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러버 소사(小史)
<한 장 러버(오소독스 러버)>
1950년대 이전은 '한장 러버'의 전성시대였습니다. 이 '한장 러버'라는 것은 지금의 돌출러버에서 스폰지를 제외한 것과 같습니다. 1900년대 초반의 탁구 라켓은 코르크를 붙이거나 나무 그대로인 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Goode라는 사람이 잔돈을 받는 그릇에 쓰던 돌기가 있는 고무판을 보고 이 고무판과 같은 것을 라켓에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붙이고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한 것이 한 장 러버의 시초입니다. 참고로, 이 한 장 러버를 정통 러버(Orthodox Rubber)라고 하며 약자로 'OX'라고 표기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러버의 등장>
그 후 1950년대까지 다양한 러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한 장 러버'의 뒤에 스폰지를 붙인 러버(지금의 돌출러버)가 '소프트 러버'라는 명칭(스폰지 때문에 부드러운 느낌이 나므로)으로 이미 일본 메이커에 의하여 만들어졌으며 돌기면을 안쪽으로 가도록 하여 뒤집어서 붙인 '인버티드 러버(평면러버)'도 제작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스폰지를 두 장 겹쳐 붙인 '스폰지 러버'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당시까지 탁구 러버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것은 역시 '한 장 러버'였으며 돌출러버, 평면러버, 스폰지 러버는 특수 러버로 취급받고 있었습니다.
<스폰지 러버의 우승>
그러던 중, 1954년 런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스폰지 러버를 사용한 일본의 오기무라 이치로(荻村伊智郞)가 우승함으로써 스폰지 러버가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스폰지 러버라는 것은 두터운 스폰지를 두 장 겹친 것인데, 겉면의 스폰지는 단단하였고 안쪽의 스폰지는 일반 평면 러버(인버티드 러버)의 스폰지처럼 부드러웠습니다. 전체 두께는 7mm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대단한 파워를 갖고 있었으며 소리가 크게 나지 않았으므로 오기무라 이치로의 공격은 '사일런트 스매시'라고 불리었습니다.
<평면 러버의 우승>
또한 1955년의 세계선수권에서는 평면러버를 사용한 일본 선수 다나카 토시아키(田中利明)가 우승함으로써 평면 러버도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평면 러버는 지금과 같은 4mm라는 제한이 없었으므로 아주 두꺼웠고, 선수는 마음대로 자신의 러버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스폰지 러버의 금지와 롱핌플 러버의 등장>
그 후 1959년까지 스폰지 러버는 그 위력을 떨쳤습니다. 사일런트 스매시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해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에서 국제탁구협회는 스폰지 러버를 금지하고 러버의 전체 두께는 4mm이하로 하며 러버는 한장러버, 돌출러버, 평면러버의 단 3 종류로 제한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후 한동안 돌출러버를 사용하는 중국의 펜홀더(중국식 펜홀더임!!) 선수들의 전성기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1963년에는 현재의 롱핌플 러버의 원형이 되는 러버가 중국에서 등장하였습니다. 롱핌플 러버는 원래 돌출러버의 일종으로서 돌기 부분을 가늘고 길게 만들어서 상대방의 스핀 볼을 받을 때에 돌기가 쓰러지면서 그 회전을 그대로 상대방에게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고안된 러버입니다.
<평면러버의 혁명, '고탄성 고마찰 러버'의 등장>
이때까지의 평면 러버는 스핀은 잘 걸리지만 지금의 러버와 같이 파워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967년에 일본의 다마스(Tamasu)사는 러버 역사에 남을 혁명적인 러버를 세상에 내놓았는데 그것이 '스라이버(Sriver)'입니다. 다마스는 새로운 고탄성 러버에 사용하기 위한 신형 스폰지인 'D-13'이라는 스폰지를 개발하였고 이것은 이미 동사의 러버인 '템페스트'에 적용되어 발매되고 있었습니다. 이 스폰지에다가 완전히 새로 개발된 탑시트를 조합한 것이 바로 '스라이버'였습니다. 그때까지의 러버는 100% 천연고무로만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라이버'는 천연고무의 비율을 80%로 낮추고 여기에 20%의 합성고무(부타디엔고무)를 섞은 혁신적인 탑시트를 채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러버는 기존의 러버들과는 크게 다른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었고 처음에는 '너무 스핀이 많이 걸리고 너무 잘 튀어서 사용하기 어렵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스라이버'에 이어 1969년에는 경쟁사인 야사카(Yasaka)에서 같은 개념의 러버이지만 표면이 좀더 부드러운 '마크 V(파이브)'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제품 역시 스라이버와 마찬가지로 지나친 파워를 갖고 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 두 러버는 '고탄성 고마찰 러버'라는 평면러버의 새로운 세대를 개척한 러버입니다.
