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소감】
멋과 낭만의 원로 문인들과 함께한 ‘뜻 있는 출판기념회’
- 권오덕 전 대전일보 주필 신간 산문집 출판기념 오찬 모임 참석 記 -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윤 선생님 요즘 건강이 어떠세요? 괜찮으시다면 점심을 같이하려고요. 권오덕 주필이 윤 선생님께도 꼭 연락하여 자리를 함께하자고 하시네요. 김용재 펜 이사장도 함께하는 자리예요.”
존경하는 팔순의 노학자가 내게 각별히 안부 전화를 먼저 주신 것만도 고맙고 영광스러운 일인데, ‘건강이 어떠냐’고 따뜻하게 묻는다. 언제나 그렇듯 나이가 한참 아래인 사람에게도 원로 학자는 예사 낮춤말을 쓰지 않는다. 죄송스럽게도 꼭 존대한다.
상대의 건강부터 묻는 이유는 이미 나의 ‘신상 정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관리를 위하여 술자리를 피한다’는 소문이 어쩌다 지역 문단에 확대되어 알려진 게 발단이었다. 물리치료를 받고 있으니, 하긴 그보다 중요한 개인 정보(?)가 또 있으랴.
평소 애주가였던 사람이 갑자기 ‘술자리를 피한다’는 소문이 알려지면 소속 문인단체 일각에서는 ‘주요 뉴스거리’가 된다. 대단한 명성을 가진 사람이 아닌데도 ‘건강 문제에 관한 소문’은 어찌 된 일인지 유명인 가십거리에 버금갈 만큼 전파 속도가 빠르다.
아무튼,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원로 학자의 따뜻한 말씀에 더는 칭병(稱病)으로 인한 귀한 초대 자리 불참은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딱 한 잔만 해야지’ 작정하고 참석한 자리인데, 소주 4병을 비웠다. 4인의 참석자가 각 1병을 비운 셈이다. 세 분 원로 문인 모두 팔순 연세이다. 술잔을 연거푸 비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이 뒷받침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
“좋은 사람과 함께 하면 술맛이 더 나는 법이거든!”
권오덕 주필과 송하섭 교수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합창(?)한 덕담이었다. 송하섭 교수가 홍삼엑기스를 섞어 제조한 일명 ‘불로장생 소주’는 달콤하여서 한 병 마실 것을 두 병 마시게 하는 마술을 부렸다.
◆ 호방한 성품에다가 약주 실력이 이삼십대 젊은이 못지 않은 송하섭 교수. <나이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씀을 자주 하지만, <말씀도 잘하고 술도 잘 사는> 통큰 베풂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멋과 낭만의 원로 문인.
▲ 송하섭 문학평론가(전 단국대 부총장)
◆ 목소리는 잔잔하지만 명쾌한 논리와 설득력 있는 웅변술, 영문학자로서의 풍부한 지식과 대학 강단에서 축적된 문학적 역량을 아낌없이 문단에 베푸시는 영역 시(英譯 詩)의 달인. 인생의 멋과 낭만을 시에 접목해 온 온화한 인품의 김용재 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장. 단 몇 분간만이라도 멋쟁이 원로 시인 곁에서 ‘조곤조곤 톤’의 말씀을 듣고 있노라면 누구나 인간적인 매력에 홀딱 빠지기 마련.
▲ 김용재 시인(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장)
◆ 가곡이든, 대중가요든, 노래 솜씨라면 국내외 그 어느 일류 가수 못지 않게 탁월하고, 여행이면 여행, 영화면 영화, 풍부한 예술적 지식을 갖춘 원로 언론인.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핸썸한 외모에 영화배우 못지 않은 패션 감각을 지닌 멋쟁이 원로 문인 권오덕 수필가.
▲ 권오덕 수필가(전 대전일보 주필)
오늘 ‘술자리 화제’는 정치 얘기만 빼놓고 전 분야에 걸쳐 조금씩 흥미 위주로 언급했다. 저명문사의 학계 인맥, 최근 문단 소식, 영화 이야기, 여행 이야기 등 원로 학자·문인과 언론인의 풍부한 식견이 끊임 없이 이어졌고, 나는 진지하게 경청했다. 특히 내 고향 ‘청양 이야기’에 대해서도 원로 문인들은 빼놓지 않았다.
청양 출신인 내가 먼저 ‘고향 자랑’을 해야 마땅한데, 고맙게도 권오덕 주필이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청양의 특출한 인물과 천혜의 청정지역 자연 풍광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청양에서 총리가 3명이나 나왔다.”면서 “누구, 누구인지 아느냐?”고 퀴즈 맞히기 식 질문을 했다. 그걸 모를 사람은 참석자 중에 한 분도 없었지만, 주로 자랑거리가 될만한 주제를 언급한 것은 아마도 이런 자리에 처음 참석한 나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말씀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칠갑산> 노래의 뛰어난 작품성과 노랫말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 대한 자랑스러운 찬사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들어도 <듣기 좋은 이야기 거리>임엔 틀림없다.
참석한 원로 학자 문인, 언론인 중 어느 한 분도 문학작품에 대한 평소 지론과 견해, 그리고 고매한 인품을 바탕으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유익한 말씀의 대가’요, 모두가 ‘달변가(達辯家)’지만, 오늘 만남에서 즐겁게 말씀을 가장 많이 하신 분의 <청산유수 상> 순위를 매긴다면 1위 권오덕 주필, 2위 송하섭 교수, 3위 김용재 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장 순이었다.
2위, 3위를 차지(?)한 두 분 학자·문인께서 ‘유익한 말씀 나누기’ 「청산유수 1위 상」을 권오덕 주필에게 양보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권오덕 주필’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오찬 자리 명칭을 붙인다면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권오덕 주필의 신간 산문집 《코로나가 내게 준 선물》 출판기념회』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극소수 참석인원과 음식점 분위기는 조촐했지만 격의 없이 나눈 따뜻한 덕담과 화제는 식탁에 차려진 화려한 진수성찬만큼이나 풍성하고, 즐겁고, 유익했다.
▲ 초대해 주고 지갑까지 열어 준 존경하는 송하섭 교수, ▲ 다리가 다소 불편함에도 귀한 자리 함께 빛내 주고 유익한 말씀 많이 들려주신 김용재 교수에게 감사드린다. ▲ 아울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대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마음의 양식이 될 유익한 저서를 펴낸 권오덕 주필에게 거듭 축하의 말씀 드린다.
끝으로 송하섭 교수가 손수 준비해 오신 정성 어린 ‘친필 서예 작품’을 소개하면서 졸고 소감을 마친다.
▲ 좌로부터 김용재 시인(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장), 권오덕 수필가(전 대전일보 주필), 송하섭 문학평론가(전 단국대 부총장), 윤승원 수필가(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송하섭 문학평론가(전 단국대 부총장)가 친필 서예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千江有水千江月(천강유수천강월) / 萬里無雲萬里天(만리무운만리천) 천 개의 강에 물이 있으면 천 개의 강에 달이 비치고, 하늘 만 리에 구름이 없으면 만 리가 다 그냥 하늘인 것을.’ - 예장 종경(豫章 宗鏡)의 선시 한 구절이라고 한다. ■
2021. 11. 06.
윤승원 記