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소감】
반듯한 ‘좌우명’이 평생 소신과 생활철학을 만든다
◆ 김용인 재향경우회 중앙회장 ‘신동아 인터뷰’ 기사 讀後記 -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재향경우회 홍보지도위원
시사 월간지 《新東亞》 2021.12월호에서 귀하게 느껴지는 문구를 발견했다. ‘근위무가지보(勤爲無價之寶)’이다. 첫 경찰서장 출신 김용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중앙회장의 인터뷰 기사에서 본 ‘좌우명’이다.
▲ 한학자였던 선친의 가르침을 언급한 '명심보감' 한 대목
'한학자였던 선친으로부터 어릴 때부터 들어온 말씀'이라고 한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인데, ‘신시호신지부(愼是護身之符)’와 함께 쓰인다. 붙여 읽으면 ‘근면함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요, 언행을 신중하게 함은 몸을 지키는 부적이니라.(勤爲無價之寶 愼是護身之符)’가 된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전기(傳記)나 일대기를 살펴보면 뚜렷한 소신과 생활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성공신화’의 배경에는 훌륭한 스승을 가슴에 모신 것과 같은 ‘좌우명’이 자리하고 있다.
김용인 회장은 순경 출신이다. 나는 과거 충남 도경(道警)에서 김용인 순경, 경장, 경사(비간부非幹部 시절을 말한다)와 함께 근무하면서 남다른 솔범수범 생활 태도를 발견했다.
전 직원이 집결하는 회의실에서 김 경장은 으레 맨 앞자리에 앉는다. 앞자리는 누구나 꺼리는 자리이다. 더구나 하위직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뒷자리를 안전지대(?)처럼 선호한다. 맨 앞자리는 늘 공석(空席)이라 행사를 주관하는 부서의 책임자는 앞자리를 채우기 위해 성화를 낸다. 하지만 앞자리는 불편한 점이 많다.
가령, 단상의 교관으로부터 어떤 지목을 받을 확률도 높고, 옆 사람과 가볍게 잡담 한 마디 나눌 수도 없다. 시종일관 반듯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 자리다. 하지만 김용인 경장은 달랐다.
회의실에 들어오면 남들이 불편하다고 하는 ‘맨 앞자리’에 자발적으로 떡하니 앉는다. 뒷자리 동료들이 한마디씩 한다. “김 경장은 어째서 앞자리만 고집하나? 불편할 텐데 말이야!” 김 경장이 당당하게 대꾸한다.
“저는 앞자리가 편해요.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은 앞자리에 앉는 법이지요.(웃음)”
신동아 인터뷰에서도 그와 같은 생활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노먼 빈센트 필 박사의 ‘긍정적 사고방식’이란 책을 읽고 나서 ‘매사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나는 김 경장이 미국의 저명한 목사이자 저술가인 노먼 빈센트 필(1898~1993) 박사의 《긍정적 사고방식》이라는 책을 언제 읽었는지, 그 시점을 헤아려 보았다.
짐작건대, 김 경장 부친의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인 「근위무가지보(勤爲無價之寶)」가 먼저이고, 그 바탕 위에 노먼 빈센트 필 박사의 《긍정적 사고방식》이 생활철학으로 굳게 자리 잡지 않았나 생각된다.
▲ 삶의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준 노먼 빈센트 필 박사의 책 '긍정적 사고방식'을 언급한 대목
순경 출신 김용인 회장이 경우회 중앙회장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듣고 과거 이웃집에 살았던 내 누님이 맨 먼저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다.
“주인집 옥상의 눈까지 치우던 부지런한 경찰관이었지.”
추운 겨울날, 남의 집 셋방살이하는 김 경장이 동네 골목길의 눈을 다 치우고 나서 주인집 옥상의 눈까지 말끔히 치웠다고 한다.
“아니, 셋방살이하는 경찰관이 주인집 옥상의 눈까지 치우다니, 참으로 부지런한 경찰관이야”
내 누님은 이 광경을 보고 감탄하는 말씀을 기회 있을 때마다 했다. 셋방살이하는 경찰관이 주인집 옥상의 눈까지 치우는 광경은 처음 본다고 했다.
그냥 놔둬도 햇볕만 나면 녹는 것이 눈인데 왜 굳이 힘들게 치우냐고 하면 김 경장은 “난방도 잘 안 된 주택의 옥상에 눈 얼음장까지 뒤집어쓰고 있으면 더 춥다.”라는 것이었다. 이런 총각 경찰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습을 보고 지역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위 삼고 싶었다고 한다.
평소 성실하고 부지런한 생활 태도와 반듯한 성격은 어디서 나오는가. 한학자인 부친의 가르침이 알게 모르게 ‘좌우명’으로 작용했고, 노먼 빈센트 필 박사의 ‘긍정적 사고 방식’이 생활철학으로 가슴에 녹아든 것이다. 그런 적극적인 생활 태도는 경찰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곳곳에 숱한 일화를 남기며 이어졌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평소 자녀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느냐?’고 기자가 물었다.
