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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학년 글들이 제법이다. 맨 아래 <별>은 방학 중에 텔레비젼을 보고 나서 지은 시란다. 글쎄 '김대중 별' 이란다...
나비 강민지(1)
"얘야 심부름 좀 다녀오렴" 투덜투덜거리며 집을 나선다 어디서 왔는지 팔랑팔랑 나에게 날아오는 나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자꾸 날 쪼르르 쫓아온다 아무리 뛰어도 그림자처럼 내 옆에 있는 나비 어느새 내 마음은 스르르 풀린다
거울 박효정(1)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거울을 보며 인상 가득 했던 내 얼굴을 환한 미소로 도배해본다
근심과 걱정으로 얼룩졌던 내 얼굴을 거울을 보며 환히 웃어본다
돌 박주완(1)
잔잔한 개울가에 돌을 던진다 풍덩풍덩 던질수록 출렁이는 개울
친구에게 한 장난 돌 하나 친구에게 무심코 뱉은 말 돌 두울
돌에 맞아 출렁이는 개울처럼 나의 마음도 돌에 맞아 출렁인다
제비꽃 박주완(1)
정이 메마른 대지 도심 속에서 하나 둘씩 꽃이 핀다 겉이 예쁘진 않지만 내면이 아름다운 꽃이 보잘 것 없지만 수수한 꽃이 대지를 가득 채워 정을 나누고 향기를 뿌려 행복하게 만든다
종이비행기 박주완(1)
친구와 싸운 뒤, 무거운 나의 마음이 종이 비행기를 날린다
미안한 마음 사과하고 싶은 마음 다시 놀고 싶은 마음
모두 담아 친구에게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시골길 황대현(1)
부릉부릉 자동차 타고 울퉁불퉁 길을 달려서
할머니를 만나러 갑니다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손
그 쭈글쭈글한 손으로 나의 볼을 어루만져주시는
그리운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손
비오는 날 황대현(1)
우산 쓰고 길을 걷던 날 문득 우연히 옆에서 보았습니다 작고 징그러운 민달팽이를
처음볼 땐 그저 신기하던 민달팽이 손도 발도 없이 밑으로 가는 민달팽이 그 힘들어하는 모습에 나는
손으로 집어 다른 자리로 옮겨주었습니다. 징그럽지만서도 은근히 귀엽던 비오는 날 생각나는 민달팽이
민들레 대승민(1)
밟아도 밟아도 사라지지 않는 민들레 아파도 아파도 좌절하지 않는 민들레 그 모습 마치 우리가 꼭 배워야 할 것 같아 그 모습 정말 우리가 꼭 새겨둬야 할 것 같아 이젠 나도 좌절하지 않을래 이젠 나도 아파하지 않을래
행복의 날 대승민(1)
세어보다 세어보다 또다시 잠들었습니다 내일은 꼭 다 세어보아야지 다짐하지만... 또다시 세어보다 세어보다 잠들어버립니다 저 수많은 별을 다 세어 내 손에 담는 날 그 날은 제가 행복할 수 있겠지요
가뭄 박소리(1)
비가 오지 않아 허덕이는 메마른 땅들 곡식들이 죽어가고 땅이 갈라지고 황금의 비가 주룩주룩 내렸으면..
