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늙는가?
최근 신종 효도법이 등장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속칭 ‘효도 성형수술’이 바로 그것이다. 인위적인 시술로 아름다움을 되찾게 해주는 성형수술이 효도의 차원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바야흐로 오늘날의 효도는 부모님의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살을 제거해 주고 꺼진 볼을 통통하게도 살려주며 검버섯도 없애주는 성형수술을 통해 실천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효도 성형수술은 이해 당사자들의 각별한 호응 속에 하나의 붐을 조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화제다.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된 불로장생의 꿈은 오늘 이 시대에도 여전히 온 인류의 염원으로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아니, 오히려 젊음을 동경하는 인간의 욕망은 점차 적극적인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젊음이란 무엇인가. 젊음이 무엇이길래 인간은 감히 자연의 섭리까지도 거부하는가. 또 인간은 왜 늙는 것일까. 사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인류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그것은 좀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영원한 생(生)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그렇더라도 젊음과 수명을 얼마 만큼 더 연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새로운 의문부호를 찍어놓고 있어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한방으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시도에 세인들의 관심은 집중되고 있다.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이 부분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어왔던 게 사실이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늙고 죽는 것, 이것은 모든 생물에게 일어나는 자연의 섭리라 여겨져 왔다. 그렇기에 영원한 젊음 혹은 불로불사는 옛부터 인류의 이루어질 수 없는 하나의 염원이었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늙는 것일까. 늙으면 왜 자식을 낳지 못하는가. 한의학의 최고(最古)의 의서 <황제내경>에서는 사람이 태어나 성장해서 청년이 되고 늙어가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여자는 7세가 되면 신기(腎氣)가 왕성해져 치아(齒牙)를 갈고 머리카락이 길게 자란다. 14세가 되면 천계(天癸:생식능력)에 이르러 임맥(任脈)이 통하고 태충맥(太衝脈)은 왕성해져 월경이 나오므로 잉태할 수 있다. 특히 21세가 되면 신기는 온 몸에 골고루 퍼진다. 마지막 어금니가 나오고 키가 다 자란다.
28세가 되면 근골(筋骨)이 견고해지고 모발이 다 길어진다. 기골이 장대해진다. 또, 35세가 되면 양명맥(陽明脈)이 쇠하므로 얼굴이 마르기 시작하고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하고 42세가 되면 삼양맥(三陽脈)이 위에서부터 쇠약해져서 얼굴에 윤기가 없어지고 머리털이 희기 시작한다. 특히 49세가 되면 임맥(任脈)이 허(虛)해지고 태충맥(太衝脈)도 쇠약해져 천계가 고갈하며, 월경이 없어지고 몸이 약해지므로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된다. 한편 장부(남성)는 8세가 되면 신기(腎氣)가 가득 차서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며 이를 갈게 된다. 16세가 되면 신기가 왕성해지고 천계에 이르게 되어 정액이 나오게 되며 음양이 조화되기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있다. 특히 24세가 되면 신기는 온 몸에 퍼지고 근골이 강해진다. 어금니가 나고 키가 다 자란다.
32세가 되면 근골이 건강해지고 근육도 단단해진다. 그러나 40세가 되면 신기가 쇠약해지고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하며 치아가 약해진다. 특히 48세가 되면 양기는 위에서부터 쇠하므로 얼굴이 초췌해지고 수염과 머리털이 희기 시작한다. 56세가 되면 간기(肝氣)가 쇠약해져 근육이 잘 움직이지 않으며 천계는 고갈하고 정액이 줄어들고 신이 허약해지며 몸도 쇠약해진다. 그리하여 64세가 되면 치아와 머리털이 빠진다.”라고 하였다. “대개 신(腎)이 수(水)를 주관하며 오장·육부의 정기(精氣)를 받아서 간직한다. 고로 오장이 왕성해야 정액을 내보낼 수 있다. 오장이 쇠하면 근골이 쇠잔하여 천계(天癸)가 끊어지기 때문에 모발이 희어지고, 몸이 무겁고, 똑바로 걷지 못하며 아이를 낳게 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사람이 늙고 죽는 것은 신(腎)의 기능과 밀접한 관계
이렇듯 한방에서는 사람이 늙고 죽는 것은 신(腎)의 기능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신기(腎氣)가 왕성하면 노쇠해지는 것도 막을 수 있으며 수명도 길어진다는 입장이다. 특히 후한시대의 명의 화타가 편찬한 <중장경(中藏經)>에서는 “신기(腎氣)가 끊기면 천명이 다하기도 전에 죽는다.”고 하여 노쇠의 속도, 수명의 길고 짧음 등은 모두 신기의 강약에 달려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따라서 노화를 막고 오래 살 수 있는 비결을 구한다면 우선 신(腎) 기능을 보양해 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사람이 늙더라도 신기를 보강해 주면 능히 젊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소위 한방의 경험방에서 말하는 ‘회춘방(回春方)’은 바로 여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말이다.
