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은 저항이다.
많은 목사님들과 열심히 헌신하는 성도님들, 청년들을 보면 부끄러워질 때도 있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무런 봉사도 하지 않고 교회에 다니고 있다. 그런 내게 안식일은 진짜 쉴 수 있는, 안식하는 날이 되었다. 토요일 내내, 주일에도 하루 종일 교회에서만 지내온 내게 주어진 쉼은 꿀과 같았다. 그러다 나의 ‘쉬지 못하는’ 성향과 너무 많은 재밌는 것들에 대한 탐심으로 안식일을 안식일답게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났다.
안식일은 저항이라 말하는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스스로의 쉼을 합리화하려고 했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안식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안식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제대로 안식한 적 없음을 깨달았다. 안식일에 대한 어떤 준비도 없이 그저 ‘하지 않음’에서 오는 빈 시간을 안식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여백을 또 다른 활동으로, 여전히 ‘쉼 없음’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애굽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쉼 없이 일하는 삶이었다. 온갖 세금을 짊어져야하는 ‘멍에’와 ‘고통’의 시간이었다. 하나님은 그런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켜주셨다. 하나님은 십계명을 주셨고 안식일을 지키게 하셨다. 그리고 안식일에는 만나를 거두지 않게 하셨다. ‘안식일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며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알려 주셨다.
우상숭배도, 탐심도, 안식함으로 인하여 내려놓게 하셨다. 과중한 일에 매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계속된 강요와 경쟁에서 놓여나도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안겨주는 평화를 통해 선한 열매 또한 얻을 수 있다고 하셨다.
하나님은 안식일을 통해 우리에게도 말씀하신다. ‘우리가 에너지를 “그의 나라를 구하는데” 다시 집중하면 하나님이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시리라는 확신’을 주신다. 안식일은 거룩해지려고, 사람이 되려고, 사람답게 살려고 시간을 들이는 것이라는 안식의 비결 또한 알려주신다.
하나님은 안식일을 통해 서로를 긍휼히 여기며, 연대하라고 말씀하신다. 우리에게 이미 필요한 것이 주어졌으니 더 이상 더 가지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느라 어떤 일에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삶의 패턴도 그만 두라고 하신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시편 73편의 시인을 통해 상품의 세계에서 벗어나 사귐의 세계로 나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시인이 매혹되고 참여하려던 삶은 ‘형통하고, 고난이 없고, 교만하고, 잘 먹어 살찌고 잘 노는 자’들의 삶이었다. ‘냉소적이고 사회에 무관심하고, 유명인의 대우를 받는 자’들의 삶, ‘하나님을 무시하는 건방진 자’들, ‘부유하고 평안한 자’들의 삶이었다.
시인의 모습에서 나를 본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의 잘됨을, 고난이 없음을 부러워했고, (여전히 그러하며) 잘 노는 그들의 모습이 즐거워보였다.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건 아닐까 의심하며, 나도 그저 부유하고 평안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것들을 곱씹어 본 뒤에, 성소에 들어간 뒤에, 이런 방식이 세상에서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자신이 그야말로 완고한 자였음을 깨달은 뒤에야 이 같은 생각들을 멈춘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하늘에서 주 외에 누가 내게 있으리요, 땅에서는 주밖에 내가 사모할 이 없나이다.’시 73:25
안식의 시간을 보낸 후의 내 모습이 이런 모습이길 바란다. 하나님보다 사랑하는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문화들이 가져오는 욕구가 아닌, 하나님만을 향한 욕구. ‘안식일은 거룩해지려고, 사람이 되려고, 사람답게 살려고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안식일은 참된 정체성을 우리 안에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다’라는 이 책의 구절을 신뢰하며 나의 안식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나의 결론은 아직 좀 더 많은 안식일을 보낸 후에야 날 것 같다. 하지만 주께서 계속 해서 나를 붙들고 계심을 기억하며 오늘도 한 발짝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야겠다.
15기 정혜림
첫댓글 저도 타인의 평온함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전히ㅜㅜㅋㅋ 부러워하고있는 제가부끄럽네요ㅜ크 ㅎ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