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화기가 본인 명의가 아니어서 백신예약을 어떻게 해야 할런지를 모르겠단다. 1339 콜센터에 문의 하려고 해도 계속된 통화 중...관할 보건소도 마찬가지란다.
들어보니 난감했다. 그집은 코로나로 취업을 못하고 있는데, 빨리 백신이라도 맞아야 다음 생업에 대처할 급박한 처지에 있다. 내가 도울 일이 없을까?
몇번 콜센터며 보건소에 전화를 해 보았으나 마찬가지다. 생각하다 컴퓨터를 켜고, 질병청 백신예약사이트를 찾아들었다. 그런데 본인이 아니면 불가능 하다며 서둘러 가로막는다.
대리신청이 불가하면, 본인명의 전화나 컴퓨터가 없는 사람은 그편에서 요구하는 본인 인증을 어떻게 할까? 지인은 컴퓨터도 없고, 방법이 없어 보인다. 보건소나 찾아가볼까? 그러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앞섰다.
나의 경우에도 두번이나 찾아 간적이 있다. 초기 백신예약신청을 놓쳐 추가접종을 신청하려 갔었는데, 한번은 정보의 착오가 있었고, 다른 한번은 그날 신청이 있는 것으로 소식듣고 직원에게 문의를 하였으나, 계획이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뒤에 알고보니 그날 밤에 예약이 있었고, 나는 배신과 불신감을 느꼈다. 할수없이 훗날 서울의 아들에게 부탁하여 신청을 끝내었던 사실이 있다.
컴퓨터를 닫고 생각에 잠기었다. 정작 어려운 사람들이 먼저 백신을 맞고 생활전선에 나가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우리 사회는 소외된 사람들은 그러한 과정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그들은 정보에도 어둡고, 행정적인 배려도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방법이 없을까? 그래도 보건소에라도 한번 더 찾아가? 에라이~ 그만 두자. 휴대폰 조회를 시작했다. 그런데 화면에 지자체별 콜센터라는 문자가 보였다. 왜 저런걸 몰랐을까? 내가 못보았는지, 아니면 표기되어 홍보된 곳이 없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하여간 그곳(지역번호-120-1339)에 전화를 하니 통화도 수월하고 대리신청이 가능했다. 지인에게 신청 접수 사실을 알려 주었다. 나더러 어떻게 그걸 알았느냐고 반문하는 걸보니, 아직은 수고하는만큼 서비스의 체계가 덜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 온라인에서 주문한 쌀이 배달되어 왔다. 집에 남은 것은 작은 한주먹... 어느 유튜브에서 지금의 백신마져도 서로 먼저 사려고 난리인데, 만약의 경우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생물의 종이 줄어들어 심각한 식량부족 현상이 있을 것이란다. 그땐 많은 사람들이 남의 담을 넘게 될 것이라고...
[오늘]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직업도 없는 백수 신세라 거의 매일을 혼자 공원을 찾거나, 들판을 거닌다. 같은 곳을 몇일 돌았더니 발길이 내키지 않아 도시의 바깥거리를 걸었다. 길가엔 사람도 거의 없었지만 사람을 만나면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며 걸었다.
목표한 절반쯤 걸었을까? 산자락의 체육공원으로 올라갔다. 소변도 보고 한적한 곳이라 사람들도 없을테니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넓은 체육공원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젊은 여자가 앞서갔는데, 어디론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화장실을 들렀다 벤치에 앉아 휴대전화를 꺼내 보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40대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왔다. 그리고 다짜고짜 열체크를 하잔다.
이건 뭐 도대체 어떻게 된일인가? 아무도 없는 넓은 체육공원에 혼자있는 나더러 열체크라니? 세상 분위기가 그렇다보니 순순히 응했다. 그래도 기분이 별로였다.
"이런데 오면 서로가 신경쓰여 안 와야 하겠네요."
"오세요. 괜찮아요. 전화번호도 좀 적어주세요."
헉! 전화번호까지...순간 나는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 설마 과거의 보따리 장수는 아닐테고, 그렇다고 조지 오웰의 1984?...이 여자가 정말 보건당국에서 일하는 여자가 맞는가? 도로에서 산비탈을 약간 올라간 이런 외진 곳에서...
왜냐하면 이 도시에선 외지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승객마져도 열체크를 하지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한달에 한두번씩 예전에 살았던 도시를 다녀오는데, 그곳 터미널에선 승객들을 빠짐없이 열체크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이곳 도시는 파견나온 듯한 사람들이 몇배의 거리두기로 벽밑에 탁자놓고 앉아 소 닭보듯 외면을 하였기에 그 모습을 떠올리니 기분이 상했다. 도대체 뭘하자는 것인지? 솔직히 자기 지역에 코로나 환자가 많아지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래서 속이 더 상했다.
"전화번호요? 그냥 갈게요."
못난 성질에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카톡에서 며늘 애가 오늘 예약을 한다고 하였다. 마음이 불편하여 체육공원의 상황을 짤막하게 댓글에 담았다. 아들의 거들었다.
"공원에 앉아 있는 사람 열은 왜 재나? 이상한 사람이네..."
나는 이렇게 답했다.
"버스터미널의 오가는 사람들은 열 체크 안하면서... 그러니 감염자가 제일많지."
내가 사는 도시가 도내에서 인구대비 감염자 수가 월등하게 제일 많기에 하는 말이다. 무엇이든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나는 것이 바른 이치다.
* 또 다른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 날 해마다 농장 일을 도와준 사람에게서 과일 상자가 보내져 왔으니 퇴근시간에 가져다 주겠단다.
그런데 정이라는 생각에 앞서 지난날 상처받은 마음이 떠올라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주라며 사양을 했다. 사람들은 불우이웃을 돕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부분을 두고, 질시를 넘어 바보취급을 하거나 이상하게 평을했다.
애써 어두운 그늘을 피하고, 세상 혜택을 만끽하고 태평성대를 노래하며, 선을 위선으로 받아들이는 한 기다리는 건 세상의 종말뿐이다.
사람 사는게 참 갈수록 힘이 든다. 날더러 어두운 글을 쓴다고 하더라만, 글은 그 사람 마음의 거울이다. 작금의 세상엔 밝은 것은 태양과 보름 달뿐...어두운 것을 밝다함은 선을 향하는 조화로움이 아니라 명백한 위선이다. 누군가는 그 어두움을 지켜보아야 한다면 후회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