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의 여정
이 글은 2019년 1월 23일에 치악산 명성수양관에서 나의 독서 여정을 정리한 것이다. 현재 내가 가진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그 일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고 여기 소개한다. 세상에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다. 얼마나 읽어야 ‘조금’ 읽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도 알 수 없다. 다만 현재의 나는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에 왔는지 스스로 돌아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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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특히 산을 오르다 보면 어디까지 왔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중간에 쉬면서 지도를 살펴본다. 지나온 길과 남은 길을 보면서 쉬는 것이다.
인생을 여행이라고 할 때, 또는 산을 오르는 일에 비유할 때 가끔씩 그렇게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된다. 그리고 상당히 멀리 왔다고 생각될 때 그 일은 더욱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설교자로서 또는 목회자로서 지나온 길을 다시금 돌아보고 점검해 보려고 한다. 특히 성경에 대하여, 복음에 대하여 가지게 된 생각의 여정을 돌아보겠다. 이것은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행과는 달리 나에게는 완전한 지도는 없다. 인간의 미래를 아는 일은 하나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몇 걸음 앞은 볼 수 있을 것이다.
1.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만나다!
나의 여정의 출발점은 아마 2014년 1월에 읽기 시작한 폴 엘리스(Paul Ellis)의 책, The Gospel in Ten Words(열 개의 키워드로 쓴 복음, 2012)일 것이다. 그 책은 율법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위한 복음의 설명서요 치료서라고 할 수 있다. 그 열 개의 키워드는 1. 사랑 받음, 2. 용서 받음, 3. 구원 받음, 4. 하나됨, 5. 양자됨, 6. 거룩함, 7. 의롭게 됨, 8. 죽음, 9. 새로워짐, 10. 왕 같음이다. 목회에 실패했다는 깊은 절망감에 빠진 나에게 단비와 같은 책이었다. 나는 몇 개월에 걸쳐 번역하며 그 책을 씹어먹고 소화시키려는 듯이 공부했다.
그 이후로 나는 그의 책 The Gospel in 20 Questions(스무 개의 질문에 대답한 복음)을 번역했다. 그는 2014년에 The Hyper Grace Gospel(초월적 은혜의 복음)을 출간했는데 나는 그 책의 절반 가량을 번역했다. 아직 번역을 마치지 못했다.
폴 엘리스는 종교적 관습과 왜곡된 율법주의로 인하여 스스로 갇힌 사람들을 위해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는 ‘Escape
To Reality’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좀더 강조하는 그리스도인이다.
그런 그룹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켜 ‘은혜의 복음을 전하는 설교자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그룹에는 앤드류 팔리(Andrew Farley)가 대표적이다. 나는 박희수 군과 함께 그의 책을 몇 권 번역했다:
1. 순수한 복음(The Naked Gospel)
2. 상처와 치료자(Hurt and Healer)
3. 천국은 지금(Heaven is Here)
4. 예수로 충분한가?(Is Jesus Enough?)
앤드류 팔리의 책은 성경 본문을 좀 더 많이 인용하여 ‘은혜의 하나님’과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설명한다. 그는 지금 Church without Religion 공동체를 이끄는 목회자다. 그는 지금 유튜브를 통해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여 복음을 전하고 있다.
2.
하나님의 경륜에 눈을 뜨다!
내가 하나님의 경륜을 알게 된 것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알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성경을 간략하게 그 핵심을 잡아 정리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런 가능성을 가장 먼저 깨닫게 해 준 것은 프랭크 바이올라(Frank Viola)의 책, 영원에서 지상으로(From Eternity to Here, 대장간)이다. 그 책에서 프랭크는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각각 사랑, 성전, 백성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후에 프랭크 바이올라의 책을 몇 권 읽었다. 내가 읽은 그의 책은 Pagan Christianity, Revise Us Again,
Reimagining Church, Jesus Manifesto, God’s Favorite Place on Earth 등이 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 복음’(김세윤, 김회권, 정현구 공저)을 만났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님의 복음전파에서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며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프랭크의 책을 읽으면서 만난 하워드 스나이더(Howard Snyder)의 책 ‘왕의 공동체’(The Community of the King)를 읽으면서 하나님의 경륜이라는 말을 발견했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운영과 마스터플랜에 대한 교회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2016년 태국 선교여행을 가는 비행기 속에서 ‘성경과 하나님의 권위’(톰 라이트)를 읽는 중에 그가 제시하는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것은 성경을 하나의 드라마로 볼 때 그것은 다섯 막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창조, 타락, 이스라엘, 예수님, 교회는 그 다섯 막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그 모든 막이 하나의 서사시를 이루며 그 절정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셨으며 마침내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완성될 것이다.