한의학의 회춘방이란…
노쇠를 방지하고 젊음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그러나 어느덧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우리의 인체는 갖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그것은 불가역적인 것이며 예외 규정도 없다.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눈은 침침해지며 코에서는 콧물이 흐르기도 한다. 항상 입이 마르고 소변은 저절로 나오며 작은 일에도 신경질이 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늙고 있다는 증거다. 일단 그렇게 느끼게 되면 인간은 용감(?)해진다. 특히, 정력감퇴는 노화를 가늠하는 직접적인 잣대로 인식하는 풍조가 만연돼 있어 좀더 적극적인 자세가 된다. 소위, 정력에 좋다고 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는 말이다. 급기야는 외국으로 원정까지 가서 아까운 외화를 코브라와 사슴피를 먹기 위해 낭비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정력관광, 보신관광의 보기 흉한 추태까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이같은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 정력은 우리 생활을 이끌어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력이 약해지면 신체의 모든 장부가 미약해져서 각종 질병이 쉽게 오고 생활 자체도 무기력해지며 활동력도 저하된다고 본다.
사람은 늙더라도 조섭을 잘하고 원기를 보강해주면 젊어져
따라서 정상적인 생활인이 중년기 이후 급격한 정력 감퇴와 체력저하, 무기력증 등을 느끼게 된다면 이는 마땅히 치료를 해야 한다. 사람이 늙더라도 조섭을 잘하고 양생을 잘하여 원기(元氣)를 보충해주면 능히 젊어질 수 있다. 그것은 소위 노화를 막고 장수하게 하는 ‘회춘방’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회춘방은 대부분 신(腎) 기능을 제고시키는 약물처방이 주종을 이룬다. 그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육미지황환, 좌귀환, 팔미보신환(八味補腎丸), 소토사자원(小兎絲子元), 자음대보환, 용주환(茸珠丸), 현토고본환(玄兎固本丸), 신선불로환(神仙不老丸), 온눌보천환(溫訥補天丸), 환소단(還少丹), 상단(上丹), 오정환(五精丸), 오보원(五補元), 신선기제단(神仙旣濟丹), 익수고진단(益壽固眞丹), 구본건양단(九本健陽丹), 구선영응산(九仙靈應散), 경옥고(瓊玉膏), 삼정환(三精丸), 연연익수불로단(延年益壽不老丹), 오로환동단(五老還童丹), 연령고본단(延齡固本丹), 신기환(腎氣丸), 추석오정환(秋夕五精丸), 증익귀룡원(增益茸龍元), 양련추석단(陽煉秋夕丹), 용주환(茸珠丸), 반룡환(班龍丸), 고본주(固本酒) 등이 능히 연변익수를 한다.
원기를 높여주는 처방은 성신경쇠약증에 효과적
위 처방은 신장의 기능이 몹시 쇠잔하여 일어나는 모든 질환을 다스린다. 음허로 오는 허열을 없애고 오줌을 잘 나가게도 한다. 따라서 신정이 모자란 탓으로 허화가 위로 떠올라 몸이 여위고 허리와 무릎에 힘이 없으며 시큰시큰 아프고 이가 흔들리며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해지곤 할 때, 또는 유정, 몽설, 음위증 등에 쓴다. 강장보혈작용, 혈압내림작용이 뛰어나고 혈당을 낮추는 작용도 있다. 한편 좌귀환은 간, 신과 정과 혈을 보하며 근골을 튼튼하게 한다. 따라서 신음, 신수의 부족으로 몸이 약해지고 허열이 있으며 식은 땀이 나는데, 심혈 부족으로 심신이 요동되어 불안해 하는데, 신·방광의 허손으로 유정, 유뇨 증상이 있는 데에 효과적이다. 위 처방은 신음을 보하며 허화를 내려준다. 따라서 허로 손상, 신음허증으로서 온몸이 나른하며 얼굴이 하얗고 허리와 다리에 힘이 없으며 미열이 나는데 쓴다. 전신강장작용, 해열작용이 있다. 특히 성신경쇠약증에 효과적이다. 위 처방은 신양과 신기를 보하며 고삽(固澁)작용을 한다. 신기가 모자란 관계로 쉽게 피곤이 오며 추위를 잘 타고 몸이 전반적으로 약하며 어지럽고 허리와 다리가 시큰시큰하며 온몸이 나른한 데 쓴다.
