자는 362개 즉 1년의 날수가 된다.
또한 첨성대가 세워진 것은 선덕여왕 16년(647년)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첨성대 몸체가 27단으로 된 것도 아마 선덕여왕이 27대 왕이라는 상징성으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별로라 생각한 첨성대의 모습이 다시 눈에 가득해 온다. 내 사랑하는 딸 혜민이는 첨성대가 뭔지 잘 모르지만 꼭 남겨야 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아빠의 요청에 포즈를 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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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따리...
첨성대를 가까이 보려면 또 한번 6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첨성대는 쇠로 된 창호 문양의 울타리를 하고 있는데, 경주에서 너무 지나치게 돈을 받아 낼 상술의 허기를 채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허망함에 나는 김알지의 탄생 신화가 있는 계림으로 발길을 옮겼다.
대릉원 주차장 오른쪽 한 편에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이 있다. 1시간을 이용하는데 2인용 자전거는 6,000원이다. 어린 자녀는 뒤에 태우면 된다. 등 뒤에 어린 아이를 태울 수 있는 등받이 의자에 안전벨트가 있어 자전거로 하이킹을 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나는 예전에 TV에서 텔런트 송혜교와 이병헌인가 드라마에서 푸른 초원을 둘이서 2인용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언젠가 꼭 한번 타 봐야지 싶었다. 나는 2인용 자전거를 빌려 경주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너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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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성에 오르니 말을 타는 곳과 국궁 체험장, 전통 놀이 체험장이 있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자라나는 어린 아이에게 선조의 혼과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체험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다소 상업적인 거래가 오가는 것 같은 내음이 농 짙게 풍기고 있어 아쉬웠다.
얼음을 저장하였다고 하는 석빙고는 신라의 유물이 아니고 조선 영조 14년에 만들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지증왕 6년, 그러니깐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에도 1년 내내 얼음을 저장하여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니 우리 조상이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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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설레임으로 찾은 첫 여행지 대릉원에서 천문대 계 림 반월성에 오르는 동안 느끼지 못했던 바람은 점점 더 차고 매서워졌다. 겨울에 떠난 여행이라 겨울 맛을 제대로 느끼면서 지난 신라천년 역사의 숨결을 느끼는 것이라고 마음으로는 생각을 했지만 몸은 자꾸만 움추러들고 있었다. 어묵을 파는 아줌마가 아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나도 못 이기는 척 아이들에게 어묵을 집어 주면서 어묵의 뽀얀 김에 얼어붙었던 마음 을 녹인다. 큰 아이는 4개에 천원이라고 하면서 집어 들지만 곧 바로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이 잘못됨을 깨닫는다. 여기가 4개에 천 원 하는 학교 앞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다음으로 간 곳이 국립경주박물관이다. 충분하게 여행 일정을 짜고 출발을 한 것이 아니어서 다음 행선지를 정하여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경주 천마총 주차장에서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천마총 주차장에서 5분을 넘기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경주 역사 천년의 문화 유적 유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있지 않은가? 천마총 주차장에서 박물관 주차장으로 옮기는 그 짧은 시간에 박물관 주차장에는 눈비가 섞여 내리고 있었다. 몸은 차고 추웠지만 마음은 그래도 훈훈하게 녹아나고 있었다. 무엇이 우리의 얼었던 마음을 녹여내고 있었는지 잠시 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곳에는 우리 선조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역사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고고관, 안압지관, 미술관, 특별전시실 그리고 야외전시관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출구 앞 안내소에서는 3,000원을 주면 안내 해드폰을 빌려주는데, 고고관 각 전시실 앞에 부착되어 있는 센서에 의해 우리가 궁금해 할 내용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친절히 안내가 되도록 되어 있다. 다시 듣고 싶으면 언제든지 다시 센서 앞에서 서기만 하면 된다. 참 싱싱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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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는 “고구려인의 삶과 죽음”이라는 주재로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고, 고구려 고분벽 화를 통해서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는 의미의 특별 전시회를 갖고 있었다. 신라천녀의 역사와 고구려의 역사가 서로 한 곳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 국립박물관 입장료 : 어른(400원), 어린이(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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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랑 딸은 박물관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서 그냥 있기로 하고 500미터쯤 떨어진 임해전지(안압지)를 아들과 함께 걸어 갔다.
안압지는 신라 문무왕 14년에 연못을 파고 못 가운데 3개의 섬과 12봉우리를 만들었다. 못가에 임해전과 여러 부속건물을 만들어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하면서, 나라가 경사스러운 일이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이 못을 바라보면서 연회를 베풀었던 곳이기도 하다.
날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매섭게 변하고 있었다. 동장군이 정말 멋들어지게 진군하는 모양이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날씨를 보일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확실히 입증 되고 있는 것이다. 안압지도 숨을 멎고 마치 몸과 기를 닦는 수련생처럼 더욱 알지게 얼어 가고 있었다. 지난 세월의 풍치도 감추고 다만 오로지 고요와 긴 동면 속에서 아들과 나를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나의 미동도 하지 않는 임해전지와의 첫 만남은 참 아름다웠다. 파란 새 싹이 돋아나는 봄이 되어 다시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나는 얼른 연못 한 바퀴를 돌았다.
나는 언제나 피어난 꽃 보다 피어날 꽃 봉우리를 좋아 했었다. 그러하듯이 내 가슴에 나는 해냄에 대한 뿌듯함보다 할 일에 대한 희망을 품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교훈으로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 안압지 입장료 : 어른(1,000원) 어린이(400원)
오늘의 일정은 여기서 마감을 하고 구진 입과 배를 채우기로 했다. 지나는 행인의 발길을 붙잡고 어디에 가면 맛 집을 물어 보지만 갑자기 얼어붙은 길거리에는 지나는 행인도 찾을 수 없지만 추위는 친절의 마음과 기억을 얼려놓은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찾아간 곳은 동대사거리 근처의 대원 삼계탕 집이다. 식당 박사장님은 맛있는 음식도 정성껏 제공해 주셨지만 경주 가이드를 하신 경력처럼 우리의 잠자리와 여행 정보를 참 많이도 친절하게 도와 주셨다.
이번 경주여행에서 또 하나의 행운이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여행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잠자리와 먹거리를 모두 박사장님으로부터 정보를 제공 받았으니 모든 것을 도움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숙소를 정하는 일도 주말이라서 다들 방이 없다고 하거나 숙박비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불렀다. 그런데 친절하게 박사장님이 저렴하면서도 깔끔한 잠자리를 소개하고 전화까지 해 주셨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아직까지 인사를 제대로 못했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사업 번창하기를 기원해 본다.
첫댓글 박물관 입장료가 언제 바뀌었지? 어린이는 안 받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