<고탄성 고마찰 러버의 전성시대>
그러나, 1971년의 나고야 세계선수권에서 스웨덴의 스텔란 벵송(Stellan Bengtsson)이 마크V를 사용하여 우승함으로써 이 새로운 '고탄성 러버'들은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또한 같은 해에 헝가리의 요니에르(Jonyer) 선수가 기존의 드라이브 기술을 더욱 파워업한 '파워 드라이브(주: 기술 명칭은 아님)'를 선보임으로써 요니에르 선수의 러버였던 '스라이버'도 주목받게 되었으며 요니에르는 1975년에 스라이버를 사용하여 세계챔피언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로써 고탄성 러버는 탁구용 러버의 새로운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이와 유사한 러버들이 각 탁구 메이커의 주력 러버로 자리잡게 됩니다. 특히 마크V는 1993년에 프랑스의 가티앵(J-P. Gatien) 선수를 세계챔피언으로 만들어 주었으며 스라이버는 1988년 우리나라의 유남규 선수를 최초의 올림픽 챔피언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세월을 뛰어넘어서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지금도 이 두 러버는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안티스핀 러버의 등장>
그런데, 이 1971년 나고야 세계선수권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새로운 러버가 선을 보입니다. 그것은 '안티스핀 러버'라는 것입니다. 안티스핀 러버는 겉보기로는 일반 평면러버와 완전히 같지만 표면의 마찰계수가 극도로 낮기 때문에 상대방의 스핀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쪽에는 안티스핀 러버, 한쪽에는 일반 평면 러버를 사용한 변칙 플레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1981년 중국의 차이전화(현 중국 총감독)는 이러한 변칙 플레이를 사용하여 세계의 많은 선수들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차이전화는 이밖에도 몸을 사용하여 임팩트를 가림으로써 어느 면으로 서비스를 넣는지 알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통하여 큰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초반에는 롱핌플 러버 역시 중국 선수들에 의하여 주류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특히 수비 전형(컷 전형)이 드라이브 전형에 대항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로 생각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중국 러버(점착성 고마찰 러버)의 등장>
1973년 세계챔피언이 된 중국의 시엔팅은 또다시 새로운 러버를 세계 무대에 선보였는데 그것은 역시 평면 러버의 일종으로서 현재 '중국 러버'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표면의 점착성을 크게 늘린 끈끈이같은 느낌의 러버였습니다. 이후 이 '점착성(고마찰) 러버'는 '고탄성(고마찰) 러버'와 함께 평면러버의 양대산맥을 이루며 발전해 오게 됩니다.
<규칙 개정에 의한 안티스핀 러버의 퇴조>
1983년에 국제탁구협회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합니다. 이것은 '라켓의 양면에는 반드시 다른 색의 러버를 붙여야 한다'라는 것과 '몸으로 서비스를 가려서는 안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분명히 중국의 차이전화 때문에 생겨난 규정일 것입니다. 대단한 사람입니다. ^^ 아무튼 이로써 안티스핀 러버의 효과는 크게 줄어들게 되었고 안티스핀 러버는 러버의 주류에서 뒤로 밀려나게 됩니다.
<스피드글루 효과의 발견>
그런데, 1970년대 중반, 헝가리의 클람파르(Klampar)는 우연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합 개시 전에 새로 급하게 러버를 붙였는데 특이하게도 러버에서 금속성의 높은 소리가 났으며 스피드와 스핀이 증가했던 것입니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클람파르는 대회 후에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서 고무 성분의 비율이 아주 낮고 용매의 비율이 높은 접착제를 사용하여 스폰지가 젖은 상태로 플레이하면 일정 시간 동안 타구의 파워가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내었고 이것이 지금의 '스피드글루'의 시초입니다. 이후 동유럽의 선수들에게 조금씩 전파되었으며 1980년부터는 스웨덴의 아펠그렌(Appelgren)이 서유럽 선수로서는 최초로 스피드글루를 사용하여 코트 전역을 사용한 올라운드 드라이브 플레이로 유럽을 제패합니다.