특히 강장보혈작용, 성신경자극작용이 뛰어나다. 이상의 처방들이 소위 회춘방으로 불려지는 것들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방 약물을 이용한 이러한 회춘방들이 일반 최음제와 같이 즉시적이며 일시적인 효력으로 성욕을 증진시키고 젊음을 되찾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한방에서 말하는 회춘방은 다른 장기에 손실을 주지 않고 신장의 기능을 높이면서 전반적인 생체기능을 활발하게 유도하여 정력과 함께 장수의 효력을 동시에 얻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체질에 맞는 한약을 전문가인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해서 복용하여야 효과적이다. 결국 올바른 회춘(回春)이란 자기 체질에 맞는 운동, 식이요법과 알맞은 조섭과 수양,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선행되어야 더욱 반응이 좋다고 본다.
회춘은 체내 음양의 조화 이룰 때 가능하다
건강과 장수와 성욕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노력은 고대 중국에서 ‘방중술’과 ‘회춘방’의 발달로 이어졌다. 회춘방은 내경시대부터의 성기능 장애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하여 후대에 접어들면서 풍부한 임상경험이 축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성능력은 중추신경계, 혈관계 및 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계인 뇌하수체-성선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회춘방에 사용되는 약재는 현대의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작용을 촉진하는 것으로 다음 몇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약으로 남성호르몬을 함유하고 있는 ‘해구신(海狗腎)’이라든지 각종 동물의 고환이나 성기를 들 수 있다. 또한 인삼(人蔘)은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쥐의 교미능력과 정자수를 증가시키며, 음양곽(淫羊藿)은 남성호르몬의 분비 증가와 성욕항진 작용이 있고, 영지(靈芝)도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파극천(巴戟天)은 신양(腎陽)을 보양하여 음위, 조루 등을 치료하며 토사자는 간과 신을 보양하고, 정(精)과 수(髓)를 도우며 유정, 요통을 치료한다. 호두(胡桃)는 신(腎)을 따뜻하고, 노기(怒氣)를 가라 앉힌다. 육종용(肉從蓉)은 신양(腎陽)을 보양하고 음위증에 사용된다. 선모(仙茅)는 신(腎)을 따뜻하게 하고 양(陽)을 보양한다. 동충하초(冬蟲夏草)는 폐(肺)를 자양하고, 신(腎)을 보양하며 음위증과 유정에 사용한다.
녹용은 신(腎)을 따뜻하게 하여 독맥을 보양하고 정수(精髓)를 보양하고 근(筋)과 골(骨)을 튼튼하게 한다. 자하거(紫河車)는 혈(血)과 양(陽)을 보양하여 유정으로 인한 과로에 사용한다. 이외에 화학약품은 주로 성호르몬 제제인데 뇌하수체전입호르몬, 남성호르몬 제제, 여성호르몬 제제 등이 있으나 만약 여성이 대량의 남성호르몬을 사용시 성욕은 왕성해지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안정성에 유의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혈관신경을 자극하는 약을 들 수 있는데 마전자(馬錢子)는 다량의 스트리키닌을 함유하고 있어 최근 자주 이용되고 있다. 발기신경에 작용하여 효과를 나타내는 약으로는 레시틴이 함유되어 있는 하수오(何首烏) 등을 들 수 있으며, 오미자(五味子), 당귀(當歸), 단삼(丹參) 등은 풍부한 비타민 E를 함유하고 있어서 노화방지와 혈액순환의 개선 및 남성호르몬과 정자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남성의 기능을 돕는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춘방들은 개별약재의 효과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전신적으로 장기기능을 부활시켜 성기능을 돕는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 회춘방들은 임상에서 남성호르몬이나 성신 자극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고 정자수를 늘리며 발기 강도 및 지속시간 등을 연장시켜 남성 성기능 장애의 치료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회춘방들은 지속적인 복용이 필요하며 정상적인 성기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 단시간에 놀랄만하게 성 능력을 강화시켜 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회춘은 건강한 신체와 정신의 발달 속에서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있는 영양섭취를 통하여 체내의 음양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한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병의 증세에 따라 처방될 때만이 그 효력이 나타나는 것이며, 특히 사람의 체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심리적 요소에 따라 그 효력차이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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