친구와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내 마음 속의 땅도 내 친구의 마음 속 땅도 쩌억 쩍 갈라진다 우리 마음에도 화해의 비가 주룩주룩 내렸으면 더이상 우리 마음 속에 가뭄이 오지 않았으면
TV 박소리(1)
네모난 상자 안에서 참 재미있게 논다 그 놀이를 보면서 난 즐겁게 웃는다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 그래서 영원한 내 친구
어머니 황현정(1)
내가 슬퍼서 울 때 항상 내 곁에서 좋은 말만해주시는 어머니 내가 무슨 걱정이 있으면 걱정하지 말고 말해보거라 하고 말하시는 어머니 다 속시원하게 털어놓고 다 해결해주시는 어머니 내가 피곤하면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는 어머니 잠 자고 나면 맛있는 밥냄새와 맛있는 반찬냄새가 솔솔 날아와 내 콧구멍을 벌렁벌렁하게 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몸은 많이 아프시지만 아프다는 말은 안하고 우리 자매들이 아프다고 하면 걱정해주시는 어머니 우리 가족에게 항상 웃으시는 어머니 화내실 땐 무섭지만 나는 화내신 어머니도 좋다
아버지 황현정(1)
일을 갔다 오시면 땀냄새가 나시는 아버지 아버지는 말하는 게 재미있나 항상 웃는다 웃음이 끝나고 일을 갔다오셔서 씻고 진지 잡수시고 나서 편안한 이부자리에 누워서 두 다리 쭉 펴고 주무신다 아버지께서 화장실에 가려면 다리나 허리에서 '뚝뚜둑' 이라는 뼈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듣고 가족들은 걱정을 많이 한다 많이 아프신 것은 아는데 아버지꺼서 다리 좀 주물으라고 하면 그냥 한 손으로 대충 주물은다 하나마나한 손이 주물으면 아버지꺼선 '아이고 다리야' 하고 말하신다 그 말을 들은 딸들 아들은 열심히 주물은다 일이 없으실 땐 그냥 집에서 아이들과 어머니를 많이 도와주시는 아버지 일이 있으실 땐 몸이 불편하신지 불구하고 남 못지않게 열심히 하고 열심히 일하시는 우리 아버지 몸이 많이 아프실텐데 우리한테 자매들에게는 아프다는 말을 안하고 우리 자매들이 아프면 걱정해주시는 우리 아버지
앞집 아주머니 문설희(1)
자상하신 앞집 아주머니 내가 앞집 개가 무서워 버스 타러 못 갈 때 한번 우스시더니 개를 묶어주시던 아주머니 밭에서 고추 가지 등 싱싱한 채소가 있다며 주시던 아주머니 싱싱한 고막을 잡아오셔서 손 다친다고 까다 주시는 아주머니 아주머니 우리 집이랑 이 사이로 오래오래 가요
친구 문설희(1)
친구라는 이름이 좋다 거센 비바람 폭풍에도 꿋꿋이 서 있는 푸른 소나무 같이 피로할 때 먹는 비타민 같이 어두운 바닷길 따뜻한 빛으로 안내하는 등대 같이 학교에 가는 즐거움이자 기쁨 나의 입 꼬리가 내려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친구, 그 이름이 좋다.
할머니 강재안(1)
내가 강아지였을 때 이빨 빠진 입으로 씨익 웃으면 에구 우리 강아지 하면서 같이 웃어줬는데 지금은...
샘물이 혼자서 김성원(1)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소리 산과 들에 울린다
아름다운 색 원영민(1)
우리들의 눈에 아름다운 색이 보인다 땀이 뻘뻘 날만큼 빨간 색 저녁에만 볼 수 있는 멋진 주황색의 노을 어렸을 때 한번쯤은 키워본 작은 병아리의 노란 털 초록색의 채소가 먹기 싫어 짜증 내던 그 날 너무 더워 짜증내다 새파란 바닷가에서 즐겁게 놀던 날 작은 알맹이가 많이 달린 보라색의 먹음직스런 포도 세상이 온통 하얀 눈으로 쌓여있다 검정콩이 들어가 먹기 싫은 콩밥 분홍색의 예쁜 코스모스 같은 여러 개의 아름다운 색이 보인다
메아리 김해민(1)
소리쳐본다, 외쳐본다 이렇게 외치고 저렇게 소리쳐봐도 결국 나에게로 다시 들려오는 소리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 거짓말 못된 말 상스러운 말 남을 속이고 놀리는 말 모두 크게 울리면서 나에게 돌아오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 받았을까 하고 느낄 수 있게 될까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선풍기 김해민(1)
우리집에는 내가 이 집에 오기 전부터 할머니가 쓰고 계시는 선풍기가 있다 다른 선풍기도 있고 에어컨도 있지만 할머니는 오로지 그 선풍기를 켜신다 크기도 작고 회전도 상하좌우로 왜 이 선풍기를 트는 건가 했더니 회전이 네 방향으로 되는 것이 누워서도 앉아서도 일어서서도 바람을 쐴 수가 있어서 좋다고 하신다 그래도 나는 큰 선풍기나 에어컨이 더 괜찮아 보인다
가을 박성화(1)
너는 여름이 남기고 간 더위를 식혀줄텐데 너는 여름이 남기고 간 빗소리를 잠재워줄텐데 너는 여름폭풍이 남기고 간 푸르름을 감싸안을텐데 너는 단풍색만 남기고 가겠구나
별 박성화(1)
큰 별이 하나 졌다 세상은 어두워지고 사람들은 슬픔에 잠겼다
별은 지지 않았다 별은 세상에 떨어져 조각조각 나눠져 우리의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별은 지지 않았다 별은 우리들 가슴에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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