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식단명으로 "나시고랭"이었다.
일본식 조리법으로 만든 식단 같았다. 닭고기와 버섯을 썰어넣어 볶은, 일종의
볶음밥 종류인데 보기도 좋고 맛도 있었다. 일요일이라 식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비행기 승무원들과 정비사들이 끼리끼리, 삼삼오오, 넓은 홀 가운데는 남겨두고 창가
쪽에 모여 앉아 식사 반, 수다 반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토, 일요일
또는 국경일 같은 날에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사람은 노동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이다. 종교의 가르침이 대개 그러하다. 그런데 나는
오늘 무슨 일을 했던가. 별로 한 일이 없다.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모니터 감시하고
프로그램上에서 클릭 한두 번 하여 밀린 일 하러 나온 직원들을 위하여 몇 군데 사무실
출입문 개방 시켜준 것이 오전에 한 일의 전부였다. 어쩌랴, 나에게 주어진 임무가 그것
인데.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을.
"一日不作 一日不食"이라 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 당
나라 때 고승 백장(百丈)스님이 남긴 선가(禪家)의 유명한 규칙으로 알고 있다. 속세에서
이 규칙을 어겼다고 해서 누가 벌을 주고, 또 그 별을 받을 사람이 있으랴마는 이 말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꼭 필요하고 존중되어야 할 말일 것 같다. 최소한 오늘은
내 생각에 승무원과 정비사는 먹을 자격이 충분하겠지만, 어째 난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