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에서 보령(대천)으로 돌아오는 항해는 여러번했지만 남쪽으로 내려가는 항로는 처음이다.
아카니토가 거의 완벽하게 정비되고 선제 페인트도 최근에 했다면 곧장 흑산도로 직접 항해하고픈 생각도 든다.
전형적인 가을날씨로 세일링하기에 최적의 날씨이다.
어장의 부표도 없고 낚시선이나 어선도 보이지 않는다.
앞을 견시하기 위해 긴장할 필요도 없어 오랜만에 혼자서 느긋하게 세일링을 즐겼다.
한참 내려가니 나무나 풀 한포기 없는 하얀 돌섬이 나타나는데 주위에는 낚시선 두세척이 낚시를 한다.
주변에 암초도 많고 낚시포인트여서 인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조금 있으니 낚시선들이 떠나자마자 스피커 소리가 나더니 사이렌소리가 울린다.
해도를 보니 이 해역이 공군 훈련 사격 해역으로 처음에는 섬에 접촉하지 말라는 경보음처럼 들렸다. 해도를 보니 섬이름은 직도라고 하는 작은 섬이다.
약 5분정도 지나자 전투기 소리가 들린다.
전투기 속도가 빨라서인지 전투기가 요트상공을 지나고 나서야 상공에서 전투기 소음이 들린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비행하면서 섬을 통과할때는 고도를 낮추다가 지나면 고도를 올리고 서쪽으로 기수를 돌리며 사라지곤 한다.
한참 있으면 두세대의 전투기가 거의 똑같은 코스로 여러차례 반복 비행한다.
마지막에는 동쪽육지쪽으로 날아가는데 어디서 이륙해서 이 섬주변에서 비행연습훈련을 마치고 착륙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날씨가 좋고 적당히 바람이 불어 안마도까지 가고 싶은데 안마도 항구는 수심이 얕아 입항할 수가 없다.
7~8년전 에는 요트도 입항 할 수 있었는데 최근 토사가 쌓여 수심이 더 낮아져 여객선도 원래 접안했던 곳에 하지 못하고 건너편에 접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제시대에는 군함이 입항할 정도로 수심이 깊고 했는데 남서쪽 방파제을 쌓고 부터는 물의 흐름이 좋지 않아 항내에 계속 토사가 쌓여 이렇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일 항해거리가 멀지만 상왕등도에 입항하여 섬 주변을 돌고 편하게 쉬어가기로 했다.
섬에 도착하니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산 정상까지 올라가서 경치를 감상하다가 내려와야 해서 곧장 능선정상에 오르니 발전소 엔진소리가 들린다.
최근에 오솔길 수풀를 잘라내서 비교적 쉽게 정상에 오르니 전파송수신장치와 안테나들과 산꼭대기 등대가 보인다.
등대주변에서 몇 발자국만 옮기면 사방팔방의 섬주변이 보이고 주변경치가 빼어나다.
여객선 시간에 맞춰서 섬에서 나오기 위해 서두를 필요도 없고 요트에서 자고 식사하며 내가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세일요트여행의 진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왕등도는 오다가다 상륙하지 않고 잠깐 들렸다가 서둘러 보령이나 목포쪽으로 가곤 했는데 이제야 섬구경을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조용하고 한적해서 좋다.
산정상에서 내려오다가 발전소에 들리니 추석연휴에도 혼자서 섬을 지키는 직원이 한명 있어 잠깐 이야기했더니 섬주민들도 전기가 필요하지만 각종전파송수신 시설도 전기가 필요해 24시간 발전소를 가동한다고 한다.
그 직원에 의하면 추석연휴에 육지에 사는 자식들 집에서 추석연휴를 보내기 위해 격포가는 여객선으로 역귀성해서 주민이 한명도 없다고 한다.
고군산 군도에 속한 직도
동그라미 안의 검은 점인 전투기
몇초면 보이지 않고 서쪽으로 사라짐
왕등도 앞 작은 섬들
갈매기들만 나의 섬 방문을 맞이 하고 있네요
동네거처 발전소 가다
발전소/ 좌측 동그런 안테나는 일반전화용이라고 하네요
서쪽 해안
동쪽에 위치한 포구
건너편 무인도인 하왕등도
전파 송수신시설
시설물에 붙은 경고문과 통신사 안내문
산정상의 등대
일몰
하왕등도쪽 해안
폐가
등대에서 바라본 경치
둘째날 항적(어청도에서 왕등도까지)
첫댓글 좋은 추억 만들었구만요.
왕등도! 라이프래프트 없다고 흑산도 못가고 목포거쳐 3박4일 항해시 두번 갔던곳.
기억나네요.
직도 공군사격훈련장입니다. 가까운 군산비행장 등 여러군데서 날아 올겁니다. 저도 3년 전 목포로 선저페인트 작업하로 갈때 상왕등도 지나갔고 입항은 최선장님 메디캐스트 타고 해 보았네요. 그때는 부잔교 다리가 태풍에 파손되어 입도는 못했습니다.
안마도는 내려갈 때 올라올때 모두 역조에 걸려 6시간 동안 고생하며 입항하여 뻘밭에 앵커 던지고 다음날 물들때 까지 푹 쉬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밤새 바람은 울어대고 다음날 방파제 나서니 귀항하던 선장이 나가면 죽느다고 말리던 손짓 눈짓이 눈에 선합니다.
왕등도,좋은 섬이죠~
막걸리가 오천원인 것 말고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