톰 라이트는 성경에 정통한 신학자로서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가르침을 배우고자 하는 나의 갈망을 넘치도록 채워주었다. 그리고 율법주의는 물론 근본주의 신앙과 자유주의 신앙이 가지는 한계를 대비하여 보여주었다. 그리고 내가 초월적 은혜의 복음에 치우치지 않도록 더 큰 틀에서 성경과 하나님의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열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책 몇 권을 더 구입해서 읽었으며 청년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갖기도 했다. 그 때마다 그는 풍성한 상상력과 이해를 높여주는 표현, 그리고 명쾌한 통찰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톰 라이트의 책 중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Surprised by Hope)인데 이 책을 통하여 천국과 지옥에 대하여 생각의 대전환을 하게 되었다. 특히 그의 독특한 표현인 ‘죽음 이후의 삶 이후의 삶’을 통하여 우리의 부활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나는 ‘톰 라이트, 칭의를 말하다’를 읽었는데 거기서 하나님의 경륜이라는 더 크고 웅대한 빛 가운데서 칭의와 성화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책 ‘그리스도인의 미덕’(After You Believe)은 하나님 나라의 대리인으로서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성품과 미덕을 가꾸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사실 나는 톰 라이트의 5막 드라마에서 힌트를 받아 ‘하나님의 경륜’ 시리즈의 설교를 했으며, 하나님 나라의 위대한 서사시라는 주제로 성경 전체를 요약 정리하는 설교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판타지로 쓴 하나님의 경륜, 요한계시록’이라는 주제로 계시록 강해를 하기도 했다. 톰 라이트의 책, ‘기독교 여행’ (Simply Christian: Why Christian Makes
Sense)을 나는 청년들과 반년 동안 읽었는데, 거기에서 기독교 신앙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품위 있는 지성인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었다. 기독교 신앙은 무지한 사람들의 종교가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이들을 위한 종교로서 지성인들도 공감하며 겸손하게 추구할 수 있는 진리다.
3.
종교의 본질과 평화
이런 여정을 하는 동안에 나는 한스 큉의 책, ‘그리스도교’를 읽었고 그 속에서 거장의 향기를 맡으면서 내가 가진 생각과 인식의 편협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한스 큉은 ‘유대교’와 ‘이슬람’의 삼부작으로 된 종교간의 대화를 목표로 한 책을 완성했는데 그의 연구열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하여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의 책은 보편성을 추구하는 기독교 신앙이 어떤 것을 지향해야 하는지 일깨워주었다. 나는 그의 책, ‘축의 시대’, ‘신의 역사 1, 2’를 읽었는데, 이 책들은 기독교와 다른 종교들 사이의 유사성을 잘 알려준다. 그 결과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비교종교학의 관점에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특별히 파커 파머(Parker J. Palmer)의 책은 기독교 신앙의 영성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그의 책, ‘역설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Paradox)와 ‘가르침과 배움을 통한 영성’(To Know As We Are Known)을 읽었는데, 후자의 책으로 나는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시리즈 설교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이 책이 소그룹 모임을 인도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즉, 공동체 속에서 서로에게 진실할 때 우리를 다듬어 주고 하나님을 알게 하는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임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파커 파머는 스스로 공동체에 가담하여 공동체의 가치와 그 훈련의 실제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교회와 지역 공동체에 유익한 지침과 조언을 들려주는 스승이다.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의 책, ‘인간의 번영’(Flourishing), ‘알라’(Allah), ‘배제와 포용’(Exclusion and Embrace: A Theological
Exploration of Identity, Otherness, and Reconciliation)은 지구화의 시대에 실제적으로 평화와 번영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방대한 참고자료와 함께 제시한다. 특히 그의 책 알라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같은 하나님을 믿는 매우 가까운 종교라는 점을 보여준다. 나는 그의 책을 좀 더 익숙하게 파악할 때까지 읽을 필요가 있다. 특히 ‘삼위일체와 교회’(After Our Likeness)는 읽다 중단된 상태다.
4.
몇 걸음 앞을 바라보며
나의 서재에는 많은 책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 많은 책을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책들은 나의 마음의 서재에도 있으며 그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큰 유익을 얻었다. 그것은 곧바로 나의 메시지에 반영되었으며 그렇게 지금 나는 여기까지 왔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우리 교회가 힘써 배우고 가르치고자 하는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과 ‘하나님의 경륜’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세워졌는지 좀 더 명확해진 것 같다. 그리고 그 내용을 얼마나 더 풍성하게 채워야 하는지가 앞으로 남은 과제일 것이다. 처음에는 몇 가지만 이해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은혜의 복음이나 하나님의 경륜 모두 그 깊이가 더해져야 하며, 그것을 삶으로 실천하고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함을 깨닫는다. 예수님을 알고 하나님을 알아간다는 것은 바로 이 두 영역에서 더 깊이 그리고 더 실제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2019년 1월 지금 나는 로드니 스타크가 쓴 ‘기독교의 발흥’(The Rise of Christianity)을 읽고 있다. 사회학자가 기독교의 성장 원인을 분석한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 이교사상에 포위된 기독교회의 목회자로서 초대교회로부터 배울 점을 찾고 싶다. 이 책은 톰 라이트의 책, ‘그리스도인의 미덕’에서 발견했다. 저자들은 자신의 책을 통해서 다른 훌륭한 저자들을 소개한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친구들을 알아간다. 그리고 이 모든 만남이 우리들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끝>.
덧붙이는 글: 2020년에는 박시백의 역사만화 ‘35년’과 조선후기 실학자들에 대한 책을 읽었다. 최근에는 민주화 운동가들의 스승 리영희 선생의 책을 구입해서 읽고 있다. 앞으로 환경과 경제 문제에 대한 글을 읽고 싶다. 그리고 국내의 사상가들의 큰 생각을 만나고 싶다.
산중턱에 앉아서 생각한다.doc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