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의 말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문희봉
황희(54)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참 알뜰하게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장관으로 임명됐다. 한 달에 60만 원으로 산다니 참으로 알뜰하게 사는 사람이다. 부인의 머리도 집에서 스스로 손질하고 딸의 머리도 부인이 손질해 준다니 본받아야 할 집안이다. 명절에 고기가 얼마나 들어오기에 식비도 크게 들지 않는지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부럽기만 하다.
황희(54)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과 아내·딸 세 가족의 2019년 한 해 생활비를 약 720만 원(월 평균 60만 원)을 썼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것과 관련해 야당 일각에서 축소 신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한 달 60만 원 정도만 쓰고 지낸 것이 맞는다.”고 했다. 딸을 1년에 4200만 원 정도 드는 외국인학교에 보내는 대신 온 가족이 절약하며 살았다는 취지였다.
황 후보자는 5일 본지 통화에서 월 생활비가 60만 원 정도밖에 안 든 이유에 대해 “아껴 썼다.”고 했다. 그는 “딸을 외국인학교에 보내면서 아내와 ‘한 달 100만 원 넘지 않게 쓰고 살자.’고 약속했다.”며 “아내는 미용실도 안 가고 머리칼도 스스로 자른다. 딸 머리도 아내가 해준다.”고 했다. “명절에 고기 등 음식 선물이 들어와 식비도 크게 들지 않는다.”면서 “딸도 한 달 30만 원짜리 수학 학원 한 곳에 다니는 게 전부”라고 했다. 딸 학원비는 생활비에 포함되는 돈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 후보자는 “우리 집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게 나인데, 내 지출은 의정활동비에서 나가서 국회의원 월급은 거의 저금한다.”고 했다.
야당에선 아무리 아껴 쓴다 해도 3인 가족이 한 달 생활비로 60만 원밖에 안 쓴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월 60만 원으로만 생활한다는 후보자 말을 국민이 과연 믿겠는가?”라고 했다. 더구나 황 후보자 딸은 2019년 서울 목동의 한 자사고에 입학했으나 한 학기 뒤에 1년 학비가 4200만 원 정도 드는 외국인학교로 옮겼다.
황 후보자는 “2019년 말 출판기념회를 통해 70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얻은 것도 있다.”고 했다. 2019년 12월 26일 본인이 쓴 책 ‘대전환의 시대’ 출판기념회를 통해 약 7000만 원 상당의 수익이 났고 이에 대한 소득 신고도 마쳤다고 했다. 출판기념회 수익은 보통 책 판매 대금과 축하금이 포함된다.
황 후보자는 “출판기념회 수익으로 아파트 전세 대출금을 갚았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출판기념회 수익은 대출금을 갚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쓰더라도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다. 그러나 현역 국회의원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정치자금 모금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현역 의원은 “정치인의 책을 읽고 싶어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하금을 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우회적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데 이를 개인 대출을 갚는 데 썼다고 말하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실제 정치인 출판기념회 자리엔 유관 부처 관계자나 기업 관련 인사들이 참석해 책값에 상관없이 축의금 내듯 일정 금액을 내는 경우가 많다.
황 후보자 재산은 2016년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5년 사이 2억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황 후보자의 2016년 신고 재산은 8400만 원이었으나 올해 국회에 등록 신고한 재산은 6억800만 원이었다. 전세 자금 대출 2억3000만 원과 정치자금 7800만 원을 제외해도 2억2000만 원가량 늘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