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고향
김 들 레
고향을 그리다가 문득 현관문을 열고 나가 한 평
반밖에 되지 않는 하늘을 바라본다.
해질녘이면 물고기가 허공으로 곤두박질치는 냇물이
바라다 보이고 소쩍 소쩍 소쩍새 노래 소리가 간간이
창문을 두드리는 곳.
가래산 갈참나무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다 읍내로
가고 싶어 일제히 몸을 뒤집으며 우-우 흔들어대는 곳.
돈벌러 떠난 아들이 노부모에게 맡겨놓은 여섯 살 난
대원이가 동진천 냇가에서 들꽃과 뒹굴며 하루를 보내도
괜찮은 곳.
오래전 고향 떠난 사람들이 이마에 주름 서넛 별처럼
달고 돌아와 옛집 굴뚝에 꾸역꾸역 연기를 뿜어내는 곳.
한겨울 눈발이 사정없이 쏟아져 저드레 들판을 다
덮으면 먹을 것 찾아 나선 고라니 노루 산토끼가
큰길가에 아무렇게나 뛰어다녀서 보기 좋은 곳.
바가지촌 허씨네 딸래미가 수필가로 당당히 문단에
등단했다는 소문이 낼 아침이면 갱치 마을 이순 넘은
젊은 할아버지 어두운 귓전에도 똑똑하게 들리는 곳.
토박이보다 고향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어깨를
툭툭 다독여주고 도란도란 작은 찻상에 앉아 감잎차
뽕잎차 향기 맡으며 아랫목 이불 속에 시린 발 넣고
앉아 세상사는 이야기 스스럼없이 나누는 곳.
저녁 설거지 채 하기도 전 시간인데 읍내 번화가에는
바쁜 걸음 재촉하는 사람들 보이지 않고 더러 반짝반짝
잘 닦여진 승용차 한 대 꽁무니에 빨간색 불빛을
희망처럼 남기며 작은 골목으로 사라져도 누구네
대문으로 들어서는지 쉽게 알아차리는 곳.
태어나 자란 고향보다 평생 한 이불 덮고 함께
살아가야 할 따뜻한 사내 만나 십 수년을 살면서
잘 가꾸고 지켜야 할 책임감이 문득문득 가슴속에
옹달샘물처럼 솟아나는 느티나무골.
낯선 사람 만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오면 나는
고갯짓으로 동진천 새다리를 가리키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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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슴 짠허니 고향이 머릿 속에 그려 집니다. 갑자기 고향에 가고 싶어지고 아버지 와 할머니가 쓸쓸히 누워 계실 그 곳을 생각하니 눈물까지 핑 돕니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달려오세요. 따끈한 올갱이국 함께 드십시다. 고향은 언제나 늘 푸근하게 감싸주지요. 그래서 사람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도 고향을 먼저 생각한다지요. 샬롬!
김들레님. 저희 홈으로 퍼갑니다. 한번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