그러자 김 회장은 “평소 아이들에게 ‘근위무가지보(勤爲無價之寶)’와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新又日新)’을 강조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일신일신우일신은 ‘나날이 새로워진다’는 의미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교만을 경계하라는 말도 자주 해요. 태도뿐 아니라 생활도, 마음도, 교만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직장에 다니는 아들에게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회사에서 주는 급여 외에 다른 이익은 1원도 탐해선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김용인 재향경우회 중앙회장이 월간지 인터뷰에서 언급한 ‘좌우명’은 임기 내내 「경우회 리더의 운영 철학」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 회장이 평소 즐겨 쓰는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新又日新)’이란 말은 한 가정에서는 가장이 자녀에게 강조하는 말이지만,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이끄는 사람으로서는 ‘혁신과 개혁’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바라건대, 한 법정(法定) 단체의 장으로서 개인적인 인생철학에 그치지 않고, 150만 전 현직 경찰인들에게 ‘향도(嚮導)의 나침반’과 같은 리더십과 진취적인 삶의 본(本)이 될 것으로 믿는다. ■
2021.12.16.
윤승원 소감 記
※ 방금 배달된 따끈따끈한《신동아》2021년 12월호 표지와 사진
■ 관련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262/0000015033?lfro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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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페이스북 댓글
◆ 박정열(시인, 수필가) 2021.12.16.23:55
세상은 이런 분들이 많아야 하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답글 / 윤승원 2021.12.17. 06:05
부지런한 분,
겸손한 분,
남을 섬기는 분,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분,
그래서 존경받는 대한민국 재향경우회장이지요.
감사합니다.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댓글
◆ 장원섭(뉴스더원 논설위원, 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
잘 읽었습니다.
입지전적인 인물들의 성공기를 읽다 보면,
대부분 남과는 다른 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순경으로 임관하여 지금의 자리에 올랐으니
우리에게는 귀감이 되고도 남습니다.
20살이 갓 되던 해에 읽은 노먼 빈센트 필 박사의
《적극적 사고방식》이라는 책은 제게도
엄청난 영향을 준 책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다시 들으니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 답글 / 윤승원 2021.12.17. 08:29
‘적극적인 사고방식’- 말과 글이 아닌 현실적인 삶에 실천적으로 적용하고 계신
김용인 회장님 일화가 많습니다.
경찰서장으로 근무하고 떠난 후에는 지역민들이 공덕비까지 세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헌신적인 봉사를 주민들이 먼저 알아준 것이지요.
부지런하게 바쁘게 사시는 분이라 그런지 얼굴에 주름살도 없습니다.
‘만년청춘’의 비결은 ‘勤爲無價之寶’라는 좌우명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본받을 점이 참으로 많은 분이지요.
깊은 학문을 연구하시는 장 교수님께서 귀한 댓글로 응원해 주시니,
김용인 회장님께도 전해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문학박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1.12.17. 09:06
김용인 경우회 회장님의 생활철학이 성실, 근면함을 장천 윤승원 선생의 독후감으로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인연을 가지게 된 것, 긍정적인 생각이 대단히 소중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답글 / 윤승원 2021.12.17. 09:13
정 박사님 말씀하신 대로 ‘좋은 인연’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김용인 회장님이 과거 대전에서 저와 같은 청사 내에서 근무했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 듯싶습니다.
성실하고 근면한 삶이 바탕을 이루는 가운데 겸손한 자세로
남을 섬기는 생활철학까지, 본받을 점이 참 많습니다.
정 박사님 따뜻한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댓글
◆ 청계산(지교헌 : 수필가, 철학박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1.12.18. 13:29
김용인 회장님이 강조하신 “勤爲無價之寶”와 “日新又日新”은
모든 사람의 좌우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나가면서 노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공직자로서 봉사하거나 그 무슨 일을 하든지 부지런함이 없이는
제대로 그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람은 날로, 날로 새로워져야 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湯王의 盤銘에 써 있었다는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는 말은 곧
易姓革命을 통하여 새로운 나라 殷을 건국하고 발전시킨 철학이기도 하였으니까요.
훌륭한 좌우명은 훌륭한 인격과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을 보여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청계산에서 지교헌]
▲ 답글 / 윤승원 2021.12.18.14:10
부지런함과 새로워짐은 ‘성공의 원동력’이란 말씀, 존경하는 지교헌 박사님께서
구체적으로 해설해 주시고, 이해하기 쉽게 가르침 주시니 누구에게나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을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湯王盤銘>에 새겨진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에 대해서도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된 점 감사드립니다.
살아가면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분들의 남다른 좌우명과 생활철학을 살피고
공부하는 일은 참으로 유익한 일입니다.
귀한 가르침이 담긴 댓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