<스피드글루의 원리와 업적>
스피드글루의 메카니즘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휘발성의 용매가 스폰지에 머무르면서 조금씩 증발하여 러버의 탑시트를 거쳐 나가면서 일시적으로 탑시트 내의 분자들 사이에 브리지를 형성하여 내부적으로 텐션(장력)을 가하여 줌에 의하여 파워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피드글루는 스웨덴으로부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갔으며 그동안 중국의 속공 탁구의 타이밍에 어려움을 겪던 유럽 선수들이 점점 '스피드'라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에는 드디어 만리장성과도 같던 중국의 탁구(남자)가 스웨덴에게 무릎을 꿇었으며 중국은 1993년까지 남자단체전과 남자단식의 우승을 유럽 선수들에게 내주어야 했고 1995년 천진 대회에서야 다시 왕좌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중국 선수들도 모두 스피드글루를 씀)
<스피드글루의 문제점과 사용금지, 그리고 재허용>
스피드글루는 탁구의 스피드를 크게 증가시켰지만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것은 사용되는 휘발성 용제가 몸에 해롭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1992년에는 오기무라 이치로 세계 탁구협회 회장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스피드글루는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몸에 해롭지 않은 용제'를 사용하며 반드시 공인받은 스피드글루만을 판매한다는 조건 하에서 스피드글루는 다시 허용되었습니다. 버터플라이 제품을 오랫동안 써 오신 분들은 1990년대 초반의 '수퍼 책'이라는 제품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것은 1993년부터 금지되었으며 그 후부터는 공인받은 새로운 제품인 '페어 책'이라는 제품이 발매되고 있습니다. (버터플라이 제품만을 예로 든 것임)
<하이텐션 러버의 등장>
몸에 덜 해롭다고는 해도 유기용제인 이상 계속 들이마시면 스피드글루가 결코 몸에 좋을 리는 없습니다. 그런 이유도 있고 더 높은 파워를 추구하기도 하는 것 때문에 탁구 메이커들은 이 스피드글루 효과를 영구히 내장한 러버를 만들고자 연구를 거듭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첫발을 끊은 것이 1997년말 등장한 버터플라이의 '브라이스(Bryce)'입니다. 1967년 '스라이버'의 등장 이래 30년만의 러버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러버입니다. 이 러버는 천연고무의 비율을 다시 95%까지 끌어올리면서 합성고무를 5%로 줄여서 내구성을 대폭 향상시킴과 동시에 또다른 물질을 첨가(?)함으로써 내부의 분자구조를 좀더 고분자화함으로써 탄성을 크게 증가시킨 새로운 러버였습니다. 이 러버도 '스라이버'가 그랬던 것처럼 너무 잘 튀어나간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생각보다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2000년 새로운 규정에 의하여 탁구공의 지름이 기존의 38mm에서 40mm로 늘어나고 무게도 2.2g에서 2.7g으로 늘어남으로써 더 큰 파워의 러버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브라이스는 다시 각광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브라이스를 사용하는 오스트리아의 '베르너 슐라거(Werner Schlager)' 선수가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브라이스는 '세계챔피언의 러버'의 명단에 그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독일제 하이텐션 러버의 등장과 유행>
브라이스보다 1년 늦은 1998년부터 독일의 탁구 러버 전문 회사인 ESN은 브라이스와는 또 다른 개념(자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음)으로 내부의 장력을 증가시킨 'TENSOR(텐조)'라는 새로운 시리즈의 러버를 독일의 각 메이커를 통하여 출시하기 시작합니다. 브라이스와 마찬가지로 스피드글루의 효과를 내부적으로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이 러버들은 스피드와 스핀이 잘 걸림은 물론 손에 붙는 듯한 뛰어난 콘트롤 성능까지 갖고 있어서 처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독일의 욜라(JOOLA)는 '탱고(Tango)'와 '탱고 엑스트렘(Tango Extrem)'이라는 러버를, 도닉(DONIC)은 기존의 러버 '데스토(Desto)'의 이름을 딴 '데스토 F1(Desto F1)'과 '데스토 F3(Desto F3)'라는 러버를, 티바(Tibhar)는 삼소노프가 사용하는 러버 '라피드(Rapid)'의 이름을 따서 '라피드 디텍스(Rapid D.TecS)'라는 러버와 이 하위 제품인 '루키 디텍스(Rookie D.TecS)'라는 러버를 시장에 내놓았고 모두 성공을 거둡니다. 이로써 ESN은 중국 메이커를 제외한 세계 4대 러버 생산 메이커의 하나로 그 이름을 확고히 하게 됩니다. (일본 메이커들 중 러버를 스스로 생산하는 공장을 갖고 있는 회사는 버터플라이 브랜드를 만드는 '다마스' 뿐이며 그밖의 '야사카', 'TSP', '닛타쿠' 등의 회사들은 모두 OEM으로 러버를 공급받습니다. 2개의 회사가 있으며 이 회사들은 일본 회사들 뿐만 아니라 스웨덴의 '스티가(STIGA)'와 독일 메이커들에게도 러버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일제 러버라고 하여 다 하이텐션인 것은 아니고 일반 고탄성 러버 역시 존재합니다.)
