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헌는 대웅당 대표 권발수을 불렀다.
"<동이주의 연맹 잡지>에서 글을 쓰던 김창헌아닌가? 그동안 어떻게 지내길래 지금 연락하나?"
"예. 여러일도 있었고 조의원님께 할말이 있어서 불렀습니다."
"그래? 찻집보다 다른 곳으로 부르면 될걸.."
"지금의 대웅당에 대해 어떻게 여기십니까?"
권발수은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대답했다.
"지금의 대웅당은 곧 대한민국이지. 대한민국은 곧 세계. 인류란 말일세. 물론 대한민국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청소를 해야지. 하하하하."
"우리는 초기의 목적대로 '모든 국민은 민족에 기여한다'라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무려 동아시아 정복을 이루었고
몽골,일본을 항복시키고 점령 지역에서는 약탈과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고구려의 역사를 연장해서
하동린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대한민국 국호가 고구려였다고 역사를 고치는건 역사왜곡입니다. 미친 일이란 말입니다."
"자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이주의 연맹 잡지>에서 우리의 행동을 전부 옳다고 하지 않았나?"
권발수는 고함을 질렀다. 현재까지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부정하니 웃으려고 해도 웃을 수도 없는 일이였다.
"매국노 같은 놈. 그런 말을 하려고 나를 불렀나!"
"예."
"환웅의 후계자께는 보고하지 않겠네. 그러나 이 이후 내 눈에 띄이면 자네는 죽을줄 알게!"
권발수가 밖으로 나서자 그 자리에는 김창헌만 남았다.
"환웅의 후계자... 하동린 대통령을 말하는 건가? 내가 미쳐도 정말 미쳤던 거군."
그러고 보니 그가 있던 찻집에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거리의 모든 가게에서도 가게내부나 간판도 마찬가지였다.
잠시뒤에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헌은 소리를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전부 대통령의 이름을 부르던 것이였다.
"하동린!"
"하동린!"
김창헌은 집을 향해 뛰어갔다.
"모두 집단 최면에 걸려있어."
전부 미쳐 있는 곳에서 홀로 최면에 깨어났을때의 심정은 자신이 최면상태에서 한 짓을 전부 기억하는데 있었다.
"제길 .. 제길..."
하동린 대통령은 동아시아 전부를 점령했다는 보고를 듣고 지도를 살펴보았다.
"그러니깐... 중국,몽골,일본은 존재하지 않아. 그렇지?"
"예, 환웅님. 세계를 정복할 우리에게 이러한 성과는 사소한 일입니다."
그의 보좌관이 아부를 떨었다.
"민간인 포로와 시위자들은 실험재료로 써버리게. 그들중 머리가 뛰어난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열등한 존재!"
그때 권대표가 대통령을 찾았다.
"환웅님, 김창헌가 우리를 배신했습니다."
"권박사, 뭐라 했소! "
"김창헌 그놈이 배신했습니다."
"민족의 반역자 같으니!!"
권대표의 설명을 들은 하동린은 얼굴이 벌게 지면서 손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쿵-
"김창헌을 당장 데려와."
박상수는 한국의 인권탄압과 언론조작을 비판하다가 수용소에 끌려가게 되었다.
"여기가 이제부터 너희들이 있을 곳이다."
감정이 담겨있지 않는 건조한 목소리였다. 박상수가 그 장교의 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들자 날카로운 채찍이 그의 어깨를 때렸다.
"이런 미친새끼."
아무래도 장교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이내 다른 병사들이 박상수를 끌고 그를 걷어찼다.
"박상수. 직업:대학교수 나이 65세.... 교수님이나 되는 사람이라면 돈은 좀 있겠군. 갖고 있는거 전부 몰수해라."
"알겠습니다."
박상수는 이들도 이 수용소에 오기 전에는 사회밖의 사람들과 다를게 없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의 위치와 명령,의무감,처음의 끔찍한 행위에 대한 자기정당화와 무감각 등의 이유로 인해 자신같은
실험용 쥐에게 동정심을 갖지 않고 행동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동물을 갖고 실험을 했을때 아무렇지 않았었군하고 생각하니 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