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성체성사의 역사적 과정과 신학적 의미
제1장 초세기 ~ 3세기
3. 디다케(Didache, 12사도의 가르침)에 나타난 성체관
디다케는 초세기 말엽 시리아 지방의 교회 규범서로 알려져 있다. 1873년 그리스정교회의 주교 필로테오스 브리엔니오스P. Bryennios가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성묘 수도원(聖修道院, 일명 예루살렘 수도원) 도서관에서 '열두 사도의 가르침'이란 제목에 이어 '열두 사도를 거쳐 백성에게 베푸신 주님의 가르침'이란 긴 부제가 적힌 그리스어 양피지 사본을 발견했다. 이를 줄여 디다케 Didache'가르칠라 한다. 사본을 발견한 지 10년 만인 1883년에 그 주교가 직접 콘스탄티노플에서 출판하여 신약학계와 교부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제목만 보면 열두 사도가 가르친 내용을 담은 문건文#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실은 100년경 시리아 지방 시골 교회의 어느 그리스도인이 편집한 교회 규범서다. 이 편집자는 당시 유대교와 유대계 그리스도교에서 유행하던 두 가지 길(디다케 1-6장)을 수용한 데 이어서 교회 전례(디다케 7-10장), 교회 규율(디다케 11-15장), 예수 재림(디다케 16장) 등의 전승들을 모아 교회사상 처음으로 교회 규범서를 엮었다. 122
이 서적 가운데 '주님의 성찬'에 관한 두 가지 교훈이 9-10장. 14-15장에 포함되어 있다. 9-10장에는 '성찬례'에 관한 권고가 쓰여 있다.
'주님의 성찬'을 위해 모인 신자들은 먼저 신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보통 식사인 애찬愛餐 아가페을 든 다음에 '성찬례'를 거행하였는데. 9-10장에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애찬 때 바친 감사기도문 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신자들은 애찬을 시작하면서 포도주 잔을 두고 감사기도를 바치고, 이어서 빵을 두고 감사기도를 바쳤다(9장). 애찬을 끝내면서 긴 감사기도를 바쳤는데(10장), 그 중에 교회를 위해 바친 기도가 포함되어 있다.
"[9장] '성찬례 Eucharistia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감사를 드리십시오. 먼저 잔에 관해서는 '우리 아버지, 당신의 종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계시하신 당신의 종 다윗의 성스런 포도나무에 대하여 우리는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당신께 영광이 영원히 있기를!' 하고, 빵조각에 대해서 감사를 드리십시오. '우리 아버지, 당신의 총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계시하신 생명과 지식에 대하여 우리는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당신께 영광이 영원히 있기를! '이 빵이 전에 산산이 쪼개진 다음 모아져서 하나가 됨같이 당신의 교회도 땅끝들에서부터 당신 나라로 모여들게 하소서! 영광과 권능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원히 당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자가 아니면 아무도 여러분의 '성찬례'에서 먹지도 마시지도 말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친히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고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말라'(마태 7.6)고 말씀하셨습니다."
"[10장] '여러분은 이렇게 만족히 먹은 후에 다음과 같이 감사드리십시오. 즉 거룩하신 아버지, 우리 마음에 머무르게 하신 당신의 거룩한 이름에 대해, 또 당신 종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지식과 믿음과 불멸에 대해 우리는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당신께 영광이 영원히 있기를!' "전능하신 주님, 당신의 이름으로 인하여 만물을 만드시고 또한 사람들이 주님께 감사드리도록 하기 위하여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영적인 양식과 영적인 음료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주님은 힘 있는 분이시기에 모든 것에 앞서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당신께 영광이 영원히 있기를.' "주님, 주님의 교회를 생각하시어 모든 악에서 교회를 구하시고 주님의 사랑 안에 교회를 완전케 하소서. 이리하여 이 거룩하게 된 교회를 땅 극변에서 주님께서 마련하신 하늘나라로 불러 모으소서.
당신께 영광이 영원히 있기를!" "은총이 임하고 이 세상은 물러가라! 다윗의 하느님 호산나! 사람아, 만일 거룩하면 오너라. 거룩하지 않으면 회개하라. 주님, 오소서. 아멘. "여러분은 예언자들로 하여금 원하는 대로 감사드리도록 허락하십시오." 123
이상의 말은 '성찬례' 자체의 묘사가 아니라 '성찬례' 직전에 행하여진 애찬愛餐에 관한 훈계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주님의 성찬'에 참가하는 것이 허락되는 것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 신자로서 올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뿐이다. 초대교회 신자는 '성찬례' 때 큰 기쁨을 가지고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며 '주님, 오소서.' 하고 언제나 부르짖었다. 디다케에 '성찬례' 자체가 묘사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초대교회 신자들은 일반적으로 비신자가 읽을 수도 있는 서적들에는 '성찬례'에 관한 내용이 명백히 드러나도록 쓰는 것을 삼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예언의 은사를 가진 주교나 사제는 성령께 느낀 대로의 기도를 바치고 있었던 것이다.
'디다케'안에 포함되어 있는 '성찬례'에 관한 14-15장의 문장은 다음과 같다. "[14장] '여러분은 주일에 모여서 여러분의 봉헌물이 깨끗한 것이 되기 위하여 먼저 죄를 고백하고 나서 빵을 쪼개고 성찬례 Eucharistia를 행하도록 하십시오. 또한 이웃과 불목한 자는 여러분의 봉헌물이 더럽혀지지 않기 위하여 먼저 화해하고 그 다음 모이게 하십시오. 그 봉헌물에 관하여 야훼는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제물을 내게 바쳐야 한다. 나는 위대한 왕이며 내 이름은 뭇 민족들 가운데서 존경받고 있다'(말라 1.11-14 참조)고 말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15장] '그러므로 모든 이를 위하여 주교와 사제를 선출하십시오. 그것은 주님께 맞갖은 사람, 온화한 사람으로 금·은을 바라지 않고 성실하며 믿음직하다고 인정된 사람이기를."124
많은 초대교회 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디다케'의 저자도 말라키의 예언이 '성찬례'에서 성취되었다고 보고 있다. 성체야말로 전 세계에서 주님께 봉헌되는 '깨끗한 제물'인 것이다. 더욱이 '디다케'는 사도 성 바오로와 마찬가지로 '성찬례'에 참가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깨끗한 마음, 특히 사랑에 찬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