<일본 브랜드인 독일제 러버의 등장>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러버들은 내부적인 장력을 크게 늘렸다고 하여 '하이텐션 러버'라는 이름으로 통칭되고 있습니다.(공식적 명칭은 아님) 그리고, 이런 독일제 하이텐션 러버의 성능을 눈여겨본 일본의 '닛타쿠'는 경쟁사인 버터플라이의 '브라이스'에 대항할 러버를 독일의 ESN에 맡기기로 결정합니다. 그때까지 일본의 2대 러버 메이커들은 하이텐션 러버들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전통적인 탁구 용품의 왕국이었던 일본에 1999년 드디어 독일제 러버가 상륙하는데 그 이름은 바로 '모리스토(Moristo)'입니다. 이것은 ESN에서 OEM으로 공급하는 하이텐션 러버였고 일본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닛타쿠는 다음해인 2000년 10월에 모리스토의 탑시트를 더욱 부드럽게 하고 스폰지는 경도 50도의 하드스폰지(기존 모리스토는 경도 45도의 미디엄 스폰지)로 교체한 신제품인 '모리스토 2000'을 내놓았고 이또한 대성공을 거둡니다. 이 '모리스토 2000'은 한국시장에도 들어와서 역시 성공을 거두었고 기존의 모리스토를 잘 모르는 동호인들은 이 '모리스토 2000'을 그냥 '모리스토'라고 잘못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브랜드의 독일제 러버의 등장>
여기서 우리나라로 잠깐 시각을 돌려 보겠습니다. 세계적인 메이커로서 얼굴을 알리지는 못하고 있으나 탁구대 메이커로서 한국 국내시장에서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참피온(Champion)'은 종합 메이커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유 브랜드의 러버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르꾸(LeCoup)', '미켈란젤로' 등 뛰어난 성능의 러버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었으나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참피온 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는 독일제 하이텐션 러버에 촛점을 맞추게 되었고 ESN과의 협의에 의하여 새로운 러버를 개발하고 OEM으로 공급받아서 2001년 가을 신제품을 내놓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엑시옴 40(XIOM40)'입니다. 메이커의 요구를 철저히 받아들여 성능과 감각을 조절해 주는 ESN사의 장점은 이 러버에서 확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XIOM40은 철저하게 한국 '동호인'(선수들이 아님!!)들의 취향에 맞추어 개발되었으며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여 이 러버는 한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 러버는 한국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스라이버(Sriver)'에서 별다른 위화감 없이 전향할 수 있다는 것이 크나큰 장점입니다. 처음부터 그것을 목적으로 감각을 조정하였고, 스폰지 경도 역시 '스라이버 가와쯔끼'를 쓰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50도의 하드스폰지를 45도의 일반 스폰지와 함께 채용하는 등의 노력이 들어간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이로써 참피온은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당당한 '러버 메이커'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고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한 장 러버로부터 하이텐션 러버까지, 지금 쓰이고 있는 러버들의 역사를 '수박 겉핥기'로 알아보았습니다. 이해가 잘 되시는지요? ^^ 여러분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최근의 러버들에 큰 비중을 두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하이텐션 러버 이후에도 스폰지 두께를 2.6mm까지 늘이는 등의 새로운 러버들이 나왔습니다만 이들은 결정적인 '신개념'이라고는 할 수 없고 기존 러버들의 강화판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러버의 혁명은 1900년대 초반에 '한 장 러버'가 등장한 것이 처음이었고 이후 스폰지 러버의 등장이 두번째 혁명, 그리고 1967년 '고탄성 러버'인 '스라이버'의 등장이 세번째 혁명, 1997년 '하이텐션 러버'의 시초인 '브라이스'의 탄생이 네번째 혁명이며 다섯번째 혁명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두번의 혁명을 이룬 브랜드가 바로 버터플라이군요. 확고한 뿌리를 갖고 있는 세계최대의 메이커가 지금의 위치를 이루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의 메이커에 의해 '다섯번째 혁명'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세상에는 수많은 러버들이 존재하지만 그 줄기는 이렇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시고, 러버들을 보실 때에 새로운 시각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