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는 힘
웃기지도 않은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이 있은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스포츠 기사를 우연히 보았습니다. 금년 KBO프로야구에서 우승한 기아 이범호 감독의 인터뷰한 내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초보 감독으로 우승하게 된 비결이 무엇이냐고 기자가 물었는데 두 가지 대답을 했습니다. 하나는 ‘무색 리더십’, 다른 하나는 ‘꽃다발’이라고 했습니다. 무색 리더십이란 감독틀에 선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색깔에 맞춰주는 것, 다시 말하면 하고 싶은 대로 잘 하는 것을 하라는 것이지요. 꽃다발이란 선수들의 아내가 경기 때문에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알고, 선수 아내의 생일에 감사의 의미로 꽃다발을 선물했다는 것이지요. 꽤나 괜찮은 것 같아서 웃음이 났습니다. ‘무색 리더십’과 ‘꽃다발’을 묶어서 하나로 말한다면 ‘감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어떤 때 움직이는가? 감동 받을 때라는 것이지요. 그 감동의 시작은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 서주고 공감해 주는 것 아니겠는지요. 선수에게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봐”, 선수 아내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 결국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룬 것이지요. 이것이 어찌 야구 감독만의 리더십이겠습니까! 지도자나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 가정에서도 이웃과 친구관계에서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감동의 리더십!
제 얘기를 조금 하자면, 두 아들이 어렸을 적에 어떻게 하면 제가 애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리 어렵지 않고 돈이 들지 않는 방법을 찾았는데 손빨래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양말이나 신발, 교복 같은 것을 세탁기에 돌리면 깨끗하게 때가 빠지지 않기 때문에 늘 제가 해주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것은 ‘제 일’이 되었습니다. 꼭 손으로 애벌빨래를 한 뒤에 세탁기에 돌렸습니다. 두 아들이 군대에 갔을 때는 일 주일에 한 통씩 편지를 써 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만, 꼭 그러지는 못했고 많이 써서 보냈습니다. 아이들 안부를 묻는 것보다 제 마음을 쓰고 담아서 보내고 그랬습니다. 벌써 오래 된 일입니다만, 제가 보냈던 저만의 ‘감동’이었습니다. 그렇게 편지를 쓰다 보니 지금도 쓰고 있고 책으로도 두 권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감동으로 움직이고 감동으로 이어진다는 제 생각이 어떠신지요? 가을도 깊어가는데 누구에게 편지 한번 써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