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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생 이웃집 농부가 운명하다
나주노안의 34년생 한 농부가 운명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남자의 사망 평균(79세)과 농부라는 기준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일제아래 태어나 글을 깨치지도 못했고 죽는 날까지 농사일에 매달리다 운명하셨습니다. 자녀들을 모두 고등학교나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그리고 그자녀들은 결혼도 하고 직장도 가졌지만 딱히 모시겠다는 이는 없고 때론 그분은 몇 일 아파트 같은 자녀집에 머물다가도 일을 하고 싶고 좀도 쑤셔 견디지 못하고 되돌아 오곤 했습니다.
두 부부가 착실히 농사일에 매달려 자녀들의 집마련에 몇 천만원씩 보탬을 주었고 지금도 약값이나 용돈은 스스로 만들어 쓰시고 남은 돈으로 선산까지 마련하였습니다. 일만 일만하다 돌아가신지 3일만에 한 줌의 재가 되어 동네 앞 선산에 묻혔으니 동네 사람들이 다들 허무하게 생각합니다.
아저씨는 우리 옆집에 사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는 동갑이시라 나에게 늘 친근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고구마 두둑을 만들고 비니루 치는 작업을 손수 시범으로 보여 주신 게 어그제 같은 데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겠습니다.
운명을 달리했던 몇 일전까지도 농사일에 매달리셨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논과 밭일을 시작하고 아침과 점심밥은 간단히 배를 채우는 식으로 먹고 다시 일을 시작하고 어둑 어둑해져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고구마, 찰 서숙, 담배, 고추, 깨, 그리고 벼농사까지 손에서는 낫과 호미가 늘 들려 있고 어깨에는 지게가 매여 있었습니다.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안고 살았지만 약으로 버티다 폐암 판정을 받고 2개월 만에 생을 마친 것입니다. 너무 빠른 죽음에 실감이 나지 않고 저 멀리 밭자락 끝에 히끗이 그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아마 34년생들은 그것도 농부들은 이런 모습으로 살다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뒤를 이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운명을 달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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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죽음 앞에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성실하게 살다 가셨다는 점을 본받아야 겠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렇지만 당사자는 해야할 일과 홀로 남을 할멈 걱정에 애를 태웠다는 후문이 전해집니다.
그러나 열심히 살다 가신 것을 기억하는 우리가 있어 외롭진 않겠지요
고구마 농사 대 선배님이 운명하셨군요...
참 ~알뜰하게 이생을 살다가신 분들임에는 틀림이 없는것 같습니다.
새벽녘 부터 밤이 맞도록 일만 하시다 생을 마치신 분들이지만
힘든 노동속에 보람과 평안이 그분들에겐 최고의 행복 지수가 아니었을까요?
우리의 죽음이라고 별반 다르겠습니까?...
사는날 까지 하고싶은일 열심히 하다가 조금만 아프고 운명을 달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옛날 로마인들은 약에 의존하여 구차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싫어 2,3일 식음을 전폐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미덕이었다는 군요(명상록의 저자 마르쿠스 아울렐리우스 황제의 경우처럼요) 그대신 평소에 자신의 삶에 충실해야겠지요.
아름다운... 돌아가심에
조용히 눈 감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