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이 말했다. ‘20대에 진보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 사람이고, 40대에 보수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고.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아무래도 청년 세대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장년 세대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민족과 종족을 가리지 않기에, 모든 나라에 ‘세대갈등’이 존재해왔고,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갈등은 극복하는 순간 커다란 상생의 힘으로 작용한다. 한 시기를 한 땅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동
류의식을 가지고 이해의 폭을 넓혀간다면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닌, 셋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수많은 이들이 이미 여러각도에서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바로 셰어링이다. ‘함께 나누어 가진다’는 뜻
이다.
일자리를 나누다 - 워크 셰어링
신(新)중년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계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청년층 일자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지만 나이에 따라 잘하는 일이 있고, 반대로 감당이 안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감안한다면, 워
크 셰어링, 즉 일자리의 적절한 분배로 ‘新중년과 청년의 일자리 공생(共生)’은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도 시니어 사원은 현장의 해결사 역할을 한다.
경기도 성남시의 관광버스 회사인 ‘활기찬 중부관광’의 경우, 버스 기사 100명중 30명은 ‘신중년(60~75세)’이다. 나머지 70여 명도 대부분 50대 중·후반으 ‘예비 신중년’이다. 반면 경기도 성남에 있는 사무실 직원 30여 명은 대부분 40대 이하 젊은 층이 채우고 있다. 즉 신 중년층에게는 아무래도 컴퓨터 앞에 앉아 회계·배차·영업 업무를 감당하는 일이 버겁다 보니, 이런 일자리는 젊은사람들의 영역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에 대해 안영남 대표는 “안정적인 60대는 운전기사로,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층은 사무직으로, 그렇게 일하는 구조로 자리 잡혔죠” 라며 웃었다.
그리고 롯데마트는 지난해 2월부터 ‘시니어 사원(57~61세)’ 300여 명을 선발해 전국 매장 계산대와 배달용 물품 선별 작업에 배치했다. 특히 잠실점의 배은서(60)씨 경우는 계산대의 ‘해결사’로 통한다. 계산대에서 바코드 리더 장비에 에러가 발생하거나, 고객들이 계산대에서 무리한 요구를 할 때마다, 젊은 직원들은 배씨에게 SOS를 친다. 배씨는 “젊은 시절 은행에서 일했으니 숫자 자판 두드리는 것이야 식은 죽 먹기고, 이 나이쯤 되면 사람 달래는 법은 저절로 알게 된
다”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최근 금융사고 예방 목적으로 은행 퇴직자 173명을 재고용해 각 영업점을 돌면서 감사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은행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직원들은 하기 어려운 일이다.
주거를 나누다 - 룸 셰어링
룸 셰어링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어르신이 대학생에게 방을 임대하고, 대학생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입주해 어르신의 생활을 돕는, 세대통합형 주거공유프로그램이다.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54개 서울 소재 대학의 지방출신 대학생
비율이 30%(14만 명)인데 반해, 기숙사 평균 학생수용률은 약 7%(3만 명)에 그치고 있는 실정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의 독거어르신 인구는 약 119만 명으로 자녀와 주 1회 이상 접촉하는 비율이 34.9%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노원구는 주거공간의 여유가 있는 어르신과 주거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을 연결해 주는 어르신-대학생 주거 공유 프로그램, 룸 셰어링 참여자를 연중 모집하고있다. 이는 지역 내 대학교의 기숙사 부족과, 지방에서 유학 온 대학생들의 주거
비 부담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현재 급변하고 있는 고령화에 따라 노인층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독거어르신의 안정적인 자립생활을 돕자는 취지도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 노원구에서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건축물 대장을 일일이 대조해 지역 내 68세 이상(1945년 이전 출생) 독거어르신의 주택 보유 현황 조사를 마쳤다. 그 결과 전체 인원의 32.4%인 4,144명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대학생과 같이 거주하기 위한 적합한 크기에 해당하는 공간으로 ▲61~84㎡ 1,384가구(33.40%) ▲85㎡ 이상 669가구(16.14%)가 파악됐다. 이를 바탕으로 가급적 해당 대학교의 근거리에 거주하는 어르신과 대학생을 우선 연결하는
데, 생활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동일한 성별로 매칭한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싼 임대료로, 어르신과 대학생의 협의에 따라 시세의 50% 선에서 결정된다. 또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전기료나 수도세 등도 합의에 의해 부담하게
된다. 6개월(1학기)로 정해진 주거 공유기간은 연장 가능하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룸 셰어링 프로그램에 대해 “주거공유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으로 어르신의 노후생활을 지원하고, 대학생 주거문제를 동시에 해결토록 하겠다”며, “세대 간 소통으로 조손 1·3세대 간의 통합을 이룬다면, 이는 마을공
동체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음을 나누다 - 1·3 세대 자서전 쓰기
주거공간이나 일자리 셰어링에 가장 앞서는 것은 바로 공감(共感)이다. 셰어링프로그램이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감성의 소통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시니어가 먼저 마음을 열어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6월 7일 대한노인회 중앙회는 ‘공감복지시대 소통 허브빌’ 발대식을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열었다. ‘공감복지시대 소통 허브빌’은 올해 안전행정부의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 공모를 통해 공익사업선정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거쳐
선정된 사업이다. 세대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인회 회원 25명과 학생 25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자서전 그룹은 이화여대 오승은 교수가 실시한 MBTI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1대 1로 짝을 이뤄 몇 차례의 만남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1
세대는 살아온 이야기를 구술하고, 3세대는 이를 자서전 형식으로 엮어 나갈 예정이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과 어르신 34명, 청소년 26명 등 1·3세대 60여 명이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파주 DMZ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날참가자들은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자유의 다리 및 제3 땅굴 등을 탐방하면
서, 함께 분단조국을 생각하며 역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심 회장은 “꿈과 열정이 있으면 언제나 청춘이다. 특히 학생들은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으로 삶을 가꾸어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고, 한광린 구암 노인대학장은 “이번 참가자들은 자서전 쓰기 사업으로 이미 여러 번 만나 정이 많이 들었
다.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갖게 해준 대한노인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출처 : 행복충전시니어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