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잘 때 왼쪽 종아리가 너무 저려서 자다가도 몇번씩 깨어서 잠을 설쳤다.
하루를 격하게 걷거나 힘든 날은 피곤해서 아픈줄도 모르고 자는데
그게 아닌 날은 밤마다 잠을 설치기가 일쑤다..
하지정맥이 의심된다는 개인병원의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 흉부외과에 예약을 하고 병원에 갔다.
예약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약시간 30분이나 지나서
하지정맥특진을 한다는 의사를 만났는데
진료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하지정맥이 의심되니 초음파와 ct촬영 결과 보고 이야기하자고 하고
밖에 나가면 간호사가 알아서 날짜 잡아줄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끝이다.......
난 분명 몸이 아파서 특진으로 병원에 간 것인데
특진비까지 내면서 진료를 받은 시간은 1분도 안되고
내가 얼마나 아픈지, 언제부터 이렇게 다리가 아팠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3차 의료기관이다보니 나 같은 환자는 환자도 아나라는건 안다.
나는 응급을 다투는 환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환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다.
ct 촬영을 하면서도 그랬고...
환자는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인권이 이렇게 무시되어도 되는걸까?
아픈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주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는 없는걸까?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병원로비를 나서는데 저 멀리서 박꽃을 만났다.
박꽃과의 인연은 근 20년이 되어간다.
요지는 박꽃나무가 병원에 입원 중 주말에 외출을 해서 집에 모셔왔는데
잘 일어나시지 못하는 박꽃나무를 부툭해서 일어나다가 박꽃과 박꽃나무가 뒤로 넘어졌는데
박꽃나무가 뇌경색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119를 불러서 병원에 왔는데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었다고 한다.
간병인까지 붙여놓고 박꽃나무를 간병중인데
병원비를 지원받기 위해 세브란스병원 사회공헌실에 제출할 서류를 발급받으시려고
원무과에 오셨다고 한다.
서류떼시는 박꽃을 따라다닌 후 박꽃나무뵈어러 병실에 갔다.
8층 82병동에 박꽃나무가 계셨는데 날 잘 알아보지 못하시는듯 했다...
약간의 치매 증세가 있다고 다리도 묶어놨다..
"박꽃나무, 하늘 왔어요~~몸 좀 괜찮으세요?"라고 해도
박꽃나무는 멍하게 나를 모르는 사람처럼 바라보았다..
10년을 이웃으로 옆집에서 살았는데, 나를 모르실리가 없는데도
박꽃나무는 나를 알아보시지 못했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이듦은 이런건가?
치매라는 이유로 발이 묶이고, 자유롭게 다니지도 못하게 병실에 가둬두는것~~
그래서 오히려 더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건 알면서도
병원에 입원시켜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것인가?
박꽃나무 병문안을 하고 집으로 오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박꽃나무의 안타까운 상황이 마음 아팠고
박꽃나무의 모습이 곧 닥쳐올 나의 미래인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환자의 인권은 없는 병원에서의 박꽃나무의 모습~~과
요즘 이곳저곳 아픈곳이 많아진 나를 보면서..
산다는 것, 나이든다는 것은 참으로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의 나이듦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들~~
나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것처럼
나에게도 박꽃나무처럼 노년의 초라함과 서글픔이 오겠지~~`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기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지...
아!! 내가 이렇게 늙어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